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5. 23. ~ 24.
1일차 : 석골사 ~ 억산 ~ 삼지봉 ~ 범봉 ~ 운문산 ~ 가지산 ~ 중봉 ~ 입석봉 ~ 격산 ~ 능동산 ~ 능동2봉 ~ 천황산 (26km, 16시간)
2일차 : 천황산 ~ 재약산 ~ 죽전마을 ~ 시살등 ~ 함박등 ~ 죽바우등 ~ 채이등 ~ 영축산 ~ 신불재 ~ 신불산 ~ 간월재 ~ 간월산 ~ 배내봉 ~ 배내고개 (27km, 13시간)
울산에 사는 덕택에 백패킹 시작 이후 <영남알프스>는 무수하게 많이 왔었고, 1박 2일 <영남알프스 반종주>(배내고개 ~ 배내봉 ~ 간월산 ~ 간월재 ~ 신불산 ~ 신불재 ~ 영축산 ~ 채이등 ~ 죽바우등 ~ 함박등 ~ 시살등 - 죽전마을), 1박 2일 <영남알프스 환종주>(능동산 ~ 천황산 ~ 재약산 ~ 죽전마을 ~ 시살등 ~ 죽바우등 ~ 함박등 ~ 죽바우등 ~ 채이등 ~ 영축산 ~ 신불재 ~ 신불산 ~ 간월재 ~ 간월산 ~ 배내봉 ~ 배내고개)에 이어 꼭 하고싶었던 <영남알프스 태극종주(53km)>를 하게 되었다.
<영남알프스 태극종주>는 영남알프스 환종주 코스와 억산과 운문산 가지산을 포함하는 53km 코스로, 석골사 ~ 억산 ~ 삼지봉 ~ 범봉 ~ 운문산 ~ 가지산 ~ 중봉 ~ 입석봉 ~ 격산 ~ 능동산 ~ 능동2봉 ~ 천황산 ~ 재약산 ~ 죽전마을 ~ 시살등 ~ 함박등 ~ 죽바우등 ~ 채이등 ~ 영축산 ~ 신불재 ~ 신불산 ~ 간월재 ~ 간월산 ~ 배내봉 ~ 배내고개를 지난다.
2시 30분에 일어나 4시 30분 <석골사>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하였다. 아직 동이 트기 전 <석골사 주차장>은 한적했고 2시간 밖에 자지 못해 몽롱한 정신을 핫식스와 캔커피로 바로 잡았다. 첫번째로 올라야 할 산은 <억산>,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인데다 어둑하여 길도 잘 보이지 않았다. 역시나 시작 30분만에 길을 잃고 내가 가는 발걸음이 곧 길이라는 마음으로 트랭글 지도를 펼쳐보며 등로를 찾으러 애썼다. 결국 헤맨지 30여 분 만에 등로를 찾았지만 벌써 온 몸이 땀으로 젖었다.
<석골사>에서 <억산>과 <범봉>의 분기점인 <팔풍재>까지는 2.4km, 억산까지는 3.3km로, 석골사 초입부터 2시간이 걸렸다. 생각보다 억산을 오르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미 날은 밝았고, 억산 정상에서 멀지 않은 곳 산등성이 사이로 운해가 보였다. 몇년간 백패킹을 하면서 <운해>를 보는 건 정말 힘들었었는데, 요즘따라 날씨운이 좋다. 지난 주 지리산 운해에 이어 영남알프스 운해라니.. 정말 행복하다.
하늘과 땅 사이 수많은 명산 중의 명산이라는 뜻 "억만지곤"에서 유래되었다는 <억산>에 드디어 도착했다. 벌써 날은 밝았고 오는길에 <운해>까지 만난 걸 보면 이번 영남알프스 태극종주는 시작부터 너무 좋다. 뾰족뾰족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산 정상은 문득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권력의 의자>를 떠오르게 한다. 그 위세가 남다르다.
정상 동쪽에는 약 130m 높이의 <깨진바위>가 있다는데 이 바위에는 천년 동안 용이 되기위해 수양하던 이무기가 999년 되던 해 대비사 주지스님에게 정체가 발각되어 용이 못되고 밀양 쪽으로 도망가면서 억산 산봉우리를 내리쳐 봉우리가 두개로 갈라졌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산등성이와 그 사이를 유유자적 흐르는 운해가 멋스럽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면 산을 몇시간이고 오르내릴 명분이 충분하다.
억산의 아름다운 정취를 느꼈다면 다음은 <삼지봉>으로 향할 차례다. 억산을 내려오는 길은 또 한폭의 그림같다. <억산>은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산의 위엄과 풍채가 남다르다.
<삼지봉>은 억산에서 <운문산>으로 가는 길목 <범봉> 전에 위치하고 있다.
저 멀리 <운문산>이 보인다. 운문산을 처음 만난 건 2년 전 가을 무렵. 인친님이 올린 가을 단풍 사진 한장에 마음을 뺏겨 무작정 운문산을 찾았는데, 중간에 길을 잃어 얼마나 알바를 했던지.. 결국 운문산 정상 전 삼거리 돌무지 뒤에서 비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정상에서 일출을 맞이했다. 그 때 새벽을 지나던 후레쉬 불빛에 얼마나 간이 서늘했는지.. 지나가던 분들이 텐트를 비추며 한잔 하고 주무시는 아저씨가 있을 거라며 소곤 거리며 지나가는데, 백패킹 시작한지 얼마 안된 그때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억산>을 지나 30분 정도 흘렀을까, 두번째 봉우리 <삼지봉>에 도착했다. 삼지봉은 운문산을 가는 길목, 범봉과 딱밭재 가기 전 위치한 나들길로 소소하게 정상석 인증재미를 붙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상하게도 이렇게 정상석을 만나면 그동안 소비된 에너지가 리셋되는 기분!! 빈번하게 만나는 정상석도 영남알프스 태극종주의 즐거움이다.
<삼지봉>에서 <운문산>까지는 2.5km, 가는 길엔 <범봉>과 <딱밭재>를 지난다. 오동통한 물범을 닮은 <범봉> 정상석은 참 귀엽다. 이름 따라 정상석 돌을 선정했는지 몰라도 <바래봉> 정상석만큼 귀염포스를 뽐낸다.
<범봉>을 지나 <운문산>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딱밭재>를 지난다. 여기부터는 등산객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운문산>까지는 1.8km로 그 길이 참 걷기 좋다. 운문산에서 내려오는 선생님들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묻는다. 석골사에서 출발했다고 하니 좋은 길로 온다고 하신다. 알고보니 석골사에서 운문산으로 바로 올라오는 길이 있었다. 억산을 들렸다 왔다고 말할 걸 그랬다. 억산초입에서 꽤 시간을 지체했었는데...
운문사 방향으로 걷다 문득 뒤를 돌아본다. 푸릇함으로 가득한 길을 굽이굽이 올라왔었나보다. 너무 아름답다.
석골사에서 <운문산>으로 가는 길은 <암릉길>이 존재한다. 신불산 칼바위 능선처럼 험로와 평탄로로 구분되어 있는데, 험로를 선택해서 가본다.
첫번째로 나타난 <암릉>은 그냥 바위다. 험로가 아니다. 살짝 올라서니 이게 험로인가 싶을만큼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바위에 올라서면 조망이 엄청나다. 굽이쳐 흐르는 산등성이와 그 아래 위치한 소박한 마을들, 굽이쳐 흐르는 구름까지.. 황홀한 자태를 뽑낸다.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사진을 꼭 찍어야 한다.
두번째 <암릉>은 엄청나다. 바위 위로 올라가기 위한 쇠줄이 하나 걸려있는데, 보기보다 무섭다. 밧줄이 아닌 쇠줄이라 장갑없이 맨손으로 오르면 미끄러질 듯 아슬아슬하다. 박배낭을 맨 터라 조금 더 긴장감이 배가 된다. 바위에 올라서게 되면 또 한번의 장관을 만나게 되는데, 이번에는 바위 위에 서있기가 무섭다. 얼른 사진 한장을 찍은 후 후덜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킨 후 내려온다.
계속 험로라 일컫는 <암릉길>을 전진하면 잘 정비된 계단을 만나고 그 끝에 운문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 나의 <돌무지 삼거리>를 만나게 된다.
나의 추억이 담긴 운문산 정상 100m 전, 운문산 등로를 헤매다 결국 해가 져 여기서 하룻밤을 보냈었던 곳... 백패킹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혼자서 이리저리 해보느라 집도 잘 짓지 못해 흐느적 거리는 1인용 피엘라벤 아비스코 라이트에서 잠을 잘 못이루며 지나가는 후레쉬 불빛에 후덜거렸던 기억이 난다. 누구나 처음이란게 있는 만큼 그 때의 내가 참 귀엽고 용감하다.
정상 부근 등로에는 아직 지지 않은 산철쭉이 무성하다. 특히 이 연분홍 철쭉을 나는 사랑한다. 진달래와 다르게 철쭉은 꽃잎에 검은 점이 있다. 그리고 진달래가 질 무렵 철쭉이 피기 시작하며 <연달래>라 불리기도 한단다.
연달래가 정상부근임을 알리는 미소를 띄우면 운문산 정상에 도착한다. <영남알프스 1,000고지 9봉> 중 첫번째 정상석이다. 물론 작년 영남알프스 9봉을 인증하여 메달을 받았다. 그치만 이번엔 9개 정상석이 그려진 뺏지가 탐이 나 다시 재인증하게 되었다. 이번 태극종주가 끝나면 7개를 한번에 인증할 수 있다.
오늘 날씨가 어마무시 퍼펙트하다. 시야도 엄청나고, 그 색감도 뛰어나다. 이런 날 태극종주를 하게 된 건 정말 행운이다.
미리 얼려 온 환타를 꺼내 마신다. 등산하면서 마시는 탄산 특히 얼음끼가 살짝 있는 슬러시 탄산의 맛은 천상이다. 1만원을 주고 사먹을 수 있다며 기꺼이 헌납할 수 있다.
<운문산>에서 가야할 <가지산>까지는 꽤 거리가 먼 5.5km이다. 운문산에서 가지산 가는 길은 생각보다 지루하다. 마지막 300m 가량을 제외하면 조망도 그닥 좋지 못하다. 그치만 익숙한 <석남터널 ~ 중봉 ~ 가지산> 등로보다 걷기 좋은 순로이며 마지막 헬기장을 지나 정상으로 가는 길이 사랑스럽다. <운문산 ~ 가지산>을 연계해 산행한다면 운문산, 가지산을 따로 가는 것보다 더 걷기좋고 볼 것도 많을 듯 하다.
앞으로 가야할 <가지산>이 보인다. 뾰족히 솟아있는 <가지산 정상>이 나를 부른다. 그리고 정상 옆 <가지산장>에서 오늘의 점심을 해결하리라.. 막걸리 한잔과 두부김치, 그리고 산장라면까지.. 생각만해도 행복하다.
운문산을 내려가다보면 운문산 정상에서 만났던 풍경을 그대로 보고 갈 수 있다. 나무 계단으로 정비된 등로 또한 순탄하다.
많은 분들이 이곳 상양마을에서 운문산으로 올라오시더라. 운문산은 <운문사>로만 올라가는 줄 알았는데, <석골사>에서, <상양마을>에서 올라갈 수 있다는 걸 오늘 알게 되었다. 내려오는 길 블랙야크 100대 명산 97좌를 하셨다는 선생님을 만났는데, 10년간 100대명산을 하시다가 이번에 끝내시고자 마음을 먹으셨다며 곧 100좌를 달성하실 예정이란다. 1일 3산 하시고 그러셨다는데 열정이 대단하시다. <상양마을>로 내려가시는 선생님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이제 <가지산>으로 향한다.
올라가는 길에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동굴을 만났다. 더위를 식힐 겸 근처로 다가가는데 호랑이라도 나올까 무서워 주춤한다. 하도 주변에서 멧돼지, 반달곰, 호랑이 이야기를 많이 해서 혹시나 만날까봐 지레 겁을 먹고 도망칠 준비를 한다. 한번쯤은 보고 싶지만 오늘은 아니였으면 한다.
1,000m 쯤 올라오면 역시 엄청난 조망을 마주한다. 저 골짜기 끄트머리에 누가 살고 있을까. 이렇게 엄청난 산들로 둘러싸인 마을에 사는 기분은 어떨까. 궁금해지고 부러워지는 날이다.
가지산을 향해 걷다보면 <백운산>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경로도 만난다. 백운산은 가보지 못했는데, 조만간 여유로울때 한번 다녀와야 겠다.
높이 세워진 입석을 넘어 걷다보면 어느덧 가지산 정상이 성큼 눈앞에 다가온다. 엄마의 가슴마냥 둥그런 따뜻함이 느껴질 듯 하면서도 딱딱함이 묻어나는 정상이다.
가지산 정상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설렘과 허기진 배를 채울 가지산장이 나를 부른다는 생각에 그 동안 걸어왔던 10여km의 힘듦이 새털구름 가득한 하늘로 날아간다.
저 멀리 바람에 날리우는 태극기의 위상과 정상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리는 듯 하다. <가지산>은 영남알프스 1,000고지 9봉 중 가장 높은 고도를 자랑한다.
나도 정상석 인증을 한다. 가지산의 정상석은 2개이며, 나는 태극기 아래에서 다소곶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상석을 더 사랑한다. 클래식함이 묻어나는 고즈넉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물론 다른 정상석도 인증한다. 정상석 두 곳 모두를 찍고싶어하는 나는 욕심쟁이다.
정상석 인증도 했으니, 이제 <가지산장>에서 허기진 배를 채울 차례다. 가지산을 여러번 와봤지만 가지산장은 처음이다. 이 곳이 라면 맛집이란 건 익히 정평이 나 있다.
오늘은 몽땅 다 먹는다. 산장라면, 두부김치 그리고 막걸리까지.. 마이구미와 샌드위치로 아침을 때운 후 멋는 제대로된 식사다. 등산하면서 늘 초콜릿바, 마이구미, 삼각김밥이 주를 이루는데, 이런 제대로된 맛을 종주기간내 즐길 수 있다니, 영남알프스만의 또다른 장점이다. 가는 곳곳 산장이 있다. 가지산 <가지산장>, <가지산 매점> 천황산 <샘물상회>, 재약산 하산길의 <매점>까지.. 음료수, 아이스크림, 맥주, 막걸리, 두부김치, 라면 등 많은 맛거리를 느낄 수 있다.
저 <가지산 막걸리 - 순희>는 처음 마셔봤는데, 탄산이 하나도 없고 부드러워 전혀 거부감이 없다. 파스퇴르로 만들었다는데 진짜 맛있었다. 저 두부김치도 일반 김치와 같이 나온 반찬이 너무 맛있어서 담번에 또 먹으러 가리라 다짐한다.
가지산 정상에서 <중봉>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은 익히 조망이 죽여준다. 오늘은 날씨까지 플러스라 어떻게 찍어도 멋진 사진이다. 정상에서 내려가기 전 한 장 박아본다.
내려가는 길은 돌바닥이라 조심해야 한다. 특히 경사가 심해 이번 산행 처음으로 스틱을 꺼내들었다. 내려가는 길에 만난 중봉에는 싸온 도시락을 맛나게 먹는 귀욤둥이들이 한가득이다. 요즘 어린이도 등산이 대세인가 보다.
내려가다보면 <가지산 매점>을 만난다. 이 곳에서 <아이스크림> 푯말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당연히 아이스크림 한입 물고 간다.
저 <깐도리> 아이스크림 딱 1종이지만, 팥 아이스크림이라 에너지가 금세 업된다. 추억의 아이스크림이라는데, 나는 오늘 초면이다. 근데 너 좀 맛있다 깐도리.. 담에 또 사먹으러 와야지!!
깐도리와 이별을 고하고, <능동산> 방향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가지산 <입석봉>을 만난다. 입석봉은 이전 <입석대>를 초입으로 한 가지산 산행에서 이미 만난 적이 있다. 다만 오늘은 입석대가 아닌 <입석봉>만 지나치게 된다.
입석봉을 지나 <영남알프스 환종주>의 초입, 능동산으로 가는 길에 <격산>을 경유한다. 가지산에서 능동산으로 가는 길은 처음이라 격산의 <떡봉>이 생소하다. 처음 뵙겠습니다.
격산을 지나 능동산을 가는 길은 평탄하다. 다만 그동안 걸은 거리가 길어 다리가 아파온다.
굽이굽이 가다보면, 익숙한 능동산 오름 계단길이 나온다. 그리고 이내 곧 <능동산> 정상에 도착한다.
근 6개월 만인가?! 만나서 반가워~ <능동산> 정상석 시멘트 부분에 개미가 득실거린다. 정상석 아래 구멍에 개미굴을 만들었나보다. 잠깐 목을 축이고 <능동2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능동산을 지나 이제 <능동2봉>으로 향한다. <능동2봉>은 지나치기 쉽다. 나도 지나쳤으니깐..
저 멀리 <재약산>이 보인다. <천황산>은 아마 우측에 가려 있겠지.
<천황산>에서 1박을 하기로 하고 부족한 물을 보충하러 <약수터>로 내려간다. 약수터에서 만난 선생님은 이미 2시 무렵 <재약산>으로 향하는 서울팀이 있어 그곳 데크는 자리가 없으며, <천황산>과 <천황재>에도 박배낭을 맨 일행이 4시 무렵 자리를 잡았다고 하시면서, 천황산 지나 300m 지점, 소나무 밑 자리를 추천해주셨다. 나중에 가서 알았지만 그 자리도 이미 만석이었다.
<천황산>까지 5.4km, <샘물상회>는 3.6km 남았다. 오늘 샘물상회는 이미 문을 닫았음이 분명하다. 해지기 전까지 <천황산>에 도착하는 게 목표다.
임도를 따라 가다보면 우측을 자세히 보아야 한다. <능동2봉> 들머리를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지나치는 바람에 다시 돌아가서 <능동2봉> 들머리를 찾아 올라갔다. 이런 수고를 잘 한 만큼 <능동2봉> 정상은 값어치가 있다. 정상석 뒤에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절묘하게 <가지산> 정상이 조망되기 때문이다. 꼭 보러가보길 권한다. 멋진 곳이다.
내려오는 길 저 멀리 <재약산>이 보인다. <천황산>은 여전히 가려있다.
<천황산> 케이블카 입구를 지난다. 케이블카 덕분에 <천황산>과 <재약산>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특히 <천황산>이 6개월 전에 비해 참 많이 변했다는 걸 느꼈다. 황량했던 그 느낌이 사라지고 이제 갓 입학한 대학교 여대생의 풋풋함이 느껴진다.
<재약산> 우측편에 <천황산>이 보인다. 천황산이 이렇게나 멀리 있었었나, 7시가 다 되어 갈 무렵, 일몰을 30여 분 남겨두고 마음이 급해진다. 얼른 정상으로 올라가 황홀한 해질녘을 맞이하고 싶은데..
이제 겨우 <샘물상회>를 만났다. 시간이 늦은 지라 이미 문은 닫은 뒤였다. 6개월 전 여기서 먹은 두부김치와 막걸리의 맛이 기억난다.
<천황산> 들머리다. 벌써 개와 늑대의 시간이 시작됬다. 조망이 조금이라도 트이는 곳으로 올라가려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 해가 지기 시작한다. 다리는 무겁고 해는 지고 미치겠다는 마음 뿐이다.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주길 간절히 바라고 바랐다.
와 겨우 조망이 터지는 곳에 도착했다. 다행이 일몰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1박 2일 태극종주의 유일한 일몰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감격스런 <천황산> 일몰을 감상한 후, 정상으로 향했다. 이미 데크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고, 평평한 곳에서 이 피곤함을 풀 나만의 자리가 있기를 바랐다.
<천황산> 정상석 인증을 마치고, 정상 부근 평평한 박지를 찾아 집을 지었다. 오늘 하루 26km를 14시간 걸으면서 힘도 들었지만 순간순간 아름다움을 품은 영남알프스 봉우리 덕택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얼굴과 온 몸이 땀으로 쩔고 표정에는 힘듦이 가득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좋았다 저 순간이..
오늘은 이 곳에서 마무리 하고자 한다. 간단히 삼각김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피곤한 나머지 일찍 잠이 들었다.
2일차 산행기는 다음 게시글을 참고하시길 바라며, 오늘 1일차 태극종주 후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