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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일기ㅣNepal Life

경찰서에서의 삼자대면 그리고 보험의 뒤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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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 2. (월)
새해 첫 출근을 앞두고 처음으로 조식을 먹으러 갔다. 신기하게도 식당이 옥상 야외테라스에 있어서 초난감.. 심지어 투숙객이 나혼자인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아무도 없었다. 살짝 두리번 거리는 중에 쉐프로 추정되는 직원분을 만났고 테이블로 안내되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시작되는 메뉴에 대한 설명.. 계란, 찐 야채... 뭐라뭐라 했던거 같은데 멍하니 듣다가 갑자기 어떤걸 하겠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그냥 추천해달라니깐 취향을 말하라고.. 알고보나 계란 어떻게 원하느냐였고 그 유명한 서니사이드업을 시켰다. 딱히 다른게 떠오르지 않아서...




잠깐 기다리니 커피가 나왔고 나는 라떼를 생각했는데 커피와 우유가 따로 나와 그냥 우유를 커피에 부어 먹었다. 아무래도 커피는 숙소앞 아라비카카페에서 사먹어야 겠다. 그리고 한 10분쯤 후에 첫번째 음식이 나왔는데 안에는 사과인거 같았고 대충 애플팬케익에 석류가 뿌려져 있었는데, 석류 진짜 오랜만에 먹어보는 듯.. 네팔에서 석류를 만날줄이야 ㅋㅋㅋㅋ 아까 무슨 계란 종류 고르라더니 왠 팬케익인가 싶어 조금더 기다리니 큰 접시에 서니사이드업된 계란 2개와 치즈, 찐 브로콜리와 당근, 스프링롤이 나왔는데 출근시간이 다되어 허겁지겁 먹는 통에 사진도 못찍었네... 그 와중에 쉐프가 나와서 이 숙소에 나와 비슷한 일본인 여자가 묶었고 한국과 독일 혼혈의 투숙객이 있었고.. 자기는 태권도 검은띠고, 한국에 일하러 가려고 선발시험도 쳤는데 운이 안좋아 한국에 못갔다고.. 아마도 사업주가 쉐프를 선택하지 않았나보다.. 대신 두바이에 다녀왔다고 한다.

9시에 출근해 내가 3년 정도 근무할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깔끔하고 좋았다. 다만 5층인데 엘베가 없어 매번 헉헉 거리며 올라가야 하는게 좀 흠.. 심지어 이 사무실을 월 900불에 빌리고 있다니.. 상사 임기가 1년 정도 남았는데 맘에 안들면 자기 가고나서 다른 건물을 찾아보라고 하셨다. 나는 충분히 맘에 드는데.. 심지어 내방도 있어서 이런 호사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그리고 오늘 처음 만나는 현지직원, 통번역을 주로하는 MR씨 외에 행정업무를 수랭하는 D씨를 처음 만났다. 네팔인들은 참 순수하고 예쁜 미소를 가진거 같은데, 오자마자 커피를 타주셔서 참 감사했다.


랄릿푸르 구역 경찰서



오전 10시에는 어제 작성한 진술서를 바탕으로 경찰관이 렌트카 드라이버와 숙소매니저를 불러 삼자대면을 했다. 근데 왠걸 11시 30분이 넘도록 렌트카드라이버가 나타나지 않는거다. 이게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지.. 경찰이 불렀는데 안오는건 정말 상식밖의 일이었는데 MR씨는 일상적인듯 “This is Nepal" 이라는 유명한 어록을 남겼다. 그렇게 11시 40분 쯤 드라이버가 도착하고 하위 경찰관이 사건을 조사한 후 상부경찰에 우리를 불러 이거저거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곤 나와 MR씨를 먼저 돌려보내고 남은 두사람에게 더 질문을 한 듯 했다. 그리고 조만간 숙소에서 짐을 날라다준 직원들을 불러 추가조사를 한다고 한다.


도난 전 공항 CCTV에 찍힌 MR씨와 나


나는 당연히 여기 오기전 해외근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도난이나 분실등에 대한 보상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장기체류자에 대해서는 상해 질병 이외에는 보상내역이 없다는 것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당연히 내가 보험을 들어왔을텐데.. 어이가 없고 또한번 분통이 터졌다. 그리고 또다시 알게된 건 그 분실된 캐리어에 내 순토시계까지 들어있었다는거.. 정말 또한번 짜증이 밀려왔다 ㅠㅠ




늦게까지 이어진 조사로 1시가 넘어 끝이났고 나와 MR씨는 상사가 기다리는 식당으로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MR씨와 똑같은 American Chop Suey를 시켰는데 튀긴 라면땅 같은 면에 닭고기 야채 등이 들어있었는데 뭔가 익숙한 양념맛은 무엇?! 아무튼 나쁘지 않았는데 MR씨는 익숙한 “부먹”이란 말을 하며 자기는 “찍먹” 스탈인데 소스가 너무 많아 별로였다고 말했다. 정말 “부먹”이란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이 네팔사람을 어쩌면 좋을까.. 정말 내가 아는 외국사람 중 제일 멋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 현지 정부유관기관 사무관 등과 함께 간단히 미팅을 한 후 사무실로 돌아오니 벌써 퇴근시간.. 생각보다 사무실에 숙소와 멀어 도보로 30분이 소요되더라.. 상사는 반대방향 일명 강북에 사셔서 강남에 사는 나와 정반대라 오늘은 D씨가 오토바이를 태워주기로 했다. 생애 처음으로 오토바이를 네팔에서 타다니!! 먼가 신기하고도 멋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내 자전거헬멧이라도 갖고 다녀야했는데.. 무수히 많은 도로의 오토바이와 자동차 물결에 동승하며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로비에는 껄끄러운 그 숙소 사장이 내게 말을 걸었는데, 경찰서에서 연락온 것이 없냐는 거였다. 이 사람 왤케 의심스럽지?! 싶은게 아까 경찰서에서 MR씨가 대질심문중에 이 매니저가 계속 입술에 침을 바르고 손을 가만히 있지 못하는게 영 의심스럽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정말 너면 그냥 방에 가져다놓기만 하면 내가 아무말도 안할게 제발 그냥 돌려주라 ㅠㅠ 그 와중에 또 분실된 캐리어에 내 안경이 들어있음을 발견했다. 사무실 모니터가 해상도가 떨어지는지 눈이 너무 아픈데 그와중에 업무용 블루라이트차단 안경도 거기있다니... 중요한건 다 거기들었네 제길..




그래도 업무용 핸드폰을 선물받고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다. 아이폰4부터 현재 13pro 까지 줄기차게 아이폰만 고수해온 앱등이로서 한번쯤은 갤럭시 Z플립 써보고 싶었는데 네팔에서 사용해볼 줄이야.. 신기하기도 하고 한번도 안드로이드를 써본적이 없어서 난감 또 난감.. 그러면서도 도난당한 캐리어에 넣어온 출국적 업무용 노트북으로 산 갤럭시북2가 떠오르는건 어째야하나.. 심지어 윈도우CD도 같이.. 아.. 정말 ㅠㅠ 슬프다ㅠㅠ 언제쯤 이 짜증나는 감정을 지울 수 있을까..

네팔에서의 공식적인 첫 출근 끝..
1/11까지 어떻게 한번도 해본적없는 이 업무의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누.. 살짝 걱정이 밀려오며 일단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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