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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ㅣOUTDOOR

설악산 서북능선 : 장수대 ~ 대승령 ~ 귀때기청봉 ~ 한계령삼거리 ~ 끝청 ~ 중청 ~ 대청 ~ 오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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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5. 30.  

 

장수대 ~ 대승령 ~ 귀때기청봉 ~ 한계령삼거리 ~ 끝청 ~ 중청 ~ 대청 ~ 오색 (23km, 14시간)

 

 

 


 

설악산 서북능선 : 남교리 ~ 십이선녀탕계곡 ~ 대승령 ~ 큰감투봉 ~ 1408봉 ~ 귀때기청봉 ~ 한계령

- 산행일자 : '21.5.15(토) 6:15 ~ 16:30 (10시간 정도) - 산행경로 : 남교리 > 십이선녀탕계곡 > 대승령 > 큰감투봉 > 1408봉 > 귀때기청봉 > 한계령 (20km) - 십이선녀탕계곡쉼터 주차(무료), 한계령 - 남교리

haechuri.tistory.com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설악산 산불방지기간이 끝나고 5월 26일자로 탐방로가 공식 개방되었다. 마음은 당장 휴가쓰고 달려가고 싶었지만, 회사에 묶인 샐러리맨이라 부장님 눈치보느라 밀린 업무 하느라 많이도 남은 휴가 당당히 쓰지도 못하고... 금요일만 기다려 결국 12시에 울산에서 출발! 사실 퇴근 후 7시부터 잠 좀 자두려고 그렇게 노력했지만 뒤적뒤적 잠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결국 피곤한 몸을 이끌고 4시간 30분간 중앙고속도로 길에 올랐다. 

 

 

 

 

사실 <7번 국도>타면 통행료도 절반으로 싸지만 30분이라도 더 일찍가고픈 맘에 당당히 포기, 인제에서 길 한번 잘못들어 20분 소비한 끝에 4시 40분 <장승대분소>에 도착. 이미 날은 밝아오고 있었고 부랴부랴 화장실을 다녀온 후 산행을 시작했다. 오늘 산행은 <장수대>를 시작으로 <귀때기청봉>을 지나 <대청봉>을 가는게 목표, 만약 중간에 힘들면 <한계령>으로 하산하는 걸 <플랜 B>로 잡았다. 사실 처음 생각으로는 <한계령>으로 올라 <남교리>까지 가는건 어떨까도 고민했는데, 너무 힘들것 같아 포기! 담번에는 한계령에서 남교리까지도 가봐야 겠다.

 

 

 

 

 

산행시작부터 붉으스름한 기운이 올라오는데, <장수대> 건너편 <가리봉> 능선들이 점점 햇빛을 반사시킨다. 꼭 <엘찰텐 피츠로이> 불타는 고구마의 소규모 버전이라고나 할까, 사실 <토레스델파이네> 마지막날 <삼봉>에서는 완연한 <불타는 고구마>를 봤었는데, <피츠로이>는 일출 자체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더 가리봉 능선을 피츠로이 일출마냥 상상한건 아닌가 싶다. 나중에 인친님이 알려주셨는데 가리봉옆에 우직하게 <주걱봉>이 함께 있었더랬다. 이렇게 <설악산 서북능선> 산행은 시작부터 너무 멋지다.

 

 

가리봉 - 주걱봉 불타는 봉우리

 

 

<장수대분소>에서 <대승폭포>까지는 40분 <대승령>까지는 2시간이 소요된다. 나도 <대승폭포>에서 사진찍고 하다보니 신기하게도 딱 2시간이 소요되었다. 오름길에 대승폭포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이룬 계곡을 따라 급격하게 높아지는 계단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직벽으로 쏟아지는 물줄기를 만날 수 있다. <대승폭포>이다.

 

 

 

 

<장수대 입구>에서 0.9km 지점에 위치한 <대승폭포>는 높이가 88m로 금강산의 <구룡폭포>, 개성 천마산의 <박연폭포>와 함께 한국의 3대 폭포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대승폭포>는 한 아들을 사랑한 모성애가 담긴 전설이 내려오는데, 한계리에 살던 총각 대승이 폭포가 있는 돌기둥 절벽에 동아줄을 타고 내려가서 돌버섯을 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절벽에서 자기를 부르는 돌아가신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 동아줄을 타고 다시 올라갔는데 알고 보니 어머니는 안계시고 동아줄에 신짝만한 지네가 매달려 줄을 갉아먹는 바람에 줄이 끊어지려던 참이었던 것. 어머니의 부르짖음에 목숨을 건진 아들의 이야기가 전해져 후세에도 어머니의 외침이 메아리친다고 하여 <대승폭포>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승폭포

 

<대승폭포>를 구경한 뒤 다시 부지런히 걷는다. <대승령>까지는 1.8km 남았다. 돌로 정비된 등로를 따라 계속 올라가다보면 예전 <대승암>이 있던 터가 나타난다. 추정지라고 적혀 있는 걸로 봐서 확실한 장소는 아닌 듯 하다.

 

 

 

 

<대승폭포>에서 1시간 20분 남짓 올랐을까 마침내 <대승령>에 도착한다. 이미 대승령에 도착하기 전부터 웅성웅성 사람들 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대승령에서 진수성찬을 누리시는 언니부대들이 있었다. 귀때기청봉 방향으로 산행하면서 처음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을 만났다. 계속 나를 마주치며 스쳐간 사람들은 많았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언니들과 인사를 나누며 귀때기청봉으로 걸었다.

 

 

 

 

<대승령>에서 우틀하면 능선길이 펼쳐진다. 설악산이 바위산인줄로만 알아는데, 여기는 푹신하다. 우측으로는 멋진 봉우리들이 연이어 나를 반긴다. 어쩜 이리 웅장하고 멋진지, 지리산이 봄날 핀 들꽃같다면 설악산은 정말 여름날 담벼락에 핀 장미같다. 그 자태만으로 사람들을 어찌나 유혹하는지.. 멀리 있어서 다행이다.

 

 

 

 

 

지난주 영남알프스에 이어 오늘도 날씨요정 강림이다. 남쪽은 오늘 흐리다던데 강원도는 절정이다. 이런날 설악산에 왔다니 요즘 난 운이 너무 좋다. <운수좋은날> 꼴 나면 큰일인데.. 쓸데없는 걱정이 든다.

 

 

 

 

첫번째 계단을 올라 정상에 도착하면 그 옆 바위 위로 올라갈 수 있는데, 거기서 보는 조망이 기가 막힌다. 다만 다리 후덜거림은 감내해야 한다.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

 

 

조망바위로 올라가자

 

 

 

안에 신은 양말 색깔이 비칠만큼 햇살이 강하다

 

 

첫번째 오르락 내리락을 잘 마쳤다면 목마름과 허기짐을 채울 차례다. 오늘은 캔커피와 콜라를 얼려왔다. 비몽사몽한 정신을 다스리려 캔커피를 따는데, 다 녹지 않아 커피슬러시로 먹는다. 오늘 같은 날 제격이다. 어제 다운받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전미도 버전을 듣는다. 오늘 같은 날 듣기 너무 좋다. 문득 지리산 <웅석봉> 생각이 난다. 그때도 능선에 앉아 <시청앞 지하철역>을 몇번이고 들었었는데.. 

 

 

 

 

 

다시 부지런히 걷는다. 계속 걸을 때마다 조망터가 나온다. 이 길 왤케 아름다운거지.. 하늘은 또 파란 물감을 뿌려놓은 것처럼 파랗다 못해 눈이 시린 건지.. 모든 것이 완벽하다. 이런 완벽한 날은 조심해야 한다. 먼 산 보다가 다치기 십상이다.

 

 

 

 

나뭇잎 사이로 <귀때기청봉>이 보일듯 말듯, 내 맘을 간지럽힌다. 귀때기 너,, 어여 그 얼굴을 보이지 못할까!!

 

 

 

 

설악산엔 잎이 넓은 저 풀떼기가 참 많다. 사실 이름이 뭐냐고 물어봐도 답을 해주지 않으니 궁금할 노릇이다. 장수대부터 대청봉 갈때까지 계속 등로 양옆에 저 식물이 무성하다. "네 이름이 뭐니"

 

 

 

 

<귀때기청봉>까지는 4.2km 남았단다. 대승령에서 귀때기청봉까지는 4시간 거리, 처음에 서북능선 간다고 했을 때 인친님께서 <한계령>으로 올라 <귀때기청봉>을 가서 다시 <한계령삼거리>로 돌아와 <대청봉>을 가는 걸 추천하셨다. 근데 뭔가 똑같은 길을 2번 걷는게 싫어서 귀때기청봉의 반대편 첫 오름길 <장수대>를 픽했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더 멀었다. 

 

 

 

 

출렁이는 능선물결을 우측에다 품고, 연분홍빛 산철쭉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계속 걷고 걷는다. 그러다 처음으로 반대편에서 온 선생님 커플 2분을 만난다. 그분들도 걷는 내내 처음 만난 사람이라며, 나를 신기해 하신다. 나도 그래요 그쪽에서 온 분은 선생님들이 처음이에요!! "어디에서 오셨어요?"라고 물으니 대뜸 "서울이요" 라신다.. 들머리를 물은 건데. "한계령에서 오신건가봐요" 하니깐 그렇다고 하신다. 

 

 

 

 

그러시곤 나를 스쳐지나가면서 무서운 말씀을 내뱉고 가신다. "오는길에 뱀 밟을뻔 했다고, 발밑을 조심해서 보고 가라고..." 그때부터 한시간 가량을 발 밑만 보고 걸은 것 같다. 으악~ 혹시나 낙엽에 섞여 있는 뱀과 조우하면 어쩌나, 밟아서 나를 물면 어쩌나, 전전긍긍했다. 역시 나는 새가슴에 겁쟁이다. 

 

 

뱀과의 조우는 사절이다

 

 

몇차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산신령 나무를 만났다. 어마어마한 크기다. 근데 더 신기한 건 이 나무의 몸통이 텅 비어 있다는 거다. 설악산엔 이런 텅빈 나무가 종종 나타난다. 생명력이 어마무시하게 대단하시다. 

 

 

속이 빈 산신령 나무

 

 

올라왔으니 다시 내려가야 한다. 여기는 올라가는 것만이 끝은 아닌 곳이다. 오르락 내리락 계속 반복하는데, 맞은 편에서 오신 선생님이 지금부터 9번 가량 계단을 더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한다고 훈수두신다. 아마 <한계령>에서 <장수대> 오는 것보다 <장수대>에서 <한계령> 가는게 더 힘들낀데.. 하면서 한번더 겁을 주시는 아버지. 조심히 잘 걸어가겠습니다.

 

 

 

 

 

 

 

 

이제 이 바위 위에 <1408봉>이 자리한다. 장수대를 지나 첫번재 봉우리다. 사실 이 능선길에 <귀때기청봉> 이외 딴 봉우리를 생각조차 못했는데, 그래도 정상 하나 찍으니 흐뭇하다.

 

 

 

 

 

이제 내려갈 차례다. <1408봉>을 넘으니 <귀때기청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거의 다온 것처럼.. 저 끄트머리에 우뚝 솟아있는 돌무지 봉우리, 근데 아직 한참 더 가야한다. 

 

 

 

 

 

드디어 너덜길이 시작된다. 돌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 이제 스틱을 꺼내든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안녕 <귀때기청봉> 드디어 너를 오르는 구나! 설악산의 봉우리 가운데 가장 높다고 으스대다가 대청봉ㆍ중청봉ㆍ소청봉 삼형제에게 귀싸대기를 맞았다는 그 봉우리. 회색빛 사이사이로 피어난 분홍빛이 분명 <털진달래>임이 틀림없다. 근데 진심 이 땡볕을 피할 그늘은 이제부터 없다는 건 확실!! 콜라 한 잔 들이켜고 힘을 내어 전진한다.

 

 

 

 

<귀때기청봉>으로 가는 길은 아주 좁아 한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어서 나는 늘 역방향의 사람들을 위해 피해주어야 했다. 그런데 이제 드넓은 너덜길을 만나니 그럴 필요는 없어 안심했다. 근데 결국 더 좁디 좁은 등로여서 많은 사람들을 피해주어야 했다.

 

 

 

 

<귀때기청봉>으로 들어서기 전 벤치가 있는 너른 땅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쉬고 있는 분들을 만났다. 지나갈때 화이팅 외쳐주셔서 힘이 났었는데 알고보니 부산에서 오신 분들이었다. 응원해주신 "김삿갓"님 감사합니다.

 

 

 

 

너덜길을 오르는 길에 혼자오신 선생님을 만났다. 그리곤 너덜길에 꼭 <봉>을 따라 가라고 알려주셨다. 정상까지는 봉이 보이진 않았지만 <한계령 삼거리> 가는 쪽에는 봉이 꽂혀 있었다. 아마 선생님이 아니였다면 한참 길을 헤맸을지도 모르겠다. 감사합니다. 멋진 산엔 늘 멋진 사람들이 가득하다.

 

 

 

 

<귀때기청봉> 털진달래를 드디어 만났다. "처음뵙겠습니다. 사진으로는 많이 뵈었었는데.. 실물이 더 예쁘시네요." <털진달래> 이름은 털보 아저씨마냥 투박한데 참 여리고 고운 아이들이다. 거의 지기 전에 너희들을 보게 되었지만 참 곱고 곱다는 말 밖에 안나온다. 이래서 사람들이 5월 설악산을 특히 <서북능선>을 찾는구나 싶다.

 

 

 

 

<귀때기청봉>을 지날 때 많은 사람들을 스쳐갔다. 땀범벅이 되신 아저씨 한분은 <귀때기청봉> 정상에서 사진을 찍어드리는데, 내가 올라온 반대쪽에 볼게 있냐고 물어셔서 털진달래 군락지가 너무 예쁘니 꼭 보고 가라고 말했다. 그때 돌아온 말씀이 <그늘>은 있냐고.. 죄송하지만 내가 묻고 싶은 말.. 한시간쯤 내려가면 만날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거기서 점심을 먹어야 겠다. <대승령>에서 <귀때기청봉>까지 5시간 가량 걸린듯 하다. 

 

 

귀때기청봉

 

 

<귀때기청봉> 정상을 지나 <한계령삼거리>까지 가는 길엔 설악산의 장엄함을 볼 수 있다. 귀때기청봉이 한없이 예쁘고 예뻤지만 그래도 내설악의 장엄함을 이길 수는 없다. <공룡능선> 너무 타고 싶다.

 

 

 

 

이제부터 선생님이 알려주신 <봉>이 하나 두울 보이기 시작한다. 비오는날 번개 맞기 딱 좋은 곳이다.

 

 

 

 

드디어 <그늘>을 찾았다.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바로 그곳이다. 여기서 소시지를 한입 베어 물었다. 빈 속이 꽉찬 느낌이다. 우루사마냥 곰같은 기운이 솟아난다. 내려가는 선생님이 길을 물었다 근데 내가 가르쳐준 곳이 길이 아니었다. 머쓱해서 죄송하다고 2번 인사했다. 올라오신게 아닌가 보네요라고 하시며 재빨리 다른길로 달려가셨다. 힘이 넘치시니 죽을 죄는 진게 아닌건 확실하다.

 

 

 

 

<한계령삼거리>까진 1시간 가량 걸으면 된다. 오랜만에 그늘을 만나 기분이 좋다.

 

 

 

 

푸른 하늘에 <반달>도 하나 떴다. 낮에 나온 반달(하현달)은 손톱만큼이나 여리고 예쁘다. 동요에서 낮에 나온 반달은 햇님이 쓰다버린 신발이라고 했던가.. 내가 주워가야 겠다.

 

 

 

 

<한계령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조금 고민했다. <한계령>으로 내려갈까 <대청봉>을 오를까. 5초 정도 고민하다 대청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같은 날씨에 안간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 게 뻔하다.

 

 

 

 

저 멀리 <중청>과 <대청봉>이 보인다. 안녕들 하신가요. 오랜만이에요. 초록초록한 <대청봉>은 처음이다. 가을 겨울 그리고 이제는 봄까지, 4계절의 너를 다 보는구나.

 

 

 

 

<끝청>에 도착했다. 중청까진 2km 남짓. 모든게 완벽한 날이다. 웅장한 <공룡능선>도 안녕~ 여기서 더 잘보인다.

 

 

끝청

 

 

드디어 <중청대피소> 도착, 예전엔 <희운각대피소> ~ <소청>에서 왔었는데, 바로 중청대피소로 오니 느낌이 이상하다. 처음으로 중청대피소와 그 주변을 제대로 본다. 늘 곰탕에 휩싸여 있었는데..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중청대피소

 

 

중청 대피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막 찍는데 국공 직원이 멋쩍은지 계속 쳐다본다. 그래서 물을 사고 싶다고 말하곤 물 2병, 캔커피 2개를 산 후 테이블에 앉아 삼각김밥과 함께 우걱우걱 먹는데, 어디서부터 오셨냐고 묻는다. <장수대>에서 왔다고 하니 몇시에 출발했냐며.. 5시라고 대답했다. 멀리서 오셨네요.. 대피소 매점 옆 거울 속 내모습을 보고 좀 부끄러웠다. 땀으로 얼룩진 내모습이라니.. 익숙하지만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만큼 못생김이 한무더기 붙어있다. 하~

 

 

 

 

이제 다시 기운을 차리고 <대청봉>을 오른다. 이 드넓은 대청봉을 오르는 사람이 나 뿐이다. 국공 직원이 오늘만 4천명이 다녀갔다고 했는데, 4시부근 정상을 오르는 사람은 나 뿐이다. 아니 내 뒤에 모자까지 합쳐 총 3명이다. 그들이 오기전에 얼른 신나서 뛰어올라갔다. 대청봉이 혼자 덩그러니 있다. 이런 모습 처음이다. 대청봉 너~~ 혼자 인거야?

 

 

뒤따라 올라오는 두 모자. 보기 너무 좋다

 

 

오늘 대청봉 사진 찍고 싶은 만큼 다 찍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더이상 포즈가 안나올때까지 찍었다. 행복했다. 근데 대청봉 정상석이 이렇게 가녀려보인건 처음이다. 늘 큼직하게 사람들에 둘러싸여 위엄을 뽑내고 있었는데.. 너도 혼자 있으니 별수 없구나.. 외로워보인다 너~

 

 

 

 

이제 <대청봉>과 안녕을 고하며 5시 정상을 떠났다. <오색> 남설악탐방지원센터까지는 5km 남짓. 4시간이 적혀 있지만 2시간 이면 가능하다.

 

 

 

 

<오색>은 겨울에 딱 한번 와봐서 지루하고 힘든 코스인줄 알았는데 등로가 퍽 예쁘다. 내려가는 길에 등로를 정비했는지 나무 계단이 많아져 무릎이 팠다. 지그재그로 최대한 걷고 계단에서는 옆으로 내려왔는데도 역시 급경사는 무리가 따른다. 내려오는 길에 많은 사람들을 지나쳤는데, 특히 대청봉에서 트림을 두세번 크게 하던 한 어린 남성이 내가 빨리 내려가는 것을 보곤 <장비빨> 이라며 으스대길래, "속으로" 그럼 너도 스틱 한개 더 가져오지 그랬니라고 한마디 했다. 어이없어서.. 빨리 내려가서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하지... 

 

 

 

 

내려가는 길에 갑자기 늑대 2마리가 내 뒤로 뛰쳐 내려가서 움찔했다. 그 뒤로 혼자왔으면 같이 밥먹자고 추파 던지는 아저씨를 뒤로 한채 뛰어 내려오는데, 갑자기 흐뭇한 남정네 8명이 줄을 맞춰 올라간다. 그리곤 뛰어 내려가는 나를 한번씩 쳐다보더니 제 갈길을 간다. 국공직원이라 교대하러 올라가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산악구조대>였다. 좀 멋졌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오색 하산길은 끝이 났고, 드디어 남설악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그리곤 탐방로 앞에 위치한 <설악산국립공원> 조형물과 사진을 찍는 걸로 마무리.. 앞에는 빨간 <산악구조대> 차량이 서있었다. 혹시나 내 뒤에 내려오시던 모자 커플의 어머니가 다치신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바로 앞에 기다리던 택시를 타고 <장수대>로 귀환, 택시비는 4만원 부르시길래 깎아달라고 했더니 3.5에 해주셨다. 기사님은 이른 아침 제일 먼저 이곳에 와서 늦은 시간까지 담당하는 대표 택시기사라고 하셨다. 여기저기 자기 명함이 붙어 있으시다고.. 나도 명함 하나를 얻었다. 참 친절하신 분이셨다. 장수대로 가는 길 붉으스름한 기운이 돌았다. 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물론 그 모습은 산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느낌만은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내일은 <공룡능선>을 가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못갈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약해둔 게스트하우스는 속초, 이곳은 양양.. 신기하다 설악산국립공원이 정말 크긴 큰가보다.

 

 

 

 

속초로 가는길에 <미시령 옛길>을 넘는데 야경이 참 예뻤다. 코너가 없어 내리진 못했지만 야경명소인 것만은 확실하다.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잠깐 차를 천천히 몰아 찍는데, 잘 안나왔다. 그래도 예쁘다.

 

 

 

 

게스트하우스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집을 나서는데 그 뒤로 <울산바위>가 보였다. 흔한 동네풍경이 <설악산>이라니!! 너무 멋져서 소리칠뻔 했다. 이 분은 매일 이 풍경을 보면서 살고 있을텐데.. 무슨 복을 받아서 이 곳에 집을 짓고 사시는지.. 너무 부럽다.

 

 

 

 

바로 속초IC가 있어 주유하고 가려는데, 주유소 풍경이 너무 장엄하다. 이 곳 기름값이 비쌌는데 풍경값이 더해진 것이 틀림없다.

 

 

 

 

 

울산까지 7번 국도를 타고 오는데 너무 멀어 토할뻔, 엉덩이가 베겨 혼났다. 역시 갈때와 올때 마음은 천지차이다. 근데 또 가고 싶다. 너무 너무 멀어서 문제지만.. 1~2시간 거리였다면 질릴때까지 매주 왔을 거 같은데... 아쉽네 참. 곧 더워지기 전에 한번 더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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