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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ㅣOUTDOOR

함양 황석산 : 우전마을 사방댐 ~ 피바위 ~ 거북바위 ~ 정상 ~ 황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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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자 : ‘20. 8. 2.
- 산행경로 : 우전마을 사방댐 ~ 피바위 ~ 거북바위 ~ 황석산 정상 ~ 망월대 ~ 황암사 (9km, 4시간30분)
- 사방댐까지 차로 이동, 주차장이 협소하여 6대 정도 주차가능, 황석산 정상 데크 재정비로 8/31까지 공사중(정상 못감)



울산에서 새벽 4시 즈음 출발, 황석산이 있는 함양으로 이동한다. 우전마을에 다다를 즈음, 갑자기 사거리 신호를 받고 있는데 앞에 서 있던 차가 후진을 한다. 부딪힐거 같아 2차선으로 피했는데 결국 뒤이어 오던 차가 정차해 후진하던 차가 사고를 낸다. 그러곤 후진한 차주가 갑자기 뒤에서 박았다며 어이없는 말을 하길래 받힌 차주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갈길이 바빠 혹시 필요하면 증언해주겠다고 하곤 전화번호를 남기고 자리를 뜬다. 내가 피하지 않았으면 내 차를 박았겠지 싶었다.



부지런히 달려 오늘 만나기로 한 장소인 황암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오늘은 부산에서 활동 중인 너나들이 산악회와 함께왔다. 차를 나누어 들머리인 우전마을 사방댐으로 이동한다.


사방댐 들머리는 차가 들어가기 비좁고, 주차장은 매우 협소하다. 다행히 아침일찍 도착해 함께온 사람들의 차를 세울 수 있었다. 주차장은 협소하여 최대 6대 정도 주차가 가능하다. 우전마을에서 사방댐까지 1.9km 거리인데, 오름길 절반 정도를 차로 이동했다. 사방댐으로 올라오는 길이 예쁜데, 담번에는 산책삼아 걸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사방댐에서 황석산 정상까지는 2.8km이다. 살랑살랑 걷기 좋은 거리지만, 늘 그렇듯 단거리가 좋은건 아니다. 그래도 절반 가량을 차로 이동해서 산행을 시작한 터라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피바위>에 도착한다. 피바위라 해서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는데, 그냥 넓고 평평한 바위에 물줄기가 스쳐지나간다. 설명을 보면 정유년 왜군의 침략으로 황석산성이 함락되자 여인들이 이 곳에서 순절했던 바위라 한다. 지금이나 과거나 여인들의 삶이란 참 순탄치 못하다.




피바위 옆 황석산 정상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피바위에서 간단히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산행길에 오른다. 벌써 들머리에서 절반을 올라왔다. 1.3km 만 가면 정상이 나온다. 오늘 산행은 쉬엄쉬엄 좋구나.




가는 길에 쌓인 바위도 구경하고, 여름산행의 묘미 푸릇한 이끼와도 인사를 나눈다.




어느덧 황석산성에 도착한다. 나는 늘 산성을 좋아해 전생에 이 산성을 쌓은 노역꾼이 아닐까 매번 생각한다. 물론 그 당시 노역을 제공해야했던 이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안타깝다. 그들의 노고덕에 지금의 이 아름다운 산성을 감상할 수 있어 감사하다.




산성 입구를 지나 산성위를 걸어본다. 최근 부산 금정산성을 다녀갔었는데 황석산성 성곽폭이 꽤 넓다.




황석산성을 우측편에 두고 왼쪽 숲길로 들어간다. 푸릇푸릇 여름산행은 너무 좋지만, 하도 헌혈을 했더니 다리가 간질간질하다. 사람용 헌혈은 거절당해도 모기들 배는 부르게 하는구나.




신기하게 나무에서 붉은 뿌리가 나와있다. 뭔가 싶어 살짝 만졌는데 진짜 나무뿌리가 삐죽삐죽, 신기하게 자꾸 웃음이 새어나왔다. 나무기둥에서 뿌리가 삐져나와선지 아니면 내 마음을 비집고 나오게 만든 그 사람이 생각나서인지 모르겠지만.




어느덧 거북바위로 가기 전 <건물지>에 도착한다. 안내문에 따르면 황석산성 안에는 여러 건물터가 확인되었다고 하는데 여긴 군창이 있었던 곳이란다.




거북바위 가기 전 0.6km이다. 이곳에서도 산수국을 만난다. 암술수술이 없는 헛꽃이 나비를 홀려 진꽃의 수정을 도와준다지만, 진정 겉이 아닌 진심을 알아줄 벌은 없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든다.




거북바위로 가는 길은 제대로 된 등로를 찾기 힘들다. 그냥 앞사람 뒷태만 따라갔더니 어느덧 거북바위와 정상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 구멍으로 우리가 올라왔었지.




이제 진짜 거북바위 쪽으로 올라가본다. 가기 전 쓰러져가는 무덤이 있으니 적절히 피해서 올라가기를.




안녕 거북, 만나서 반가워. 근데 어쩜 넌 푸른바다가 아닌 잿빛 하늘 한가운데 덩그러니 앉아있니?!




와 비비추의 연보라색 꽃이 펴있다. 늘 둥그런 잎만 그렇게 보아왔는데, 비비추 꽃은 처음이다. 참 예쁘다.




큰 일이다 정상석 데크 공사중이라 기존 데크가 모조리 뜯겨져 있다. 올라갈 수 있는지 보는데 다행히 밧줄은 끊기지 않고 있어 올라가보기로 한다.




바위에 박혀있는 나사를 밟고 정상까지 올라가본다. 위태위태하지만 왜이렇게 신이날까. 가끔 누군가와 같이 등산하는 것도 참 웃음이 난다.




잿빛 하늘 사이로 조금씩 푸른빛이 보인다. 날요가 되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던가. 성격급한 곰탕요정은 이런 멋진 누군가를 기다리기엔 너무 지쳤나보다.




황석산성의 자태가 보인다. 운무속에 휩쌓인 그 자태가 늠름하기도 하고 유머러스해 보이기도 하고.




오늘 산행의 결론이다. 살방살방 산행인줄 알고 왔는데
괘 신선하고 즐거웠다.




뒤늦게 혼자 올라온 언니 한분이 정상에 올라가셨는지 그 모습이 멀리서 보인다. 우리도 저기에 서 있었을때 저렇게 멋있었을까.




이제 황암사 방향으로 내려간다. 황암사까진 4.5km 거리다.




여기가 망월대인가? 예전 집같은 건물 뒤편 소나무 그루 아래 전망좋은 바위가 있다. 그 곳에서 먼저 온 이들이 나를 반긴다. 아니 나를 포함한 우리를 기다린다. 아무래도 좋다.


 
그 곳에서 이런저런 사소한 이야기를 말하고 듣고, 오랜만에 등산길에 웃음꽃이 핀다. 이런 사소함이 얼마만이던가.




여긴 내려가는 길이 너무 예쁘다. 계곡도 만나고 쭉쭉뻗은 나무들도 시원시원하고.




건너편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도 있고, 나와 같이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고, 나를 예쁘게 찍어주는 사람도 있고 오랜만에 산행길이 따뜻하고 또 따뜻하다.




어느덧 임도를 거쳐 황암사에 도착했다. 올라가는 길도 내려가는 길도 참 예쁜 곳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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