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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일기ㅣNepal Life

네팔 요가클래스의 악몽과 시간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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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묶고 있는 숙소 쉐프가 날 정말 잘 챙겨줘서 어느날 요가배우고 싶다는 말한마디에 근처 요가원을 소개해줬다. 요가의 본고장과 같은 네팔에서 요가를 배운다니 정말 꿈만같다는 기대감에 신나서 쉐프 키란과 같이 한달을 등록하러 갔다. 오프닝 타임이 아니라서 요가선생님께 직접 전화를 하니 근처에서 달러온 요가 꾸르(선생님의 네팔어), 다음주 월요일부터 주5일 새벽 6시에서 한시간을 하겠다고 했다. 선금은 다음주 월요일 첫 요가시간에 내기로 했다. 그렇게 나의 요가클래스는 시작되었다.

 

 

문제의 옴 요가클래스
요가샘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 친구 키란

 

드디어 전날 9시가 되기전에 일찍 잠이 들어 5시 30분 부스스 눈을 비비고 일어나 도보 10분 거리의 요가클래스를 향했다. 하지만 굳게 닫힌문.. 원래 한국에서 2개월이지만 집앞 요가학원에서 새벽수련을 한적이 있어 당연 문이 열려있고 향초 정도는 피워있을줄 알았는데.. 내 기대감이 그렇게 컸던 걸까... 5시 50분에 도착해 그래 내가 너무 일찍온거야 생각하고 10분을 기다렸는데 6시가 되어도 오지 않는다. 그래 조금더 기다려보자 하고 10분더 기다리다 이건 아닌거 같아서 미리 알아둔 요가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받았던거 같은데.. 그의 대답은 on my way... 흠.. 그래 오고 있다니.. 다행이잖아..

 

 

 

 

그렇게 선생님의 변명같이 않은 변명을 듣고(내가 안올줄 알았다고.. 아니.. 예약하고 갔잖아.. 돈내고 갔어야 했나..?!), 1시간 아주 짧디짧은 몸풀기 체력단련을 했다. 요가원이라기보다는 건물 옥상에 지은 컨테이너 가건물에다가 바닥엔 매트가 깔린 그런곳이었다. 정말 추웠다 내일은 패딩을 입고와야겠다고 다짐했다. 1시간은 짧다며 1시간 30분은 어떠냐는 말에.. 흠.. 그래 알았어.. 내일부터 1시간 30분해라고 응답하고는(가격은 동일하니깐..) 

 

 

 

요가원으로 올라가는 길
요가홀

 

 

팔돌리는 동작과 스쿼트를 여러번 한 덕에 팔과 허벅지가 욱신욱신.. 오랜만에 근육통에 시달렸다. 좀 미치광이 같지만 나는 등산 후에 느끼는 허벅지의 당김이나 근력운동후 느껴지는 팔근육의 통증에서 쾌감을 느낀다. 오랜만에 이 두가지를 동시에 느꼈다. 그래 이집 요가 맛집이네... 그렇게 월, 화, 수 목 4일동안 매일아침 요가 수련을 가는데.. 매번 이 꾸르는 시간약속을 안지켰다 적게는 10분에서 많게는 20분까지.. 그러다 목요일 저녁 혼자 늦게까지 업무를 보다가 도저히 다음날 일어나지 못할 거 같아 미리 선생님께 금요일은 수련에 못갈거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주말이 지났고..

 

 

 

요가원에서 본 주변 전망

 

 

그러다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월요일 여느때와 다름없이 6시에 맞춰서 수련을 갔고 오늘은 오겠지.. 하면서 또 새벽추위에 덜덜떠며 문앞에 서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15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25분이 지나도 안오는 거다. 25분쯤 되었을때 이건 아니다 싶어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2번 정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요가원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 뭐야 이거.. 정말 화가나서 더는 기다리지 않고 숙소로 돌아와 눈을 붙인 후, 조식시간에 키란(우리 숙소의 쉐프다)에게 오늘 황당한 얘기를 했다. 그리곤 왜 안왔는지 모르겠다며 무슨 날이냐고 했지만 오늘은 정말 아무날도 아니였다. 그러다 핸드폰에 온 문자를 발견했는데 6시 25분쯤에 온거 같았다. 요가원 담당자가 무슨 축제여서 오늘은 쉰다고.. 아니 그런 알림 문자는 왜 전날에 안해주는거냐며,, 그리고 그 축제는 어제였다고 했다. 황당 초 황당... 그래서 내가 내일은 꼭 6시에 맞춰서 요가수업에 오라고 답변을 보냈다. 

 

 

요가수련을 끝내고 집에가는길.. 댕댕이 앞에는 작은 슈퍼가 있다

 

 

그리고 다음날, 오늘은 6시에 오겠지 하면서 시간에 맞춰서 갔다. 늦기만 해봐라.. 살짝 화가 나 있는 상태이기도 했다. 내가 내돈주면서 운동하는데 이렇게까지 스트레스 받으면서 해야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6시가 지나고 10분이 지났다. 화가나기 시작했다. 요가샘한테 전화를 했다. 전화를 안받는다 이자식 또 잠수인가.. 그래 조금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15분이 되었다. 안온다. 뭐야 내가 무슨일 있으면 꼭 전날이나 요가시간전까지 메시지 보내놓으라고 했잖아.. 사실 오다 사고당했나란 생각까지 갔다. 20분이 되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정말 화가나서 숙소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자기 왔다고.. 이게 장난치나. 너무 화가나서 나 그만두겠다고 너처럼 약속 안지키는 사람한테 배우기 싫다고, 내 소중한 아침시간을 왜 너를 기다리며 추위에 떨어야 하냐고... 그러다 환불받아야 겠다는 생각에 요가원으로 다시갔다. 문앞에 서 있더라 그 샘이 오토바이와 함께... 그래서 화가나서 큰소리로 말했다. 그만둘테니 환불해달라고... 지금 당장.. 다시는 여기 와서 너 기다리기 싫다고.. 하니 지금 돈이 없단다.. 주소 가르쳐달라고 자기가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그래 메시지로 보내줄게 계좌로 부치던지 호텔로 가져오던지 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왔다. 

 

 

동네 골목에 위치한 힌두사원

 

 

사실 네팔에서 일하면서 현지직원을 통해 네팔 사람들 시간관념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듣긴 했다. 고산이라서 그럴수도 있는데 비스따리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듯하다. 소위 말하는 공무원들도 10시가 넘어서야 출근하고.. 그리고 네팔 민원인들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사실 우리 회사 고객들도 짧겐느 6개월 길게는 1년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그런면에서 재촉하지 않아 감사하긴 한데.. 나같이 성질급한 인간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세계관은 아닌 것 같다 정말...

 

그렇게 나의 짧고 짧은 현지 요가수련 기회는 끝이 났다. 다른 요가학원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했지만..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요가인데.. 이걸 하면서 스트레스만 더 쌓이니.. 과연 이게 효과가 있을까 싶어 당분간 쉬겠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도 입금은 커녕 호텔에 돈을 가져오지 않는 그 요가샘을 보고 그냥 짜증나서 모른척 하고 있었는데, 요가원을 소개시켜준 키란이 결국 전화해 환불받아준 것 같다. 오늘 돈을 받으러 오라고 하니.. 키란에게 팁이라도 좀 줘야겠다. 근데 아직까지 나는 이 친구의 호의에 대해 돈으로 보답하는게 맞는건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못 돌려받을뻔 했던 4,000루피를 받게 되었으니 1,000루피라도 한번 내밀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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