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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ㅣOUTDOOR

지리산 : 추성리 ~ 국골 ~ 날끝산막골 ~ 두류봉 ~ 영랑대 ~ 두류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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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5. 1. ~ 2.

추성리 ~ 국골 ~ 날끝산막골 ~ 두류봉 ~ 영랑대 ~ 두류능선 (총 산행시간 16시간)


영랑대



석가탄신일, 근로자의 날과 어린이날을 맞아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 6일간 거의 매일 산을 탔다. 그 중 내가 정말 마음에 그리고 그리면서 끊임없이 블로그를 보고 사진을 캡쳐하면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지리산 국골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근 한 달 정도를 혼자 갈 수 있을까, 잘 찾아갈 수 있을까란 생각으로 찾고 찾았지만 오룩스 없이 지도와 사진에 의지해 찾아간다는 건 쉽지 않았다. 사실 국골에 진입하기까지 1시간 넘게 알바를 했었고, 나중에 초암능선을 통해 내려와 산행을 마무리할때 쯤 국골진입방법을 알게 되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어서 여길 오게 된다면 더 쉽게 진입할 수 있을 듯 하다.


추성리 ~ 국골 ~ 두류봉 ~ 영랑대 ~ 두류능선 ~ 추성리



4월 30일 화왕산에서 백패킹을 한터라 빠르게 출발한다고 했는데, 어느덧 9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추성리>에 도착했고 <두리봉펜션>을 내비게이션에 찍었더니 <추성리 주차장>에서 도저히 차로 올라갈 수 없는 골목길로 인도를 했다. 할 수 없이 몇번의 검색을 통해 <광점동>을 지나 <두리봉펜션>을 찍고 임도 커브길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면 좀 더 국골에 쉽게 진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임도 커브길



차를 주차하고 대체 어디로 올라가야하는지 몰라 몇번의 검색을 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개집이 보이지 않아 그냥 무작정 사람들 발길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늘 지리산은 출입금지 푯말이 붙은 곳이 주로 등로인 것을 착안해서 표지판의 길목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 들머리


지리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반달가슴곰 출현주의 플래카드가 여기도 걸려있다. 신기한건 이 플래카드가 색깔별로 구분되어 있는데 이 곳은 노란색이다. 반달이가 초암능선은 별로 좋아하지 않나 보다.





등산 초입부터 뱀이 나타났다. 살짝 심장이 철렁했는데, 다행히 이아이도 나와 대적하고 싶지는 않은지 스멀스멀 자리를 피하고 서있길래, 나도 조심조심 그 자리를 지나쳤다. 사진으로 다시보니 꽤 몸길이가 길어 소름이 끼쳤다.




산에 올라서긴 했지만 길을 아무리 찾아도 모르겠어서 이리저리 몇번 알바를 하고 길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곳은 걸어다녀봤는데, 도무지 잘 모르겠어서 무작정 계곡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파란 창고가 보이고, 창고쪽으로 가야 한다는 블로그 글이 기억이 나 없는 길로 무작정 계곡방향으로 나섰다. 가시나무가 어찌나 많은지 팔과 다리가 긁히고 가방이 걸리고 넘어지고 혼자 온갖 생쇼를 다 한 끝에 드디어 계곡가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얼마나 행복하던지 1시간의 힘든 기억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겨우 국골초입을 찾았을 뿐인데 너무 신나서 일단 등산화부터 벗고 발을 담궜다. 그리고 콜라 한 캔을 쉴새없이 들이켰다. 이미 식을대로 식은 콜라지만 이미 국골의 청량함에 취해있는 나로서는 살얼음 낀 콜라슬러시마냥 행복하고 또 행복했다.





사실 <국골>에 오고 싶었지 국골을 통해 <두류봉>으로 가서 <초암능선>을 타고 내려올지, <촛대봉으>로 가서 <두류능선>을 탈지 큰 생각이 없었다. 단지 골짜기에서 봉우리로 오르는 길이 상대적으로 험하지 않다는 <국골사거리> 방향을 선택했고, 계곡 합수부에서 무조건 왼쪽길을 택하라는 것만 기억하며 걸었다. 그리고 이 산행의 목적은 골짜기 내에 있는 무수히 많은 폭포를 보는 것이며, 특히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이끼폭포>가 최우선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영랑대>에서 일몰 또는 일출을 본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산행을 늦게 시작한터라 아무래도 거기까지 올라가진 못할 거 같았다.






국골은 내게 천국이었다. 지리산이 내게 산행의 행복을 가져다 준 뜻밖의 선물이라면, 지리산 국골은 천상 어디쯤에서 내려온 하나의 구원같은 존재랄까.. 왜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고 들어서게 했는지 열어서는 안될 판도라의 상자를 연 느낌이랄까..
나는 이제 이 곳을 알 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가서도 안 될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더 굽이굽이 지리산에 발을 들이고 싶어졌다. 큰일이다. 규칙과 규율에 익숙하며 다른 이에게 피해주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나인데, 금지된 곳이 주는 달콤한 초콜릿을 한 입 베어문 느낌이다. 황홀하다.




골짜기를 걸으며 느낀 거지만 5월 5일 생일맞이 나에게 선물한 저 <캠프라인 헬리오스>는 투박한데다 발바닥에 불이나도록 딱딱했지만 바위의 접지력 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호카>에게서 느끼지 못한 그 <접지력>이란.. 왜 어르신들이 이 신발을 선호하는지 알 거 같았다. 역시 어르신들의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다들 이름이 있겠지만 나에겐 불리운 적 없는 무명의 폭포들이 무수히 인사를 건넸다. 그들도 내가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저 국골 개개의 물줄기에 불과하겠지만 누군가들은 그들에게 분명 이름을 지어주며 부르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하늘에 떠 있는 별 하나하나에도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세계인들의 심리를 모르는 바 아니기에, 이들 하나하나 그 이름이 이을 터지만 지금은 그들에게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시원한 물줄기로 나를 반길 뿐이다.



내 최애 스웨덴 아비스코 물병에 폭포를 담아본다.



국골을 올라갈수록 손이 닳을 듯 닳이지 않는 곳에 선구자의 흔적이 보인다. 붉게 때로는 노랗게 흩날리고 있는 산행리본, 일명 시그널이다. 평소 그렇게 쓰레기처럼 보이던 저 시그널이 이 곳에서는 너무 감사하게 보인다. 조금더 많이 조금더 자주 보고싶은 나만의 표지판이요, 안내자이다. 몇 군데 다녀보진 않았지만 익숙한 이름이 보인다. 저 <뽓대>라는 리본도 꽤 많이 봤는데, 지리99 홈페이지에서도 산행기를 읽은 적이 있다. 지리산을 참 사랑하시는 분이 틀림없다.






끊임없는 폭포의 향연이 펼쳐진다. 물줄기 하나하나가 활어마냥 살아 숨쉰다. 평소 산에서 쉬이 볼 수 없는 폭포를 여기는 질릴 만큼 볼 수 있다. 다만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벌레 50여 마리와 산행내내 함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정말 1초도 떨어지지 않아 나중에는 그냥 무시하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여간 귀찮은 존재가 아니다.





계속 돌을 밟으며 올라간다. 이 곳에 오고싶어 3~4월 얼음이 녹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리고 이윽고 새로운 푸릇함이 돋아나 완전히 미끄러움이 가신 뒤에야 이 곳에 왔다. 걸음 하나하나 조심조심 옮긴다. 왜냐하면 내가 다친다면 아무도 도와줄 이가 없기 때문이다. 평소 혼산을 주로 하는 나로서는 위험한 행동은 일절 하지 않는다. 늘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합수부가 나올 때마다 왼쪽길을 선택한다. 때로는 폭포가 나를 가로막을때는 능선쪽으로 돌아가지만 되도록이면 계곡을 오를려고 한다. 쉬이 내게 허락되지 않는 이 길을 온전히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다행히 드문드문 선구자의 흔적을 쫒으며 시원한 산행을 이어간다.




저 멀리 능선이 보인다. <촛대봉>이겠거니, 생각하며 국골에서 촛대봉으로 오르는 길은 험로라 가히 도전하지 않는다. 그냥 신기하다 골짜기를 통해 능선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산행생활에 <전환점>을 맞이하는 순간이다.





또다른 폭포를 만나고 만나고 만난다. 또, 또, 또 나온다. 이제는 감탄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을 만큼, 사진 찍는 것이 번거로울 만큼 많이 나온다. 하지만 아직 내가 기다리고 있는 이끼폭포는 더 가야 한다. 주인공은 나중에 나타나는 법이다.





그리고 드디어 5시가 넘어서야 내가 그리도 보고싶었던 <이끼폭포>가 나타났다. 생각보다 사이즈는 작았지만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바위의 기하학적인 모양에 한번,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만드는 시원함에 또한번 마음이 홀려버렸다. 찍고 싶었다. 이끼폭포앞에서 아주 예쁜 모습으로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나는 녹초가 되었고 내 얼굴은 이미 땀에 쩔어 있었다. 멋진 자연에서 늘 나는 못생긴 모습이다.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 내 모습이 초라한 건지, 아니면 정말 내 자신이 초라한건지..
인스타그램을 통해 늘 정상에서 예쁜 모습으로 사진을 남기는 인스스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바람과 땀에 망가질대로 망가진 내 머리와 얼굴을 보며 꼭 다음에는 예쁜 모습으로 이 곳을 다시 찾기로 한다.



그리고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모자로 나의 초라함을 가리고 이끼폭포에게 아름다움을 몰아준다. 다음에는 이끼폭포가 나에게 아름다움을 몰아 주는 날이 오기를.. 이끼폭포가 나타난 다는 것은 이제 날끝산막골 끄트머리에 거의 다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가기 위해서는 저 이끼폭포를 밟고 넘어야 한다. 주위로 다른 길을 찾았지만 도무지 오를길이 없다. 저 이끼폭포의 계단을 밝고 올라선다. 그러다 온 몸이 젖었다. 심지어 신발까지 물이 들어갔다. 젠장.. 이끼폭포 쉬이 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제 국골사거리로 올라가기 위해 무작정 능선을 올라타야 한다. 하지만 시간은 이미 6시가 넘고,, 해가지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진다. 해지기전에 능선에 올라야 하는데 도무지 길을 찾지 못하겠다. 시그널이 보이지 않는다. 큰일이다.




골짜기 왼쪽으로 시그널을 찾는다. 보물찾기마냥 그 노란빛이 보이지 않는다. 큰일이다. 그냥 무작정 네이버지도를 열어 두류봉방향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결국 해가 진다. 다급한 나머지 전화를 건다. 상대방은 내게 욕을 한바가지 쏟는다. 어쩔 수 없다 지금 나를 도와줄 유일한 사람이다. 두류봉으로 올라가라는 그 친구의 말을 듣고 무작정 어둠을 헤친다. 그러다 더이상 가는건 무리인 듯 하여 결국 두류봉을 눈 앞에 두고 어느 산 중턱에 집을 펼친다. 오랜만에 다리가 욱신욱신하다. 이 욱신거림이 좋다. 밥먹기를 포기하고 그냥 잔다. 집을 피칭하지도 못했다. 꽂아도 흘러내릴 뿐이다. 그냥 바람이 불지 않기만을 바라며 잠이 들었다. 젖은 옷이 밤새 말려지기를 바라면서..





다음 날 해가 뜨고, 날이 좋아 일출이 잘 보였겠지만 산 기슭에서 그 일출이 보일리가 없다. 나는 그저 날이 밝았음을 인지하고 7시 30분 쯤 집을 정리하여 두류봉으로 오른다. 아니 그냥 두류봉 방향으로 무조건 올라간다. 길은 없다. 내가 걷는 곳이 곧 길이다. 30분 쯤 올랐을까, 잔목들이 보이고 어느덧 능선에 올랐다. 능선에 오르니 길이 보인다. 신기하다. 이 길을 예전에는 많이 올랐겠지.. 그리고 지금도 지나가지 않은 듯이 몇몇 사람들은 지나치고 있다. 아니온듯 다녀가는 사람, 그 어감이 좋다.


두류봉을 향하는 초암능선



드디어 국골과 두류능선, 그리고 그 뒤로 굽이굽이 보이는 능선들의 출렁거림이 펼쳐진다. 아직 그들의 이름은 알지 못하지만 그들이 참 아름답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걸 느끼고 있는 지금 이순간 그리고 그들과 조우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꼭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꼭 저 출렁거리는 능선 뒤로 넘어가는 붉으스름한 하루의 마무리를 느끼고 싶다. 그게 이 곳을 다시와야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올해가 가기전에 꼭 다시 와야겠다.



두류능선 - 국골 - 초암능선



갑자기 사람이 보인다. 나도 모르게 헉 소리가 났다. 다행히 일반인이라고 말한 아저씨는 여기서 일출을 본듯 했다. 그리곤 나에게 혼자왔냐고 물었다. 누구나 그렇든 지리산 특히 이곳은 혼자오면 위험하다고 한다. 늘 듣는 말이다. 네 다음번에는 다른 사람들과 꼭 오겠습니다. 그리고 이 곳이 <영랑대>냐고 나는 물었고, 그렇다고 그는 답했다. 친절한 그는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바로 눈앞에 있는 상봉, 중봉, 하봉과 한번, 그리고 두류능선 초암능선 사이 추성리 마을이 보이는 국골을 배경으로 한컷.. 사진은 못찍을거라는 아재 선입견을 빗겨가듯 그는 아주 멋지게 내 사진을 남겨주셨다.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잔과 삼각김밥을 선물로 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젖은 신발과 양말에 내 발은 이미 축축해 있었고 그에게 청량한 지리산 공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차가운 바위를 느낀 내 발은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나야말로 두 발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넨다. 내 다리에게도 내 어깨에게도... 한동안 이 바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귀로는 촉촉한 음악을 듣고 피부로는 시원한 바람과 바위의 촉감을 느끼며 그렇게 그렇게 30여 분을 즐겼다.



영랑대에서 만난 그가 찍어준 사진



여긴 이렇게 조용한데, 저 멀리 보이는 상봉에서는 어제 헬기사고가 발생해 안타까운 노부부가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그 잔재를 치우느라 헬기가 계속 상봉과 중봉을 오갔다. 신기했다. 이 곳은 이리도 조용한데 저곳은 분주히 아주 분주히 무언가가 행해진다. 헬기사고로 천왕봉이 막혀있지 않았다면 충분히 하봉을 거쳐 천왕봉으로 갈 수 있었으리라.. 그만큼 바로 눈앞에 있었다. 지리산 최고봉이..




지리산 상봉과 중봉
상봉과 중봉을 배경으로 영랑대에서


1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영랑대를 떠나 다시 두류봉으로 그리고 초암능선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영랑대에서 만난 아재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무조건 직진해서 내려가라고 했다. 옆으로 빠지는 길이 많고 중간에 산사태로 길이 무너져 있다며 조심해서 내려가라고 당부했다.






몇개의 산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시그널이 보이긴 했지만 산발적이었고, 계속 다른길을 알려줘서 몇번을 내려갔다 올라갔다 알바를 2시간 가량 한 거 같다.





그리고 4시가 다 되어갈 무렵에서야 처음 들머리 두리봉펜션 임도부근으로 내려왔고, 신기하게도 처음 산행 들머리와 연결되어 있었다. 내가 처음 시작한 곳이 초암능선 들머리였나보다. 내려가는 길에 국골로 빠지는 길도 시그널이 표시되어 있었다. 왜 이상한 방향으로 발을 옮겼는지 이 산행이 다 끝나서야 알게 되었다. 다시 간다면 더 빨리 국골로 진입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렇게 내가 1달 가량을 고민하며 가고싶었던 그 곳을 무사히 다녀왔다. 지나쳤던 무수히 많은 폭포들을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날의 설렘, 두려움, 안도감, 욱신거림, 환희, 감사함을 가슴 한 켠에 간직한다. 그리고 또 다시 그 곳을 방문할 때 그 모든 감정을 다시금 꺼내 하나하나씩 맛볼 수 있기를 바라며.. 도와준 친구와 아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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