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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ㅣOUTDOOR

지리산 웅석봉 : 밤머리재 ~ 왕재 ~ 웅석봉 ~ 달뜨기능선 ~ 홍계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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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4. 18. ~ 19.

 

이산 저산에 참꽃 가득 핀 거보고 나도 늦게나마 꽃구경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득 인스타그램 사진 한 장을 보고 맘이 꽂혀버렸다. 그래서 여기갈까 저기갈까 고민하다, 마음이 향한 곳 <지리산 웅석봉>으로 향했다. 산행 코스가 길지 않아 여유롭게 일어나 11시쯤 울산에서 출발, 산청까지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신기하게 산에 갈때는 아무리 먼 곳까지 운전해도 전혀 피곤하지가 않다. 산뽕의 힘은 마약보다 더 막강한 거 같다. 산청에 들어서면서부터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아니 부산 금정산을 지나면서부터 일지도 모르겠다. 매번 고속도로를 지날때마다 작은 산이라도 으례 내비게이션의 거리를 늘려 무슨 산인가를 확인하게 되는데, 사실 큰 산이 아니면 잘 나오지 않아 매번 궁금해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내륙 곳곳에 어여쁜 산들이 가득한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것에 감사해하며, 코로나 덕택인지 요즘 국내 산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특히 계기가 좋았던 좋지 않았던 지리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오늘 가게 된 <지리산 웅석봉>은, 지난 달 지리산 형제봉처럼 국립공원 구역에 속해 있지 않고, 군에서 직접 관리하는 <군립공원>이다. 사실 지리산 자락의 끄트머리로 소위 <지리태극길> 코스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뒤늦게 안 사실이다. 어쩐지 새벽에 후레쉬를 밝히며 등산하시는 어무이 아버지들이 많으시더니만, 유명한 곳이었다. 맘이 동해서 그냥 왔는데 와보니 유명한 곳이라 내가 보는 눈이 있나 보다. 어여쁘고 참 어여쁜 곳이었다. 담에 꼭 좋아하는 사람 데꼬 올 곳이 하나더 늘었다,

 

 

 

사실 <달뜨기능선> 이 한마디만 보고, 대체 어딘데 이렇게 예쁜 이름이 있을까 해서 찾아봤는데 이상하게도 지리산이었다. 신기하다. 올해는 정말 지리산과 인연이 깊나보다. 달뜨기능선이란 말을 찾아볼 생각도 없이 달뜨기라는 이름의 뜻을 전혀 몰랐는데, 뒤늦게 사진을 올려주신 인친님께서 상세히 설명해주셨다. 참 슬픈 이름이었다. 이름의 유래는 아래에 적어놨다 끝까지 읽어주기를

 

웅석봉 군립공원 탐방로

 

오늘의 들머리는 <밤머리재>이다. 밤머리재로 올라가는 길은 신기하게도 단풍나무가 여전히 붉다. 아직 붉은 마음에서 빠져나오기 싫어하는 사랑꾼마냥 가을빛을 간직하고 있다. 하도 신기해 동영상도 찍고, 나중에 날머리에서 들머리로 이동하는 택시안에서 기사님께 물어보니, <거림>과 <밤머리재> 단풍나무는 원래 붉은 빛을 띠고 있다고 하셨다. 혹시나 난 기후변화 때문에 아이들이 추운 줄 모르고 저러나 걱정했는데 특별한 아이들이었다. 참 다행이다. 밤머리재로 올라가는 길이 남원의 정령치마냥 구불구불하고 겨울에 얼음이 얼어 폐쇄되는 등 운전하는데 신경을 곧추세워야 하는데, 이제는 밤머리재 아래로 터널이 생겨서 이 정겨운 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예정이란다.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할지.. 

 

 

밤머리재 매점

 

익숙한 곳에 도착했다. 사실 내비게이션에 <밤머리재 주차장> 하면 나오질 않는다. <밤머리재 약수터> 치면 산 중으로 간다. 그냥 <밤머리재 >로 표시된 버스정류장을 지나 구불구불 산길로 올라가면 <신세계리조트>가 나오고 그 길을 더 따라가면 웅석봉 들머리의 랜드마크 <밤머리재 매점>이 보인다. 그리고 매점 앞 큰 주차장은 무료이며, 매점 건너편으로 웅석봉 군립공원 등산로가 나온다. 아주 크게 표시되어 있어 찾기 쉽다. 늘 들머리 찾는 일이 쉽지 않은 나로서는 들머리를 찾았다면 산행의 50프로는 성공했다고 본다. 

 

 

 

처음은 능선에 도달할 때까지 30분 정도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 산에 오르자마자 등 뒤로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이 보인다. 요즘 참 날씨운이 좋다. 웅석봉 산행의 장점은 지리산 상봉(천왕봉)과 중봉을 오른편에 산청시내를 왼쪽으로 두고 두 조망을 즐기면서 계속 걸을 수 있다는 거다. 30분만 올라가면 그 조망을 웅석봉 정상으로 갈때까지 계속 즐길 수 있다.

 

 

 

능선에 오르면 표지판이 보인다. 대장 방향 아니구 직진이다. 직진 안내판을 못찍었네 이런... 그냥 산행 내내 발자국과 리본만 따라가면 된다. 어려울거 전혀 없다.

 

 

 

능선에 오르면 웅석봉 등로 왼쪽편으로 산청군 시내가 조망되는데, 특히 산청군 시내 뒤로 보이는 <황매산> 조망이 일품이다. 사실 오늘 날씨가 미쳤다. 산행 때 참고하려고 여러 블로그를 찾아봤었었는데, 내가 날씨요정임이 틀림없다. 어쩜 이리 조망이 좋을까?! 황매산인줄 어떻게 알았냐고? <AR산지도> 앱 찬스좀 썼다. 아직 조망을 읽기엔 내 등산경력이 너무 아마추어다.

 

 

첫번째 <헬기장>에 도착했다. 너무 금방 도착해서 놀랐다. 6시에 도착하는게 목푠데, 생각보다 밤머리재에서 웅석봉 가는 코스가 짧은가보다. 이때부터 천천히 쉬면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날이 좋아서 너무 좋아서 너무너무 좋아서 더 천천히 즐기며 가리라.

 

제1헬기장

 

그 마음을 먹자마자 조망 좋은 곳에서 한량이 되기로 결심하곤, 조망터가 나오길 바라며 걷고 걸었다. 모든 곳이 조망터지만, 봄볕 그슬릴만큼 나무그늘 없고 천왕봉, 중봉, 그리고 가야할 웅석봉이 잘 보이는 곳을 만났다. 자칭 <제 1차 웅석봉 햄벅범벅터(행복범벅터)>다. 내가 그렇게 지었다. 

 

 

 

나의 비장의 음료 콜라를 꺼냈다. 날씨가 더워 오랜만에 콜라맛좀 즐겼다. 물론 시원하진 않았지만 이 순간 어느 누구보다 내가 제일 행복함이 틀림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요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꽂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나오는 음악 하나하나에 가슴이 설렌다. 조정석이 부른 쿨의 <아로하>, 출산한 아내와 갖 태어난 아이를 위해 부른 어반자카파의 <그대 고운 내사랑>, 규현의 <화려하지 않은 고백> 그리고, 봄날 설렌 가슴 부여잡고 매일같이 듣는 노래 아날로그 썬데이의 <그 봄, 니가 분다> 까지... 그러나 무엇보다 조정석이 친구를 위해 좋아하는 사람을 포기할 때 나왔던 노래 동물원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는 단연 내 최애 1등이다. 요즘 최악의 기분이 조금씩 예전으로 회복되는거 같아 다행이다. 역시 스쳐 지나가는 사람보다 그 자리에 있는 산이 내 1순위다. 내가 늘 보러갈게 그자리 그곳에서 기다려줘.

 

왕재

 

그렇게 한참을 쉬다가 내려오시는 등산객 10여명과 인사를 한 후, 다시 일어나 <왕재>로 향했다. 그렇게 쉬었는데도 왕재까지 얼마 안걸렸다. 능선길이라 편하고 어렵지 않다. 이런 길이 참 좋다. 물론 길 뿐만 아니라 사람도, 사랑도, 일도, 일상도 이러길 늘 희망한다. 문득 선녀탕이 궁금해진다. 온천일까? 다음번에 한번 가봐야겠다. 나무꾼이 내 옷 훔쳐가는지 아닌지...

 

 

 

<왕재>를 지나 <웅석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약간 오르막길도 있고, 우측으로 돌아가는 사면길도 있다. 그치만 오르락 내리락 요동치며 힘들게 하는 길은 없다. 그냥 이리저리 지리산자락을 조망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살방살방 걸어가면 된다. 그러면 금방 도착한다. 아주 예쁜 길이다.

 

 

 

자칭 <제2 햄벅범벅터>다. 이렇게 쉬고 살방살방 걸어도 4시가 조금 넘어서(2시넘어서 출발함), 2차 장기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아래는 저수지가 보이는데, 이 아름다움이 사진으로 안찍힌다. 직접 보야 하는데, 이 좋은날 이 아름다운 풍경을 나만 보고 있자니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반대편으로 오시는 하산하시는 분들은 내려가기가 바쁘다. 그분들도 오름길에는 이 풍경을 여유롭게 즐겼겠지... 부디 그랬으면 한다. 

 

 

 

산행리본이 유독 많다.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곳인가보다. 지리태극길의 마지막 길이라고 하더니, 나도 그 길을 한번 걸어봐야겠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본다. 어짜피 올해 해외여행은 물건너 간거 같고 올 여름은 이거다.!!! 지리산 둘레길, 주능선 종주, 서북능선, 아 정말 가야할 곳이 너무 많다.

 

 

달뜨기 능선과 웅석봉 가는 갈림길 _ 웅석봉 가는 방향

 

5시가 넘어 드디어 <웅석봉>과 <달뜨기능선> <갈림길>에 도착했다. 웅석봉 방향으로 역시 산행리본이 많다. 오늘은 웅석봉 정상데크에서 잠을 청하고 내일 달뜨기능선을 걸으리라. 

 

달뜨기 능선과 웅석봉 가는 갈림길 _ 달뜨기 능선 가는 방향

 

멀리 웅석봉 정상과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부디 산불감시초소 아저씨께서 일찍 퇴근을 하셨어야 하는데.. 역시나 너무 일찍 도착한 거 같아 걱정이다. 

 

웅석봉 정상

 

웅석봉 정상에 가기전에 또다른 <헬기장>에 도착한다. 그리고 이 헬기장을 기점으로 청계로 내려갈 수 있고, 청계방향으로 50m를 가면 <우물>도 있다. 

 

제2헬기장 가는길
제2헬기장

 

<헬기장> 부지가 참 넓다. 헬기장 양 옆으로 아무런 장애물이 없어 바람이 넘나들기 좋다. 시간도 많은데 물은 많지만 <우물>이라도 다녀와야 겠다. 근데 왠걸 우물, 즉 청계방향으로 내려가는 계단 멀리 <청계저수지> 조망이 너무 예쁘다. 우물을 핑계로 꼭 내려가보길 권한다. 절대 후회 안할 비경이다.

 

청계, 우물로 내려가는 길

 

우물

 

 

물도 한잔 마시고, 영상도 찍고 다시 50m를 걸어올라 헬기장으로 돌어왔다. 이제 퇴근하셨겠지 생각하며 <웅석봉>으로 올라간다.

 

 

웅석봉 산불초소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면 <산불감시초소>가 등장한다. 정상석과 너무 가까이 있어 살짝 뜨끔. 다행히 초소에는 사람이 없었다. 오늘 불 안쓰고 잠만 자고 일찍 일어나 가겠습니다고 마음속으로 대화하며 웅석봉 귀요미 정상석으로 다가간다.

 

 

웅석봉 정상

 

웅석봉 정상석은 특별하다. 작고 아담한데다 귀요미 곰 한마리가 그려져 있다. 사실 곰인지 두던진지 모르지만 해를 배경으로 정상에 우뚝 서있는 곰 한마리가 너무 귀엽다. 이 정상석을 아니 찍을 수 없다.

 

 

웅석봉 정상석

 

6시 해질녘에 맞춰서 도착, 난 이시간이 너무 좋다. 아무도 없는 산에, 온전히 소유하는 정상석. 그리고 저 멀리 산 너머로 넘어갈 듯 말듯 애간장을 녹이는 일몰 분위기. 그 하늘아래 풍경을 온전히 소유하는 기분이랄까. 이 기분에 사실 백패킹을 한다. 그것도 혼산, 솔캠을 말이다. 시끄러운 배경음 없이 소근소근 귀엣말소리까지 다 들릴 듯한 고요함, 그 고요함을 깨고 싶지 않아 음악도 혼잣말도 꾸욱 참아넘기게 된다

 

 

 

오늘은 정말 운이 좋다. 이 곳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 웅석봉 정상석의 데크는 <2군데>다. <왼쪽>지리산 상봉과 중봉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작은 데크, 그리고 반대쪽은 산청군 시내와 경호강을 바라볼 수 있는 큰 데크가 있다. 당연히 나는 지리산 상봉(천왕봉)과 중봉을 바라보는 작은 데크를 선택한다. 지리산 너머 사라지는 일몰을 꼭 보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일출보다 일몰이 좋다. 산 너머로 재빠르게 사라지는 아쉬움이 좋고, 그 발걸음을 붙잡을 수 없다는 그 슬픔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난 잠꾸러기라서.

 

 

큰 데크에서 바라본 경호강 조망

 

웅석봉 정상에도 역시나 <삼각점>이 있다. 신기하게 거의 모든 산 정상에는 이 삼각점을 볼 수 있다. 아직 이 삼각점의 정확한 활용, 목적을 잘 모르겠다. 그냥 궁금하다. 늘 중요하다고 손상시키지 말라고만 안내판에 적혀있어서...

 

정상 삼각점

 

드디어 해가 넘어간다. 특히나 지리산자락을 뒤로하고 넘어가는 해넘이가 일품이다. 오늘 참 운수좋은 날이다. 다만, 운수좋은날의 결말을 안다. 내일 혼자 중얼거리겠지.. 어제 운수가 좋다 했더니... ㅋㅋㅋ 사실 다음날은 온통 곰탕이라 조망을 볼 수 없었다.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을 뒤로하고 넘어가는 일몰

 

내가 사랑하는 지리산, 일몰, 진달래와 함께한 1박. 이 시간을 평생 기억할 듯하다.

 

 

좋은건 한번더, 아니 두번 세번 더 보고싶다. 계속 보고싶다.

 

 

왼쪽 데크에서 본 산청군 시내 조망도 일품이다. 다만 해가 지자마자 구름이 몰려오더니, 내일 비가 올 것이 확실해졌다. 일요일 오후에 비가 온다는 건 알고 이었는데, 이리도 구름이 빨리 몰려올줄은 몰랐다.

 

 

 

8시 잠이 들었다. 지난 와룡산 저녁이 너무 추웠던 기억에 핫팩을 4개 챙겨왔더니, 뜨뜻하게 잘 잤다. 역시 저녁 산은 추우니 든든히 준비해야 한다. 신기하게 늘 잠을 설치는데 오늘은 꿈까지 꾸고 지리산 기운이 좋긴 한가 보다. 눈을 뜨니 4시가 조금 넘었다. 5시에 알람을 맞춰놨는데, 새벽부터 등산하시는 분들의 후레쉬 불빛이 한 4~5번은 스쳐지나간거 같다. 왜이렇게 새벽부터 웅석산을 지나가나 했는데, 역시 지리태극길 끄트머리여서 그렇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엄청 유명한 길이었다.

 

 

 

5시가 넘어 여명이 밝아올 쯔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곰탕이다. 어제 어쩐지 운수가 좋았다더니... 보조배터리 선을 안들고 와 15프로 남은 휴대폰 충전도 못하고, 짐은 짐대로 들고 참 바보스럽다. 그리고 뜨거운 커피한잔 못 마시게 라이터만 안들고 와서 짐은 짐대로 들었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비자의적으로 비화식이다 오늘은. 그치만 커피가 간절해 그냥 차가운 물에 맥심을 탔더니 둥둥 하얀 가루가 뜬다. 그래도 먹었다. 맛은 커피맛이다.

 

 

 

6시30분 짐을 정리하고 7시에 달뜨기능선을 타러 떠났다. 사실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고 길을 찾아야 하는데, 배터리가 15프로밖에 안남아서 저전력모드에 비행기모드까지 하며 겨우겨우 길을 찾아 떠나는데, 결국은 마지막에 길을 잘 못 찾아 생각보다 빨리 하산해버렸다. 온통 곰탕이라 조망이 없어 그 아쉬움은 덜했지만, 다음번에는 제대로 한번 걸어보고 싶다.

 

 

 

웅석봉을 내려와 <제2헬기장>을 거쳐 <달뜨기능선-웅석봉 갈림길>에 도착했다. 친절하게도 한 등산객이 다물평생교육원, 삼계면 홍계 방향 표지판 밑에 매직으로 <달뜨기능선>이라고 적어놓으셨다. 감사합니다. 역시 등산하는 사람들은 참 친절하다.

 

 

곰탕같이 구수한 길을 걸어간다. 홍계마을로 내려갈때까지 계속 이랬다. 달뜨기능선 때문에 웅석봉에 온건데, 조금 아쉽다. 다음번에 다시 오라는 아름다운 달뜨기능선의 마음이리라. 참 서두에 말한 <달뜨기능선>의 의미는 이러하다. 과거 빨치산이 지리산에서 활동하던 시절, 새재나 치밭목에서 이 달뜨기능선 위로 떠오른 보름달을 보고 고향에 가고 싶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하여 달뜨기능선이라고 붙여졌다고 한다. 지리산은 참 이야기가 많은 산이다. 산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벅찰만큼 아름다운데 알면 알수록 슬픈 사연이 가득하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산이다.

 

 

산행 중 만나는 리본들도 하나같이 다양하다. 그러다 아는 이름을 만나면 신기하고 재밌다. <현오와 함께 걷는 지리산>이란 책을 갖고 있는데, 오늘 발견한 리본에도 그 서명이 적혀있다. 진짜 지리산을 열심히 다니셨나 보다.

 

 

또 최근 낮 열두시라고 자기 이름을 소개한 지인과 동명을 지니신 분의 산행리본도 발견했다. 갑자기 청하의 <벌써 12시>가 생각난다. 

 

 

이렇게 슬프고도 아름다운 달뜨기능선을 계속 걸어 <큰등날봉>으로 간다. 표지판을 따라 가면 된다. 여기까지는 전혀 헷갈리지 않는다.

 

 

웅석봉에서 출발한지 1시간만에 <큰들날봉 정상>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왔다. 그런데 여기서 고민했다. 저기 정상 옆에 넘어진 표지판은 어느방향을 가리키고 있는건지,, 다음 가야 할 <마근담봉>은 어디로 가야하는건지... 한참을 고민하다 산행리본이 많이 붙어 있는 길을 선택했다. 역시나 잘못 선택했더랬다.

 

 

내가 선택한 길은 <홍계마을>로 향하는 하산길이었다. 어쩐지 고도가 계속 아래로아래로 급격하게 낮아지더라... 나의 마근담봉은 다음으로 미뤄야 겠고, 달뜨기능선도 중간에 하산하게 되었다. 아쉽다. 시간은 8시밖에 안되었었는데... 다음에는 계속 직진을 해야 마근담봉에 도착하고, 거기서 홍계방향으로 내려가면 조금더 긴 능선을 즐길 수 있다. 오늘은 곰탕에 조망도 없어 이쯤에서 하산하라는 지리산의 배려였나 보다.

 

 

 

내려가는 길은 <홍계마을> 등로에서부터 걸어온 거리가 표기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표지판이 계속 나온다. 그리고 840m인가 표지판이 나올때부터 조금씩 조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무들이 연두빛을 띠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봄내음이 가득해졌다. 요녀석들 이제 봄이 온 것을 알았나 보다.

 

 

<큰들날봉 등로입구>에 도착하면 큰 <저수지>가 보인다. 예상치못한 저수지 조망에 웅석봉이 더 좋아졌다. 나만 알고 싶은 곳이라고나 할까. 웅석봉 정상에서 하루를 보내고 달뜨기 능선을 살방살방 걸어 내려와 떨어지는 계곡물에 깨끗히 씻은 손을 맞잡고 저수지 옆길을 걷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행복한 상상을 하며 행복했던 어제와 오늘을 되돌아본다.

 

 

저수지 옆길을 걸어가면 <산청약초농장>을 지나가는데, 저수지를 둘러싼 나무, 저수지 둑 넘어 쏟아지는 물줄기가 시원하다.

 

 

 

그렇게 계속 계곡을 따라 걸어내려오면, 웅석봉 등산로 안내판이 나온다. 여기서 택시를 탈 홍계마을 버스정류장까지는 10분정도 더 걸어가야 한다. 

 

 

홍계로 가는길에 동촌마을을 지나게 되는데 저 멀리 지리산 자락이 웅장하고 멋스럽다. 사진으로 절대 담을 수 없는 거대함(그레이트)가 느껴진다. 

 

 

왼쪽으로 계곡길을 두고 계속 걸어내려가면 등촌마을 안내판이 보이고 그 건너편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그 곳 버스정류장에는 택시번호가 적혀 있는데, 배터리 5프로를 남겨두고 전화를 걸 수 있었다. 면에서 출발해야 해서 가까운 거리임에도 2만원이 소요된다고 하신다. 네 알겠습니다 하고 택시를 불렀다.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택시를 기다리는데, 마스크를 쓴 어르신이 오신다. 산에 다녀왔냐고, 혼자다녀왔냐고 하시면서 지리산에 호랑이가 있으니깐 조심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호랑이 한번 보는게 소원이라고 말하니, 진짜 있다고 혼자다니는거 보니 미혼이냐며 몇살 먹었냐고 하셔서 33살 먹었다고 하니, 산에 혼자 다니지 말라고 곰이랑 호랑이 나온다고 조심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신다. 나도 같이다닐 짝 있음 하지만 그게 맘대로 안된다고 말씀드렸더랬지... 그러다 택시가 왔고 밤머리재로 다시 돌아갔다. 

 

 

 

밤머리재로 가는길에 기사님께 단풍나무가 왜 빨갛는지를 알게 되었고, 지리산 오면 연락하라고 명함도 주셨다. 빨리 다시 와서 택시아저씨 부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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