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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ㅣOUTDOOR

덕룡주작두륜 종주 : 동봉 ~ 서봉 ~ 덕룡봉 ~ 작천소령 ~ 오소재 ~ 두륜산 노승봉 ~ 가련봉 ~ 두륜봉 ~ 대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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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5. 4. ~ 5.

 
 
 
5월 생일 주간(여담이지만 5월 5일인 제 생일입니다, 매년 5월 1일 근로자의 날과 연계하여 징검다리 휴가를 쓰며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을 맞아 화왕산, 지리산에 이어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곳이 어딜까 고민하다가 평소 가지 못하던 전라도 서쪽 끝, 강진과 해남을 선택했습니다. 
 
 
 

 
 
 
3~4월 참꽃이 풍성할 무렵 어김없이 많은 이들이 <주작산>과 <덕룡산>을 향한 덕택에 줄을 서서 산행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죠. 5월인 지금 참꽃의 모습은 볼 수 없겠지만, 바위산의 위엄이 돋보이는 그곳, 저도 한번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구례 압록유원지 노천캠핑을 한 터라 2시간만 운전하면 주작덕룡두륜 종주의 들머리 <소석문>으로 갈 수 있더군요. 7시30분 쯤 막 출발하려는데 전화한통이 울립니다. 함께하기엔 너무 멀리 있습니다. 이제 그만큼 제 마음도 멀어진 거겠죠. 아마 이 전화를 끊은 후 또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할겁니다.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사람이니까요.
 
 

덕룡주작두륜 종주 (20km, 12시간 소요)

 
 
 
 
 

들머리 소석문

 
 
 
그렇게 9시 40분이 되어서야 전남강진에 위치한 <덕룡산 들머리 소석문>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은 생각보다 소소했고 차 4대가 이미 세워져 있어 끄트머리에 주차를 하고는 화장실을 다녀와 10시가 다 되어서야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구간은 늘 그렇듯이 오르막입니다. 그치만 30분 정도만 올라가면 첫 조망을 맞이합니다
 
 
 
 

 
 
 
처음부터 <덕룡산>의 하이라이트 밧줄타기 구간이 나옵니다. 보기만해도 신이 납니다.
 
 
 

 
 
 
능선에 접어들면 소석문 건너편의 <석문산>의 자태가 보입니다. 사실 처음 <소석문>으로 들어오는 길에 저 산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죠. 그치만 이제 제가 걸어가야 할 능선에는 저런 바위암릉이 어마무시하게 많다는거. 가도가도 보이지 않던 오소재를 기억하며 오르락 내리락 그렇게 얼마나 암릉을 탔던지.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소석문 반대편 석문산

 
 
 
능선에 오르면 제가 좋아하는 <논밭뷰>가 보입니다. 하동 형제봉에서 봤던 그 조망, 어쩜 저렇게 네모반듯하게 각을 져 논밭들이 놓여 있을까요. 논밭 너머로 멋진 남해바다도 조망됩니다. 나중에 날머리에서 들머리로 타고온 택시기사님 말로는 가을에 오면 온통 금빛으로 물든 벼를 바라보며 붉게 물든 단풍 길을 걸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생각만으로 너무 아릅답지 않나요? 그래서 가을에 꼭 다시 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제 드디어 제가 상상하던 그 암릉이 나타납니다. 밝은 회색빛을 지닌 바위틈에 조금씩 피어있는 철쭉, 오롯히 나만을 위해 피어 있는 것마냥 소중하고 예쁩니다. 맑은 하늘아래 너와 나 둘뿐입니다. 진달래시즌에 왔다면 사람들 틈에 껴 이런 아름다움을 느낄새가 없었겠죠. 그때가 더 예뻤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 고요함에서 묻어나는 아름다움이 너무 좋습니다.
 
 
 
 

 
 
 
덕룡주작두륜 종주길 중 덕룡산에는 2개의 봉우리를 지납니다. 덕룡상의 <동봉>과 <서봉>이죠. 블랙야크 100대 명산에서 덕룡산 인증이 가능한 2개의 봉우리 입니다. 그 중 첫만남은 <동봉>부터 시작합니다.
 
 
 
 

 
 
 
올라가는 길에 포항에서 오신 유투버 선생님 제임스를 만났습니다. 이번 연휴에 전남 명산을 둘러보러 오셨다는데요. 이미 팔영산, 달마산, 두륜산을 다녀오셨다고 합니다. 오늘은 동봉을 지나 서봉에서 원점회귀하는 일정이라고 하시네요. 저와 같은 고프로7을 가지고서는 계속 촬영하면서 등산을 하셨습니다. 아드님이 저와 비슷한 또래던데, 유투버하는 아버지 제임스 너무 멋집니다.
 
 
 
 

 
 
 
덕룡산 <동봉>에 올랐습니다. 구례에서 이곳을 올때 날씨예보가 흐림으로 되어있어 올까말까 엄청 고민했는데, 헛고민이었습니다. 날이 너무 좋습니다. 동봉 너머로 제가 오늘 무지막지하게 가야할 산들이 보입니다.
 
 
 

주작산 동봉

 
 
 
얼굴이 퉁퉁불었지만, 저도 정상석 사진 하나쯤은 남기고 가야겠죠. 조망과 같이 찍고 싶었는데, 기다리는 분들이 있어 얼른 찍고 나옵니다. 아버지 2분이랑 어머니 1분 이렇게 3명이서 오신분들이 계셨는데, 떨어진 제 장갑을 주워주신 고마운 분들이죠. 처음에는 <오소재>까지 가신다고 하셨었는데, 중간 <수영마을>에서 내려가시더라구요. 이처럼 덕룡주작두륜 종주중에는 중간에 내려갈 수 있는 도망처가 많습니다. 가는 길목마다 내려갈 수 있는 경로가 무지하게 많더군요. 
 
 
 
 

 
 
 
이제 덕룡산 <동봉>을 지나 <서봉>으로 향합니다. 또다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줄을 잡고 오르고 신이납니다. 봐도봐도 너무 멋집니다. 이 산 정말 제 스타일입니다.
 
 
 

 
 
 
멀리 저수지도 보입니다. 오늘 날이 왜이렇게 좋은 거죠. 사실 콜라 2캔과 커피 1캔, 맥주 1캔,  물 500ml를 가져왔는데, 1일차에 맥주 1캔을 제외한 모든 것을 소진해버렸습니다. 이렇게 날이 좋을줄 예상못한 거죠. 등산 30분만에 능선에서 콜라 1캔을 땄고, 동봉을 지나 커피 1캔을 1초만에 원샷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서봉>을 지나 물 500ml를 덕룡봉에서 나머지 콜라 1캔을 소진했죠. 그 이후로 약수터가 있는 <오소재>까지 얼마나 목이 말랐는지, 탈진할 뻔 했습니다. 이후에 안 사실이지만 작천소령에 있는 <난농원(작천소령) 부근에 약수터>가 있었다더군요. 미리 알았다면 얼마나 더 신나게 등산할 수 있었을지요. 여름산은 진짜 1인당 물 2리터는 필수인 거 같습니다. 그리고 얼음물도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덕룡산 <서봉>에 도착했습니다. <동봉>에서 <서봉>은 가깝습니다. 동봉과 서봉은 바로 옆 봉우리여서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서봉에서 제임스와 작별의 인사를 나누며, 저는 이제 <작천소령>으로 떠납니다. 
 
 
 

 
 
 
가는길에 지리산 연하선경을 떠올리게 하는 능선길이 보입니다. 양옆으로 핀 철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길을 넋놓고 쳐다봤습니다. 사실 신나서 뛰어갔고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기도 했죠. 주작~덕룡구간에 이런 길이 3개 정도 나옵니다. 저 멀리 넘어야 하는 암릉이 절 위협하지만 이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요.
 
 
 

 
 
 
<작천소령>까지는 무려 4.1km나 남았습니다. 무시못할 거리입니다. 덕룡~주작 구간은 1시간에 1km를 갈 수 없습니다. 밧줄을 잡고 오르고 내리고 더군다나 15kg에 육박하는 박배낭을 메고는 쉽지 않습니다. 백패킹 하시는 분들께서 15kg을 얕볼 수도 있지만 제 몸의 1/3에 육박하는 무게입니다. 그 이상은 저도 못든다는 거죠. 
 
 
 

 
 
 
덕룡~주작 구간을 소위 <설악산 공룡능선>에 비유한다고 합니다. 설악산 공룡능선을 타본 저로서는 솔직히 설악산보다 주작산 덕룡산 능선이 훠~얼씬 힘들었습니다. 훨씬 길고 또 오르락 내리락 그 빈도가 높다고 할까요. 굳이 저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가야만 한다면 설악산보다 이곳 주작~덕룡산을 선택하겠습니다. 그 높이는 낮지만 조망은 탁월합니다.
 
 
 

 
 
 
가는 길에 자연이 만들어낸 바위가 보입니다. 수년간 바람에 바위가 깎여 이런 주먹모양이 된 거겠죠. 자연의 힘은 위대합니다.
 
 
 

주먹바위

 
 
지금부터 근 300m마다 <작천소령>이 얼마나 남았음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등장합니다. 그와 더불어 힘들면 내려가라고 아주 빈번히 내려가는 길을 알려주죠. 처음 대피로는 <수양마을>입니다. 서봉에서 만났던 아버지 2분과 어머니 한번은 두번째 안내판이 나오자마자 수양마을로 내려가버리셨습니다. 오소재까지 가기로 하셨었는데, 더위와 암릉에 지치셨던 모양입니다.
 
 
 

 
 
 
 
<작천소령>은 생각보다 멉니다. 정말 멉니다. 1시간에 1Km를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더더군다나 4시간 가까이를 가야 합니다. 오늘같은 무더위에 물도 없는 상황에서 더위먹기 십상입니다.
 
 
 

작전소령 2.6km 전

 
 
 
저 멀리 주작산 <덕룡봉>이 보입니다. 사실 어느 봉우리가 주작산 덕룡봉인지 모르겠습니다. 그치만 저 많은 봉우리 중 하나임은 틀림없겠죠.
 
 
 

 
 
 
<작천소령>이 나오기 전 주작산 <덕룡봉>이 먼저 나옵니다. 사실 경로를 완전히 알고 간 상태가 아니였기에 무작정 걸었던 거 같습니다.
 
 
 
 

 
 
 
주작산 <덕룡봉(475m)>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남은 콜라 1캔과 삼각김밥으로 목마름과 허기를 채웁니다. 시원함이라곤 1도 없는 콜라지만 무더위 갈증을 해결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가는 길 내내 이런 멋진 조망을 보고 갑니다. 처음에는 논밭뷰였다가 주작산 덕룡봉, 두륜산 쪽으로 갈수록 바다가 보입니다. 물론 논밭사이에 저수지 조망은 덤이구요. 오늘 날씨 운이 참 좋습니다. 2일차던 5일에는 날씨가 흐려 온통 곰탕이었거든요. 첫날 이렇게 날씨가 좋았다는 건 행운입니다.
 
 
 

 
 
 
저 멀리 <작천소령>이 보입니다. 소위 <난농장>이라고 불리우는 곳이죠. 저 멀리 보이는 철쭉 무리를 지나가는 건 아닐까 두근반 세근반 거렸었는데, 그 길은 아니였습니다. 그치만 멀리서 봐도 참 아름다운 철쭉군락지입니다.
 
 
 

 
 
 
이제 <작천소령>으로 내려갑니다. 저 멀리 주작산 주봉이 보이지만, 종주길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는 저 멀리 두륜산 쪽으로 능선을 타고 걸어갑니다. 말이 능선이지 저 암릉을 오르락 내리락 수도없이 해야 합니다.
 
 
 

작천소령 가는길

 
 
 
드디어 <작천소령>에 도착했습니다. 주작덕룡두륜 종주를 하지 않고 주작덕룡만을 하시는 분들은 <소석문>에서 <작천소령>까지 등산코스로 많이 잡으신다고 합니다. 저도 딱 이까지가 가장 재미있고 예뻔던 구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등산로 입구인만큼 택시기사 안내판이 많이 붙어 있습니다. 종주길에서도 이곳에서 가장 많이 포기한다고 하죠.
 
 
 

작천소령 가는길

 
 
 
이 곳에 물을 뜰 수 있는 곳이 있다고 나중에 알았는데, 이때는 몰랐기에 지나쳤습니다. 꼭 난농원에서 물을 떠가시길, 약수터가 있는 <오소재>가 생각보다 멉니다. 작천소령을 지나 주작정상 방향으로 올라갑니다.
 
 
 

 
 
 
주작산을 설명하는 안내판도 있구요. 동봉 오름길에 만났던 유투버 아버지 제임스가 말한 사자락길 설명도 보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네요.
 
 
 

 
 
 
<작천소령>을 지나 <원두막>이 있는 곳으로 올라오면 안내판이 있습니다. 저희 종주길에는 주작 정상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갈림길에서 주작산이 아닌 <두륜산 방향>으로 발길을 돌러야 합니다. 저는 여기서 멈칫 했습니다. 
 
 
 

 
 
 
또 한번 멋진 암릉구간에 도달합니다. 곳곳에 피어있는 철쭉이 참 에쁘네요.
 
 
 

 
 
 
이런 너덜길도 지나갑니다. 꽃과 회색빛의 바위가 참 잘 어울리죠?
 
 
 

 
 
 
두륜산 방향으로 갈 수록 바다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완도군에 있는 달마산이 바다를 조망하면서 산자락을 걸을 수 있다고 하는데, 꼭 가봐야겠습니다.
 
 
 

 
 
 
이런 밧줄타기는 부지기수로 나옵니다. 저는 이런 구간 엄청 좋아합니다. 신이나 신이나 엣헴엣헴엣헴!!!
 
 
 

 
 
 
헛갈리는 구간도 참 많았습니다. 워낙 많은 포기자들을 위한 내리막길이 도사리고 있어, 동백꽃에 눈이 홀려 내려가다보니 어느덧 이길이 아님을 깨닫고 다시 올라갔었드랬죠. 시그널이 워낙 많이 붙어 있어 조심하셔야 합니다. 잘못하면 중간에 하산하실 수 있습니다.
 
 
 
 

 
 
 
매 순간순간 셔터를 누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주작산과 덕룡산은요. 산에 매번 갈수록 최애산이 갱신되는 기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아름다운 최애산은 주작산과 덕룡산입니다. 
 
 
 

 
 
 
<작천소령> 이후 <오소재>까지 가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나오겠지 나오겠지 하는데 도무지 나오지 않더군요. 이 구간도 포기자들을 위한 하산길이 부지기수로 등장합니다. 3.2km가 생각보다 멉니다. 저는 1시간30분 정도 걸렸습니다. 처음 절반구간은 암릉을 오르내리는 구간이 빈번한데, 중반부터는 육산으로 걷기 수월합니다. 하지만 타는 목마름으로 오소재 약수터를 찾기까지 저는 참 힘들었습니다.
 
 
 

 
 
 
지금부터 부지기수로 안내판이 나옵니다. 제1비상탈출로, 제2비상탈출로, 제3비상탈출로 등등 포기자들을 속출하게 만듭니다.
 
 
 

제1비상탈출로
제2비상탈출로

 
 
그렇게 1,2,3차 비상탈출로의 유혹을 이겨내다면, 이런 평평한 등로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오소재까지 넘어야할 암릉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한차례 더 남아이다는 사실!!
 
 
 

 
 
 
어느덧 6시가 다 되어갑니다. 그리고 저 멀리 <두륜산>의 황홀한 자태가 성큼 눈앞에 다가오죠. 사실 이틀째 날씨가 곰탕이어서 저는 두륜산을 제대로 취하지 못했습니다. 곰탕같은 조망에 거의 바닥만 보고 정상석과 사진만 찍었다고 해도 할말이 없죠. 그래서 꼭 다시 두륜산을 만나러 올 예정입니다.
 
 
 

두륜산

 
 
<오소재>를 위한 마지막 암릉입니다. 밧줄타기 이제 좀 지겨워집니다.
 
 
 

 
 
 
주작산, 덕룡산의 마지막 조망입니다. 다도해 남해답게 올망졸망 예쁜섬들이 보입니다. 해질녘 이모습을 저는 너무 사랑합니다. 다만 해가 서쪽으로 지는 통에 산 너머로 사라지는 해의 모습을 온전히 보지 못해 아쉽습니다.
 
 
 

 
 
 
해지기전에 <오소재>에 도착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합니다. 마지막 암릉을 넘고 내려가는길에 한 커플을 만났습니다. 백패킹을 하는 건지 모르곘지만 그 두 분께 인사를 하고 먼저 내려온 뒤로는 그 두분을 보지 못했네요. 즐겁게 종주하셨기를 바랍니다.
 
 
 

 
 
 
드디어 <오소재>로 내려갑니다. 오소재는 포장된 도로와 주차장, 그리고 화장실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또 두륜산 올라가는 길목에 <오소재 약수터>가 있죠. 타는 목마름을 안고 <오소재 약수터>로 달려갑니다.
 
 
 

 
 
 
<오소재>로 내려왔습니다. 이제 우측에 있는 주차장 부근으로 갑니다. 오소재에서 1박을 했다고 블로그에서 본거 같은데, 이렇게 주차장 한복판에서 저는 도저히 집을 지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륜산 오심재로 올라가기로 합니다. 약수터에서 물 1.5리터를 채워서 다시 오르막을 오릅니다. 1.6km 거리로 1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지쳤던 저는 근 1시간이 걸려 해지기 직전에 도착했습니다.
 
 
 

 
 
 
<오심재>는 헬기장으로 저 멀리 두륜산 봉우리가 보이고 그 앞으로 철쭉이 예쁘게 핀 평평한 대지였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1박을 하기로 결정하고 얼른 텐트를 펼쳤습니다. 두륜산과 철쭉이 보이는 위치에... 어제 비가 왔다고 하더니 바닥이 축축했습니다.
 
 
 

 
 
 
그렇게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5시 30분쯤 이러저리 짐을 챙겨 밖을 내다보는데, 세상이 온통 곰탕이라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글렀구나 생각하며 7시쯤 <노승봉>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새벽에 운동하러 오느 어르신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원래 자기로 했던 <오소재>가 예전 6.25전쟁때 전사자들의 시체를 모아두었던 장소였다며,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잠을 못잘거라는 아주 무시무시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오소재에서 자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치앞을 보이지 않는 길을 걷고 걸었고, 올라가는 길에 두륜산 <흔들바위>를 만납니다. 여기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흥사>를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오늘은 그른것 같습니다. 내려가서 봐야겠습니다.
 
 
 

두륜산 흔들바위

 
 
 
<노승봉> 가는 길에 두번째 헬기장을 만났습니다. 전혀 조망을 볼 수 없어 어디쯤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잘 정비된 계단을 올라가면 첫번째 두륜산 봉우리 <노승봉(685m)>에 도착합니다. 계단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저 밧줄을 타고 올라갔을 생각만해도 다리가 후덜덜 떨립니다. 조망이 보이지 않아 높이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엄청 무서울거 같습니다.
 
 
 

노승봉(685m)

 
 
 
노승봉을 지나 두륜산 주봉 <가련봉(m)>으로 향합니다. 노승봉을 내려가는 길은 한치 앞을 모를 안개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두륜산 주봉 <가련봉(703m)>에 도착합니다. 역시 정상석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가련봉이 두륜산의 최고봉으로 블랙야크 100대명상 인증장소이기도 합니다. 저도 외로히 가녀리게 앉아 있는 가련봉과 사진 한장 박습니다.
 
 
 

 
 
 
가련봉을 지나 이제 마지막 봉우리 <두륜봉>으로 향합니다. 두륜봉은 두륜산의 마스코트인 <구름다리>를 품고 있는 봉우리 입니다.
 
 
 

 
 
 
올라가는 길에 만난 연분홍 진달래는 희뿌연 안개속에서도 제 아름다움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두륜봉>의 마스코트 구름다리를 지나칩니다. 한번 올라가보고 싶었는데, 오늘은 물기많은 돌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라도 올라가지 않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두륜봉 구름다리

 
 
 
마지막 봉우리인 <두륜봉(630m)>에 도착합니다. 역시나 곰통으로 정상석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두륜봉(630m)

 
 
 
이번 종주길에 마지막 봉우리를 끝으로 이제는 <대흥사>로 하산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2.05km를 내려가야 합니다. 
 
 
 

 
 
 
내려가는 길에 안내판에서 본 <주전자모양의 바위>도 보입니다. 안개속에 있어서 그 신비함이 배가되네요.
 
 
 

 
 
 
내려가는 길도 순탄치 않습니다. 너덜길에 줄하나에 의존해서 내려가야 합니다. 안개속에서 돌이 미끄러워진 상태라 사실 저도 한번 꽈당했지만 박배낭때문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칠불암>에 도착했습니다. 안갯속에서 우뚝 서있는 큰 나무가 멋있어 사진 한장 찍습니다.
 
 
 

칠불암

 
 
 
다시 <대흥사>로 내려갑니다. 잠깐 <임도>가 나왔다가 다시 <등로>에 접어듭니다. 내려가는 등로 왼편으로 계곡이 흐릅니다. 주작산에서 그렇게 목말랐는데 여기에 계곡이 있었네요.
 
 
 

 
 
 
드디어 <대흥사>에 도착합니다.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절입니다. 산책하러 온 가족단위 그룹과 등산객들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이렇게 1박 2일 주작덕룡두륜 20km 걸음이 끝났습니다. 오랜만에 걷는내내 신이나고 또 신이났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대흥사 주차장>에서 택시를 불러 들머리 <소석문>에 세워둔 차를 가지러 갑니다. 다행히 택시비는 미터로 가격을 받아 2만8천원 가량 나왔습니다. 택시기사님이 정이 많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 도착했습니다. 35분 정도 걸립니다. 가는 길에 제가 걸어서 지나온 <오소재>와 <작천소령>을 지나쳤습니다. 어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택시는 네이버에 해남택시라고 검색하나 061로 시작하는 번호가 나와서 그쪽으로 연락을 했습니다.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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