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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ㅣOUTDOOR

1박2일 영남알프스 태극종주 백패킹 (2일차) : 천황산 ~ 재약산 ~ 죽전마을 ~ 시살등 ~ 함박등 ~ 죽바우등 ~ 채이등 ~ 영축산 ~ 신불재 ~ 신불산 ~ 간월재 ~ 간월산 ~ 배내봉 ~ 배내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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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5. 23. ~ 24.

 

1일차 : 석골사 ~ 억산 ~ 삼지봉 ~ 범봉 ~ 운문산 ~ 가지산 ~ 중봉 ~ 입석봉 ~ 격산 ~ 능동산 ~ 능동2봉 ~ 천황산 (26km, 16시간)

 

 

1박2일 영남알프스 태극종주 백패킹 (1일차) : 석골사 ~ 억산 ~ 삼지봉 ~ 범봉 ~ 운문산 ~ 가지산 ~ �

‘20. 5. 23. ~ 24. 1일차 : 석골사 ~ 억산 ~ 삼지봉 ~ 범봉 ~ 운문산 ~ 가지산 ~ 중봉 ~ 입석봉 ~ 격산 ~ 능동산 ~ 능동2봉 ~ 천황산 (26km, 16시간) 2일차 : 천황산 ~ 재약산 ~ 죽전마을 ~ 시살등 ~ 함박..

haechuri.tistory.com

 

2일차 : 천황산 ~ 재약산 ~ 죽전마을 ~ 시살등 ~ 함박등 ~ 죽바우등 ~ 채이등 ~ 영축산 ~ 신불재 ~ 신불산 ~ 간월재 ~ 간월산 ~ 배내봉 ~ 배내고개 (27km, 13시간)

 

 

4시 15분 맞춰둔 알람이 울렸다. 이제는 4시 30분만 되어도 주변이 환해진다. 조금만 더 누워있고 싶어 밍기적 거리다 결국 집밖을 나왔다. 벌써 붉으스름한 기운이 천황산을 휘감고 있었다. 다만 동쪽하늘에 야속한 구름이 드리워져 제대로된 일출은 글렀구나란 생각에 아쉽다. 그치만 최근 몇차례 일출은 곰탕뷰를 자랑했기에 이마저도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구름 사이로 헤집고 나온 갓 태어난 오늘의 해가 산등성이 사이로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아쉬운 내 마음을 아는지 그래도 얼굴을 조금이나마 보여주는 해의 마음이 참 곱다. 넘실거리는 운해 사이로 떠오르는 붉은 빛이 어느덧 온세상을 환하게 비춘다.

 

 

천황산에서 일출을 맞이하는 건 처음이다. 늘 영축산, 신불산이 주요 비박지였는데, <천황산>과 <재약산>의 아침풍경은 봄꽃마냥 설레고 아름답다.

 

 

저 가지런히 정돈된 나무길을 걸으면 재약산 뿐 아니라 그 뒤로 굽이굽이 들어선 산들까지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마지막으로 <천황산 사자봉>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는 7시 30분 무렵 천황재로 향했다. 구름에 휩싸여 한치 앞도 보이지 않다가 이내 곧 사라지는게 꼭 허황된 꿈같다고나 할까. 이런 신비로운 산의 자태 때문에 등산을 끓을 수가 없다. 싼뽕은 마약보다 무섭다.

 

 

<천황재> 부근에도 참 많은 사람들이 밤을 지샜구나 싶다. 데크 뿐 아니라 어제 약수터에서 만난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소나무 밑 자리, 그리고 평평한 곳곳에서 아직 정리하지 못한 집들이 가득하다. 어제 늦게 천황산에 올라왔음에도 좋은 자리에서 잠을 이룰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던 듯 싶다.

 

 

사람들로 가득한 천황재를 지나 <재약산>으로 향한다. 잘 정비된 등로를 지닌 천황산과 다르게 <재약산>은 돌밭길이 많고 상대적으로 험준하다. 매번 천황산과 재약산은 종주로만 와서 늘 배내고개에서만 시작했는데, <표충사>를 들머리로 <홍류폭포>, <층층폭포> 쪽으로 한번 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약산 너무 또한번의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날씨요정 강림이다. 가는길에 사람 옆얼굴을 닮은 바위를 지나친다. 

 

자칭 옆얼굴 바위

 

드디어 <재약산 수미봉>을 코앞에 둔 데크에 도착했다. 이 명당에서 어제 3명이 집을 지은 듯 한데, 오후 2시부터 줄을 설 만큼 명당이긴 하다.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나도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

 

 

<재약산 수미봉> 정상석에서 인증을 하고는, 정상석 부근의 바위에 올라 대자연의 기운을 느껴본다.

 

 

수미봉을 넘어 그대로 직진하면 <표충사>로 갈 수 있지만, 오늘은 죽전마을로 내려가 다시 영축산 능선으로 올라야 한다. 그래서 올라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 이정표를 찾는다. 오늘은 <주암계곡> 방향이다. 급격한 하산길은 이내 곧 녹음으로 우거진 평지를 만나게 되고 <죽전삼거리> 방향으로 나를 이끈다.

 

 

<재약산 매점> 삼거리에서 매점을 통과하면 <죽전삼거리>까지 가는 길을 더 단축할 수 있다. 매점에는 어젯밤 천황재에서 주무신 일행분들이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자리가 부족했던지 매점 옆 데크에서 집을 지으신 분들도 더러 보인다. 어젯밤 천황산, 천황재, 재약산 모두 만석이었나 보다.

 

재약산 매점을 지나서

<죽전삼거리> 안내 이정표가 쓰러져 있다. 바람을 세게 맞은 건가, 그 모습이 퍽 안쓰럽다.

 

 

어느덧 사자평 가는 길목의 나무다리를 만난다. 지난 가을 이 곳에서 억새들과 함께 사진을 남겼는데, 오늘도 분위기에 취해 한장 박는다.

 

 

다리를 건너 드넓은 평원이 나오는데, 가는 길 왼편에 첫번째 표지판을 보고 <죽전삼거리> 방향에 따라 좌틀해서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오늘도 아슬아슬 직진할 뻔 했다. 물론 직진하다가 왼쪽으로 꺾어도 되지만 오늘은 가야할 길이 멀다.

 

 

작은 산을 넘는 중 오른편에 내려온 <재약산 수미봉>이 보인다. 금방 내려온 걸 잊은 만큼 높아 보인다. 재약산이 저렇게 높았었나..

 

재약산

친절하게도 매직으로 가야할 <죽전삼거리(죽전마을)> 표시를 해 주셨다. 이정표를 참고하며 등로를 찾으면 된다.

 

 

이제 본격적인 <죽전마을행 하산길>만 남았다. 경사가 꽤 심해 조심해서 내려가야 한다. 하산 후 만난 마을 주민이 하는 말이 이 코스로 산악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는 행사도 열린다고 한다. 나도 여기서 두세번 미끄러졌다.

 

 

하산길에 뱀 한마리도 인사했다. 봄이라고 또 마실 나왔나보다. 어느덧 날머리인 <포그니 펜션>이 보인다. <죽전마을>로 내려왔으니 슈퍼에서 목을 축이고 다시 <청수골>로 <영축능선>에 올라야한다. 

 

 

임도를 따라 도로가로 내려오면 바로 왼편에 공중화장실이 있고 그 옆에 작은 슈퍼가 있다. 여기서 시원한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식히고 다시 돌아온 방향으로 올라가 <베네치아 펜션>으로 향한다.

 

 

<베네치아펜션>이 보이면 다리를 건너 길을 따라 가다 <장안사>에서 다리를 한번 건너 쭉 올라간다. 예전 환종주때는 한 펜션(아마 <천지> 였던 걸로 기억) 입구를 지나 <청수좌골>로 바로 영축산으로 올라갔던 기억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 길을 찾지 못해 오늘은 <공영주차장> 건너편 영축산 등로를 통해 우회하여 올라가가기로 한다.

 

 

<청수골>에서 <영축산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은 정말 쉽지 않다. 매번 느끼지만 애증의 영축산으로 불릴 만큼 늘 영축산으로 가는 길은 힘이 든다. <재약산>에서 능선을 따라 <영축산>으로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힘이 빠진 상태에서 다시 <죽전마을>로 내려와 1000고지를 올라간다는 건 정말 여간 어렵지 않다.

 

 

사실 이 때 힘들어서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올라가다 쉬고, 올라가다 쉬고, 정말 태극종주중 가장 정신력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시살등>과 <함박등> 사이 영축산 능선에 올라와서는 환호성을 질렀다.

 

 

<시살등>이 얼마 멀지 않아 다녀오기로 하곤 반대방향으로 향했고 10여 분만에 작은 정상석을 만났다. 가는 길목에 큰 나무가 한채 쓰러져 있었는데, 얼마나 강한 바람이 불었으면 뿌리뽑힐까 자연의 힘은 위대하다. 신기하게도 시살등에 위치한 이정표도 꺾여 있다. 

 

 

<시살등>에서 다시 온 방향으로 되돌아가 <함박등>으로 향한다. 예전 <배내봉>을 시작으로 <시살등>을 거쳐 <죽전마을>까지 영남알프스 반종주를 한 적이 있어 익숙하다. 근데 막상 다시 <죽바우등>, <함박등>과 <채이등>을 가려고 하니 몇차례 알바를 했고 영축산은 끝끝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할 만큼 먼 곳에 있었다. 심지어 <채이등>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 맞은 편에서 오시는 산행무리 대장님께 물어 올라갈 수 있었는데, 정상석도 없어 여기가 맞는지 아닌지도 솔직히 모르겠었다.

 

 

채이등

어느덧 <영축산 헬기장>을 지나, 저 멀리 <영축산>이 성큼 눈앞에 다가왔다. 정말 토나올만큼 <시살등>에서 <영축산>은 멀었다. <영축산>에서 <시살등> 갈때는 이렇게 까지 멀게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이제 다왔다 다왔다 마음속으로 되뇌이며 영축산을 향해 걷고 걸었다.

 

영축산 바로 저기다

 

날씨가 더워 물이 부족하여 <배내고개>남은 10여 km를 가기 위해 약수터에서 물을 떴다. 영축산 정상 300m를 남겨둔 위치에서 비로암 방향으로 50m를 내려가면 작은 호수가 연결된 약수터가 나온다. 다행히 물이 조금씩 흘러 충분히 물을 담을 수 있었다.

 

약수터

그리곤 드디어 <영축산>에 도착했다. 정상석을 만지며 얼마나 절규를 했던지.. 정말 멀고 먼 여정이었다. <영축산>부터 <배내고개>까지는 금방이다. 심지어 예쁜 <신불재>와 <간월재>까지 만날 수 있다.

 

영축산 정상에서
저 멀리 신불산이 보인다

 

<영축산>을 넘어 <신불재>로 향한다. 시간은 어느덧 4시가 넘어가고, 해가 지기전에 <배내고개>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한다.

 

 

개인적으로 <간월재>보다 더 사랑하는 <신불재>로 향하는 계단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신불재>는 오직 바람 소리만이 내 귓가를 스친다.

 

 

<신불재> 계단을 오르고 오르면 어느덧 <신불산>에 도착한다. 예전 정상석이 오랜만에 인사를 건넨다. "그동안 잘 지냈니?" 그럼 나도 반갑게 손을 흔들면서 화답한다. "보고싶었어"

 

 

조용한 신불산 정상을 지나 <간월재>로 내려간다. 6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반대편에서 선생님 한 분이 올라온다. 참 좋은 시간에 오셨습니다. 정상을 온전히 느끼기 좋은 시간입니다.

 

 

등로 왼편으로 <영축능선>이 마지막까지 힘내라고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어느덧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간월재>가 눈앞에 펼쳐진다. 항상 북적거리는 이곳에 사람의 흔적이 없다. 너무 좋다. 온전한 나만의 공간이다.

 

 

 

한 커플이 사슴농장 임도로 올라와 간월재와 사진을 찍고 내려간다. 조금만 더 있다 일몰도 보고가지, 잠깐 다녀가기엔 이 곳은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간월재 휴게소>를 지나 <간월산>으로 향한다. 정상에서 일몰을 보고 싶은데, 벌써 하늘이 붉으스름해진다. 올라가는 길 명당 데크에 집이 한채 있다. 자전거가 보이는 걸로보아 자캠하시는 분이신 듯 하다. 일요일 저녁 혼자서 이 곳을 지키시다니 정말 부럽다. 나는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다시 부지런히 <간월산>으로 향하는데 오늘따라 그렇게 가깝던 간월산 정상이 멀게만 느껴진다. 저 멀리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간월산 정상에 도착한다. 9봉 뱃지를 받기 위해 재인증을 하고는 <배내봉>까지는 2.6km, <배내고개>까지 남은 4.1km를 이제 전속력으로 걸어간다.

 

 

해가 지고 어둑해져 랜턴을 키는데, 벌레가 나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저 멀리 <배내봉>이었으면 좋을 봉우리가 보이지만, 애석하게도 배내봉은 아니다. <배내봉>까지 가려면 <간월산>에서 산을 2개 넘어야 한다.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8시가 다 되어서야 <배내봉>에 도착했다.

 

 

 

이제 <배내고개>로 내려가면 끝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계단을 내려가고, 거의 다 내려와서 보이는 약수터에서 목을 한번 축인 후, 53km <영남알프스 태극종주>의 종지부를 찍는다. 먼가 올해 큰 일을 하나 끝낸 기분이다. 성취감이 300프로다. 한 산악회에서 <영남알프스 태극종주>의 끝을 알리는 안내판을 붙여놨다. 그 종이가 나만의 종주 플래카드마냥 잡고 인증을 한다. 정말 할 수 있을까, 휴가내고 신불산에서 한밤 더 잘까란 수도없이 내적 갈등을 겪었지만, 결국 <1박 2일> 동안 신나고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기부니가 너무 좋다. 최고조다!!

 

 

눈이 부실만큼 아름다웠던 날씨와 스쳐간 산등성이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고 스친 친절한 선생님들께 감사한다. 가지산장의 최고의 맛 <산장라면>과 <두부김치> 그리고 최애리스트에 꽂힌 <막걸리 순희>, <깐도리 아이스크림>과 <죽전마을 빙빙바>, <천황산 일몰과 일출>, <신불재>와 <간월재> 그리고 <간월산 일몰>까지 너무 완벽한 1박 2일 <영남알프스 태극종주>였다. 다시 할 지는 모르겠지만 한번쯤은 으스댈 수 있겠지.. 나 1박 2일 영남알프스 태극종주한 여자야! 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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