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
1년 6개월 창원살이를 끝내고 네팔로 갑니다.
창원살이가 지겹고 외로워질 무렵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신청한 네팔 주재원 근무가 다행히도 다른이들에겐 큰 흥미가 없었던지 중요부서 근무자도 업무 유경험자도 아닌 제게 기회가 찾아왔네요
처음 발령문서에 제 이름이 적혀있었을땐 얼떨떨하고 정말 내가 거길 가는건가 괜스레 좋지도 싫지도 않은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리곤 하나둘 지난 7년간 묵혀두었던 짐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1년간 기다려 받은 새차를 떠나기 전날 급하게 고쳐 팔기까지 하며 그렇게 떠밀리듯 저는 네팔 카트만두에 도착했습니다.
카트만두 트리부반 공항에는 현지 통역으로 활동하는 MR씨가 마중을 나오기로 했고, 저는 비행기에 내리자마자 예방접종증명서와 사전에 발급받은 비자를 검증받고 MR씨와 만나기로 한 수화물 찾는 곳으로 갔습니다. 다행히 미리 받은 사진과 똑같이 생긴 MR씨를 만났고 쿠팡을 통해 하나하나 구입해 담아왔던 이민가방 10개를 무사히 찾아 미리 예약한 차를 타고 한달간 거주할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숙소에는 2년전 건너오신 상사분이 기다리고 계셨고 MR씨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자 근처 피자가게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현지 맛집이라는 피자와 스파게티를 재빠르게 흡입했고, 1월 6일부터 설날까지 한국으로 휴가를 떠난다는 상사의 말에 살짝 멈칫 했지만 행복한 기분으로 숙소에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짐은 숙소에 차곡차곡 쌓여져 있었고 너무 피곤한 나머지 샤워를 하려고 물을 틀었는데.. 10분 넘게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이게 맞는 걸까라 생각에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결국 15분쯤 물을 더 틀어놓았고 그제서야 따뜻한 물이 나왔습니다. 15분이면 벌써 샤워를 하고도 남을 시간인데.. 아마도 저는 당분간 찬물로 모든것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국에서 챙겨온 전기장판과 이불을 깔고 차가운 공기로 가득한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엄청난 일이 일어날 줄도 모르고 말이죠. 다음날 노트북을 꺼내려고보니 모든 전자기기를 담아온 기내 캐리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제 숙소를 촬영한 영상을 보니 그 캐리어가 찍히지 않았더군요.
바보같이 어제 왜 그 캐리어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던 걸까요. 잠이 깨기도 전에 MR에게 카톡을 남겼고 30분이 지나서야 답장이 왔습니다. 렌트카와 호텔 매니저 모두 그 캐리어를 보지 못했다고... 정말 황당했습니다. 분명 노트북, 고프로, 외장하드, 삼각대, 마이크, 브롬톤 전후방등, 헤드랜턴, 캠핑랜턴 등(아직도 정말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위탁으로 붙일 수 없는 배터리가 붙어있는 모든 물품이 든 그 캐리어가 없었습니다. 분명 숙소도착까지 차안에서 제가 잡고 있었는데 왜 그 캐리어는 다시 찾아볼 수 었었을까요. 노트북 진짜 기존 맥북으로 업무피씨 사용이 불가해서 네팔 오기 일주일전 새로산 갤럭시북2인데.. 사실 노트북 뭐 포기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제 등산용 헤드랜턴과 브롬톤 장비들은 어쩌란말이죠 ㅠㅠ 눈물이 날거 같습니다.
호텔 cctv에서는 차에서 내려 숙소로 들어간 흔적이 없고 렌트카 업체는 자기가 체크를 다 한다고 합니다. 솔직히 이제는 못믿겠습니다 이 네팔이란 나라에 사는 사람들.. 어떻게 가드까지 있는 숙소안에 들어온 차에서 캐리어가 분실될 수 있는지.. 저는 더이상 이 숙소에 있고 싶지 않아 오늘 짐을 쌓습니다. 그리고 오자마자 다시 한국에 가고싶은 마음 뿐입니다. 이런 맘으로 앞으로 남은 2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다시 그냥 한국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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