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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ㅣOUTDOOR

지리산 : 새재 ~ 무제치기폭포 ~ 치밭목대피소 ~ 써리봉 ~ 중봉 ~ 천왕봉 ~ 제석봉 ~ 장터목대피소 ~ 중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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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5. 16.

 

지리산 새재 - 무제치기 폭포 - 치밭목대피소 - 써리봉 -중봉 - 천왕봉 - 제석봉 - 장터목대피소 - 중산리탐방지원센터

소요시간 7시간 

 

 

 

인스타그램을 통해 <무제치기 폭포>를 처음 만났다. 사실 여행을 할 만큼 해봤다고 생각하며 유럽, 남미, 동남아, 심지어 제주도까지 폭포란 폭포는 많이 본 나였는데, 이 3단 폭포를 직접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인친님께서 추천코스도 알려주셔서 주말에 폭포도 볼겸, 오랜만에 지리산도 만날겸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에 울산을 출발했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참 부지런하다. 사실 당일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아침 일찍 일어나 출발해야 한다는 거다. 지리산 대피소가 코로나 때문에 닫혀 있어 어쩔 수 없이 4시에 일어나고자 맘먹었었는데 결국은 1시간 늦잠을 잤다. 그래도 참 내 자신이 대단하다. 지리산 만큼은 좋아하는게 확실한가 보다. 

 

8시 30분 즈음, <중산리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사실 오는 길에 덕산개인택시에 연락해 8시 40분까지 중산리로 와달라고 연락한 터였다. 중산리에서 새재까지 택시비는 4만5천원을 부르셨는데, 혼자여서 좀 부담스럽다고 하니 친절한 기사님께서 5천원을 깎아주셨다. 

 

그렇게 <중산리탐방지원센터>와 <중산리버스정류장> 중간 즈음 코너에 차를 세우고, 택시를 기다렸다. 5분 후 기사님이 오셨는데 새재까지 가는길에 이러저러 얘기를 나누다 기사님 따님이 나처럼 여행, 캠핑, 등산을 좋아하는데다 지난 주 경주에 계획없이 같이 다녀오셨다고... 참 부러운 부녀사이이다. 심지어 기사님은 펜션을 경영하면서 곶감을 판매하시고 계셨는데, 새재로 가는 길목에 들러 내게 그 값진 덕산곶감을 많이도 주셨다. 정말 감사하다. 

 

덕산곶감 _ 산행내내 맛있게 먹았다

 

오랜만에 <대원사계곡길>을 지나, 대원사를 넘어 대원사 둘레길을 지나 굽이굽이 올라가니 드디어 <새재마을>에 도착했다. 오는길에 지리산 자락에 살고 싶다는 내 말에 기사님은 현실적인 조언으로 평당 1천1백만원은 생각하고 와야 된다고 하셨다. 돈을 많이 벌어야 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이 넓은 땅에 내 몸 누일 집 하나 없을까란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기사님 명함과 연락처는 블로그 하단에 게시해두겠다. 곶감을 받아서가 아니고 참 좋으신 분이셨다. 우리 아버지였으면 좋을만큼..

 

<새재마을>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등산로 입구 푯말은 작으만하게 놓여있었고 기사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산행을 시작하였다. 탐방로 안내판이 놓여 있었고, 오늘은 <새재>에서 <용수봉삼거리>를 지나 <무제치기폭포>를 신나게 즐긴 후, 달뜨기능선의 아픈 사연이 담긴 <치밭목대피소>를 거쳐 <써리봉> <중봉> 그리고 <천왕봉> <제석봉>을 거쳐 >장터목대피소>로 하산하는 16km 코스이다. 사실 <무제치기 폭포>를 보기 위한 코스라고 할 수 있다. 

 

 

들머리를 지나면 계곡길에 놓인 다리를 만난다. 처음부터 시원한 물줄기를 만나 기분이 좋다. 아침부터 날씨가 흐려 비가오면 어쩌나 조마조마 했는데, 다행히 조금씩 조금씩 개었다.

 

 

들머리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한눈에 봐도 싱그러운 초록빛의 낙원이 펼쳐진다. 이 코스가 이렇게 예쁜 곳이었단 걸 진작 알았다면 매번 중산리의 로타리대피소나 장터목대피소 쪽으로 올라가지 않았을텐데.. 이제부터 산청쪽에서 지리산을 오른다면 들머리는 이곳으로 낙점!!

 

 

요즘 나이가 들었는지 초록색이 너무 좋다. 특히 돌에 붙어있는 연둣빛의 이끼들.. 자기를 밟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이 한껏 위세를 내세우며 밝기라도 할 시 비브람창을 가진 등산화를 밀어내버린다. 잘못하다 뒤로 넘어지만 머리를 다치고 앞으로 넘어지먼 무릎을 꿇기 십상이다. 무시무시한 녀석들이다.

 

 

 

어제 한바탕 비가 쏟아져서 그런지  탐방로 바위 사이사이로 시원한 물이 흐른다. 물을 밟을까 돌을 밟을까 미끄러지지나 않을까 조심조심 사뿐사뿐 총총거림을 즐긴다. 그러다 오르막길에는 혹시 넘어질지 몰라 최고급스틱 해주 손을 집는다. 스틱보다 손이 편한 나는 늘 주변에서 스틱사용의 필요성을 무시한채 세발로 네발로 올라간다. 등산의 클래식함을 즐기는 나다.

 

 

계곡을 왼편에 두고 계속 오르다보면 계속 골짜기로 오르고픈 욕망이 끓는다. 그래서 가끔은 금줄을 넘어 계곡길을 오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등로로 올라선다. 신발을 다른걸 신고 올 걸 그랬다. 이렇게 한적하고 조용했다면 시원함을 조금 더 느껴도 되었을텐데... 비가 조금만와도 이 코스는 제한되는지, 올라가는 길목마다 물이 범람했다면 돌아서 가라는 표지판이 서있다. 심지어 아래 사진도 탐방로에 갑작스레 형성된 계곡이다. 너무 좋다.

 

 

이산저산 불꽃처럼 번지던 봄꽃들을 시기라도 하듯 여름이 성큼 달려들기 시작했다. 내 얼굴과 몸에 구슬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귓가에는 벌레가 자기를 쳐다봐달라는 듯이 웅얼되고 심심한 산행에 산우라도 되고 싶은 듯 끈덕지게 나를 놓지 않는다. 그래 같이 가자. 이 곳이 나만을 위한 지리산이 아니니 너를 조금은 귀찮지만 데리고 가줄게. 내가 허락한 것을 눈치챘는지 끊임없이 나를 산행내내 괴롭혔다.

 

 

살짝 금줄을 넘어 계곡을 오르고 있는데, 작은 다리가 보인다. <무제치기교>는 아직 아닌데,,  다시 등로로 올라가 다리를 건너간다. 정말 온 세상이 푸른빛으로 가득하다. 싱그럽다. 그 속에 있는 나마저도 싱그럽다고 착각할 만큼..

 

 

 

새재에서 3km 지점인 <용수동 삼거리>에 도착했다. <대원사>로 갈지 <새재>로 갈지 결정해야하는 장소이다. 이 위치까지 온 사람들은 거의 화대종주 막바지의 등산객들이 많은 터라 대원사로 하산하겠지만, 살방살방 마무리를 하고 싶다면 새재가 좋을터.. 아니면 나처럼 새재에서 출발해서 천왕봉으로 가는 것도 추천한다. 나는 너무 좋았으니깐...

 

용수동 삼거리

 

<용수동 삼거리>에서 1.8km 지점에 위치한 <무제치기 폭포>로 향한다. 사실 <무제치기교>는 등로에 위치하고 있지만, 무제치기폭포는 지나치기 쉬워 정신을 곧추세운다. 계곡물이 한층 더 거세지고, 등로에도 물이 졸졸 흐른다. 여기가 등로가 맞나 싶을만큼 물로 흥건하다. 

 

탐방로

드디어 <무제치기교>에 도착했다. 신기하게 탐방로 안내표지판에는 <무제치기>라고 적혀 있는데, 다리에는 <무재치기>라고 적혀 있다. "제"와 "재" 대체 어느게 맞는 건지... 

 

무제치기교

 

이 곳을 찾아오기 전 다른 블로그에서 <무제치기교>를 지나면 <무제치기폭포>로 향하는 이정표가 보였었는데, 다리를 지나도 나오지 않아 마음이 불안하다. 그래서 할수 없이 금줄을 넘어 물소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보기로 한다. 이내 곧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마음이 쿵쾅쿵쾅 실물영접에 몸둘바를 모르겠다.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그 자태가 한눈에 봐도 웅장하다. 예사 폭포가 아님을 단번에 알았다. 

 

 

 

<무제치기폭포>에 드디어 도착했다. 오늘 이시간만큼은 온전히 나만을 위한 폭포다. 폭포또한 나를 위해 물방울을 날리고, 그 시원함을 오롯히 나만히 느낀다. 

 

무제치기폭포

 

<무제치기폭포>는 3단으로 물방울을 날려서 "스스로 무지개를 만드는(치는) 폭포"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써리봉>에서 발원해 <치밭목대피소> 아래 해발 1,000m에 위차하여 40여m의 거대한 암벽이 3단으로 이루고 있다. 과거 가야국의 우륵이 이 곳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에 맞추어 나무에 매단 실을 튕겨가며 가야금을 만들었다고 전한다. 

 

 

 

이번 산행의 목표가 <무제치기폭포>인 만큼 온전히 즐기고자 휴식을 취한다. 아침에 택시기사님이 주신 값진 덕산곶감와 편의점 김밥, 캔커피 그리고 지난 지리산서북능선 세동치에서 산 복분자까지.. 풍성한 점심이다. 

 

허기를 채운 후 폭포의 2층으로 올라가본다. 제일 하단에서만 즐기기보다는 2층으로 올라가보라는 추천에 따라 폭포 왼쪽으로 조금씩 올라간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지나간 발자국이 보인다. 다들 아래에서 보기에는 서운했나 보다. 

 

 

2층에 도착했다. 물살이 거칠다. 언제부터인가 부드러운 것보다 거친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조금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고 원하고 원하게 되나보다. 산도 사람도 나쁜 것에 더 끌리는데 그 끝은 알 수 없다. 몸도 마음도 다칠 수 있다는 것.

 

 

 

물살이 꽤 세차다. 여벌옷을 가져오긴 했는데 이대로 폭포속으로 들어가기에는 위험하다. 대범한척 하지만 안전불감증이 강한 나는 끄트머리에서 물살을 조금이나마 느껴보고자 한다. 햇볕이 조금이라도 비추었다면 이름 그대로 무지개를 만들었을텐데.. 그점이 조금 아쉽다.

 

 

한시간 가량 폭포를 즐겼더니 어느덧 마음이 급해졌다. <치밭목대피소>를 지나 <써리봉> <중봉> <천왕봉>까지 갈길이 멀다. <치밭목대피소>는 웅석봉과 달뜨기능선 산행 이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치밭목대피소에서 바라보는 그들은 어떤 느낌일까... 그리고 달뜨기능선 위로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는 그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조금이라도 그 슬픔을 한번 느껴보고 싶다. 그리움이란 거.. 보고싶다는 거.. 보고싶은데 볼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분노와 사무치게 그리운 누군가의 모습을 품고 산다는거..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하지만 한번쯤 그런 감정을 가져보고 싶다. 

 

치밭목 대피소 가는길

 

대피소를 오르는 길에 뒤돌아 혹시라도 보일 <달뜨기능선>을 쳐다본다. 오늘은 구름에 가려있다. 한번에 모든 것을 경험할 수는 없지.. 맑은 날 가녀리고 가녀린 초승달, 아니 그믐달 무렵 치밭목대피소에 1박을 하며 그 달을 밤새 바라보고 싶다. 그때는 그리움의 상대가 먼 곳이 아닌 바로 내 옆이었으면 한다. 보고있어도 그립다는 그 표현, 한번 현실화 시켜보고 싶다.

 

달뜨기능선이 구름에 가렸다

 

어느덧 <치밭목대피소>에 도착했다. 한적하고 조용할 줄 알았는데 꽤 사람이 있다. 처음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예전 <영상앨범 산>이라는 프로에서 국립공원공단 신입사원과 소장이 함께 대원사로 올라 치밭목대피소에서 1박을 한 후 천왕봉으로 오르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치밭목대피소가 어딜까 궁금했었는데, 오늘은 내가 바로 그 장소에 왔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간단히 커피를 마시고 대피소에서 사진한장을 박은 후 떠나려는데, 휴식을 취하시던 선생님께서 혼자왔냐며, 지리산은 혼자다니면 안되는데... 라는 익숙한 소리를 하신다. 늘 산행할때 듣는 이야기다. 곰이 나온다. 호랑이가 나온다. 기가 세다. 위험하다 등등.. 네 알겠습니다. 맘맞는 사람과 함께 올게요. 이렇게 맘속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다가 이내 옆 선생님께서 사탕과 칼로리바를 선뜻 주신다. 산에는 늘 정으로 가득찬다. 나는 산에 다니는 사람들이 좋다.

 

 

이제 본격적으로 <천왕봉>을 향해 걷는다. 천왕봉까지는 4.0km, 거리상 멀지는 않다. 거쳐 지나야 할 곳은 <써리봉>과 <중봉>. 중봉은 3.1km 거리에 있단다. 써리봉과 중봉은 처음 뵙는 분들이라 탐방로의 난이도 <어려움>이 눈에 거슬린다. 4시정도까진 천왕봉에 도착하고 싶은데.. 지금은 1시30분, 발걸음을 재촉하며 첫번째 봉우리 <써리봉>으로 향한다.

 

 

 

많지는 않지만 드문드문 반대로 내려가는 분들이 보인다. 대부분 화대종주를 하고 있는 중이거나, 대원사로 내려가는 분들이겠거니 생각한다. 표정이 좋지 않은 걸로 봐서 전자가 다수인듯 하다. 치밭목에서 <써리봉(1,602m)>까지는 2.5여km이다. 가는 길에 천왕봉(1,915m), 중봉(1,874m), 써리봉(1,602m)이 보인다. 이내 곧 도착할 듯이 눈앞에 있는 정상을 보니 마음이 설렌다.

 

천왕봉

 

<써리봉(1,602m)>에 도착했다. 써리봉은 바위 봉우리들이 하나의 산을 이루고 있는데, 마치 그 모습이 <써레>를 닮았다하여 붙여졌다. 써레는 갈아놓은 논바닥의 흙덩이를 부수거나 바닥을 판판하게 고르는 농기구이다. 지리산 남부능선에 솟아 있는 구곡산을 시작으로 국사봉을 거쳐 써리봉까지 이어지는 20여 km의 능선을 <황금능선>이라고 한다는데, 가을에 꼭 한번 와보고 시프다.

 

 

써리봉에서 천왕봉과 중봉을 마주하며

 

써리봉(1,602m)을 지나고 나니 정상 <천왕봉(1,915m)>까지 3.0km 남았고, 어느덧 <중봉(1,874m)>에 도착했다. 천왕봉으로 갈 수록 사람이 계속 많아진다. 그리고 표정이 무척 안좋아보인다. 아마 화엄사나 성삼재부터 시작한 사람들이 대다수겠지. 솔직히 나는 무박으로 종주하는 사람들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새벽부터 시작해서 하루종일 걷고 걸어 마지막 대원사에 도착한다?! 산이라는게 무작정 걷기위해 오르는 건 아니지 않을까란 생각.. 모르겠다 아직 목적지만을 향해 걷는다는 그런 목표의식이 없는 나로서는 즐겁게 놀며 즐기며 산행하고 싶다. 보여주기식 몇시간만에 독파, 완주메달, 패치, 그런 것에 사로잡혀 산행과정의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는 않다.

 

중봉에서 천왕봉을 바라보며

 

중봉에 있던 선생님께서 같이 온 동행에게 천왕봉은 남자에게 정기를 주고 중봉은 여자에게 정기를 준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중봉에 조금 정처하며  좋은 기운좀 받아가야 할 터인데,, 요즘 참 주변에 지저분한 일들이 많이 생긴다. 새로운 기운으로 재정비하고 싶다. 저 멀리 <바래봉>이 보인다. 굽이굽이 많은 산들이 있겠지만, 지난 일요일에 갔던 <바래봉>이 문득 생각난다. 지나간 일들은 늘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자 노력하는데, 그들에게 잘못한 거 없고 그들의 결정을 응원했는데 그들은 아직 어린가보다. 과거의 사람이 아닌 그 시절 내가 사랑했던 나의 모습을 그리워한 것이 잘못인가. 지나간 결정을 후회하지 않고 이미 지나간 과오를 개선할 수 없기에 그냥 그렇게 시간이 해결토록 지나가고자 했는데.. 결국은 그 시절 나마저 왜 그런 사람을 선택했는지 후회하며 미워하게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과거의 행위가 고작 사진한장 지운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닌데,, 매번 그렇게 지워버린다면 지나간 나를 부정하는 거와 다를바 없는데.. 나는 그냥 그시절 나를 소중히 간직하고 싶을 뿐인데.. 그게 좋고 싫든, 옳고 그르든, 유쾌했든 슬펐든 말이다. 그냥 그게 다다. 이미 실망할대로 실망한 대상이며 사람의 습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지식으로든 경험으로든 겪을만큼 겪은 나다. 또 다시 소원해지면 재발현될 현상이다.

 

바래봉

 

어느덧 <천왕봉(1,915m)>에 도착했다. 아니 벌써 온거야? 도착하자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조금더 걷고싶어나 보다. 이 아름다운 날씨, 조망, 가벼운 발걸음, 푸릇푸릇함.. 더 느끼고 싶었나 보다.

 

 

 

4시무렵 도착했는데, 아직도 정상석에 줄이 서있다. 단체 산행팀이 개인도 찍고 단체도 찍느라, 이래저래 시간을 끈다. 궁시렁궁시렁 입이 나온다. 적당히 하십시오. 나도 딱 3장 찍었다. 특별히 1장을 더 허하신 선생님들 덕택에 감사하다.

 

 

 

운해가 끝장이다. 오늘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시작부터 끝까지 뭐 하나 나무랄때 없이 완벽하다. 매주 등산을 다니면서 이런날도 있구나 싶다. 모든것에 감사한 날이다.

 

 

제석봉으로 향하던 중 <천왕봉>에 조금더 있고 싶어 10분 더 머물렀다. 어느덧 정상석이 소원해지자 몽글몽글한 운해와 함께  한국인의 기상을 느낀다. 요즘 참을 인자만 계속 가슴에 새겼는데, 지리산 기운으로 화 좀 내고 살아야겠다. 

 

 

<제석봉>으로 내려가는데 정상석에서 만난 선생님이 김밥먹고 가라고 하신다. 마침 허기지던 차에 김밥을 얻어먹는데, 알고보니 사진 3장을 허하신 유쾌한 선생님이셨고, 구독자 3천여명을 보유한 유투버셨다. 지난 <덕룡주작두륜종주>에서도 제임스 선생님을 만났는데, 요즘 선생님들의 유투브 활동이 왕성하시다. 선생님은 3년 넘게 유투버로 활동하고 계시다고 하시면서 그냥 산에만 다니지 말고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생산적인 일을 하라고 하신다. 이 얼굴에 경쟁이 될까요? 라는 말을 몇차례 했었는데, 유투브는 경쟁이 아니라 다양성이라고.. 멋진 말이다 다양성,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일에 지쳐 취미로 하고 있는 등산이 동영상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 된다고 생각하니 숨이 턱 막힌다. 그냥 좋아하는 것은 단순히 즐기는 걸로 남겨두는게 낫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구독자 1만명이면 월 80만원이 입금된다고 하니... 월급 얼마 버는 직장인으로서 유투버의 삶이 조금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제석봉 가는길

 

<통천문>을 지난다. 하늘로 통하는 문,, 나는 하늘에서 지상으로 다시 내려가고 있다. 지금은 <통천문>이 아닌 <안락문>이 나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통천문

 

<제석봉(1,808m)>에 도착했다. 예전 벌목꾼들이 그들의 자취를 가리려 불을 질렀다는데, 고사목이 가득하다. 그리고 고사목 옆으로 새로심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죽은 나무와 삶을 이어가는 나무들 사이를 지나간다. 나도 생과 사의 한가운데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제석봉
고사목

 

운해사이로 <장터목대피소>가 드러났다. 지난 주능선 종주(성삼재~중산리)에서 지나칠 때는 라면먹고 가라는 선생님들 덕에 기운이 펄펄났는데, 오늘은 모두 내려가고 조용히 대피소만 덩그라니 놓여있다.

 

 

장터목대피소

이제 신나게 하산할 일만 남았다. 나는 내려가는 길이 참 힘들다. 무릎통증도 생기고.. 시간도 어느덧 5시가 다 되었다. 5.3km를 쏜살같이 내려가야 한다. 거의 뛰다시피 내려왔다. 딱 1시간이 걸렸다. 내려오는 길에 여러 폭포도 보고 계곡도 보고 돌길도 봤는데, 오늘은 이미 충분히 행복한 시간을 보낸터라, 해지기 전에 꽃밭캠핑을 하러가야 해서 발걸음이 재빨라진다.

 

 

 

어느덧 <중산리 야영장>에 도착했다.  다들 마지막 하산길 인증샷을 찍으려고 하신다. 바쁜 와중이지만 찍사역할을 했다. 맘에 드시기를.. 아침에 세워둔 차는 중산리 탐방지원센터에서도 한참 내려가야 한다. 마음이 바쁘다.

 

 

드디어 <중산리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내가 좋아하는 반달이와 사진 찰칵. 항상 마지막은 즐겁고도 다리가 무겁다. 오늘은 더더군다나 형제봉 철쭉캠핑을 예정하고 있는데 벌써 6시가 되었다. 어찌 되겠지.. 결국 꽃밭캠핑은 못했지만 인생최고의 운해와 일출을 보는 영광을 누렸다. 감격스러웠다. 그 후기는 조만간 다시 이곳에서 확인하시기를....

 

 

 

마지막으로 중산리에서 새재로 저를 태워준 <택시기사님 명함> 공유!  친절하고 좋은 분이셔서 기회되면 이용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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