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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ㅣOUTDOOR

지리산 형제봉 : 최참판댁 ~ 한산사 ~ 고소성 ~ 신선대 ~ 1,2 형제봉(성제봉) ~ 활공장 ~ 수리봉 ~ 청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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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3. 31.

 

하동십리벚꽃길이 하얗게 물들어갈 즈음, 울적한 마음 달래고자 먹통골 작은 펜션에서 이튿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지리산 형제봉을 가고자 이른 아침 화개를 빠져나왔습니다. 주말, 그리고 월요일까지 붐비던 교통체증은 화요일 아침에서야 풀려있었고, 빠져나가는 길목에 큰 트럭이 벚나무 가지를 건드리는 바람에 벚꽃잎이 흩날려 현실판 <벚꽃엔딩>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쏟아지는 햇빛에 반사되는 벚꽃잎이 슬프게도 아름다운지. 떠나는 이의 뒷못습이 이정도로 아름다울 수 있을까란 생각마저 듭니다.

 

 

 

 

화개를 빠져나와 형제봉 들머리 최참판댁은 내사랑 악양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박경리 토지의 배경이 된 평사리 들판과 서희, 길상송으로 불리우는 부부송이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포근하고 아름다운 동네죠. <최참판댁>을 기점으로 한산사 ~ 고소성 ~ 신선대 ~ 제1,2 형제봉(성제봉) ~ 활공장 ~ 수리봉 ~ 청학사를 걷는 6시간 상당이 소요되는 코스로, 익히 섬진강과 악양이 내려다보이는 걷는데다 간담 서늘한 구름다리까지 건널 수 있어 알만한 사람들은 안다는 아름다운 봉우리임에도 국립공원공단에서 관리하지 않고 하동군에서 관리하고 있는 지리산 봉우리중 하나입니다.

 

 

 

 

 

<최참판댁 소형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매표소에 입장료(2천원)를 내고는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매표소 바로 옆 가게에서 얼린 식혜 하나를 3천원에 구매한 것은 정말 지금생각해도 잘한 일 같습니다. 한 개 더 구매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남기도 하죠. 다음번에는 꼭 식혜 1개, 오미자 1개를 구매하리라 마음먹어요.

 

최참판댁을 둘러볼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지만 들머리로 이곳을 많이 찾기에 나도 최참판댁에서 시작했으나, 10시쯤 도착한 나로서는 이 곳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한산사로 가는 길에 유채꽃이 핀 물레방아에서 사진 1장을 찍었을 뿐이랄까. 그래서 꼭 최참판댁을 둘러보지 않는다면 들머리로 <한산사>를 잡거나 그 이전 <외둔마을>에서 출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터.

 

 

최참판댁 물래방아

 

 

매표소에서 <최참판댁>을 거쳐 <한산사>로 가기 위해서는 갈림길이 나올때마다 "왼쪽길"을 선택한 후, <물레방아>가 보이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 됩니다. 한산사, 형제봉을 가리키는 푯말이 가는 길목마다 나와 헤매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늘 들머리 찾는게 힘들다면 힘든 편인데, 나름 수월하게 시작한 거 같습니다.

 

 

 

형제봉 등산 초입

 

 

3월 말 봄햇살이 가득한 시기, 유채꽃 만발한 최참판댁을 거치며 꽃구경으로 시간을 보내곤 10시 30분이 넘어서야 한산사 옆 등산로에 진입했다.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입구에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는데, 4월 1일부터 구름다리 보수공사차 등산로를 페쇄한다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오늘은 3월 31일, 그래서 플래카드를 넘어 올라갔다. 하루 전은 괜찮겠지..

 

 

 

 

 

초입은 오르막을 좀 타야한다. 쑥쑥 뻗은 나무 사이로 잘 정비된 등산로를 오르면 군데군데 얼굴을 드러낸 진달래가 초행손님을 환영해준다. 기존 산죽들로 가득찬 지리산 여느 코스와는 다른 느낌이다.

 

 

 

고소성

 

 

고소성은 지리산생태탐방원으로 올라와 스타웨이 하동을 거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분만 걸으면 올라올 수 있는 곳인데, 광양 백운산과 억불봉을 조망할 수 있다. 몰론 굽이 굽이 흐르는 섬진강과 악양면 평사리들판은 장관이다.

 

 

억불봉과 백운산

 

 

최참판댁 주차장에서 어머니 아부지를 만났는데, 형제봉 등산 들머리를 아느냐고 물으셨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참판댁을 시작으로 한산사 고소성으로 올라갈 예정이라고 말씀드리고 산행을 나섰는데, 뒤늦게 고소성에서 그 분들을 만났고 계속 앞서거니 뒷서거니 만나 날머리인 청학사에서 택시를 같이 타는 인연으로까지 이어졌숩니다. 알고보니 그분들은 외돈마을 들머리를 계속 찾다가 결국 한산사 입구까지 차를 타고 올라와 고소성에 이르렀다고 하십니다.

 

 

 

고소성에서 내려다보이는 섬진강과 평사리들판

 

 

어무이 아부지는 고소성 소나무 밑에서 섬진강을 바라보며 한참을 쉬었다 가셨는데 사실 저도 저기앉아 바라보고 싶었으나, 계속 먼저가라고 쉬었다 간다고 하셔서 어쩔수 없이 명당을 양보해드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고소성에서 만난 어무이 아부지

 

 

여담으로 고소성에서 어무이 아부지 사진을 찍고 먼저 산행을 시작하던 중 구름다리를 지나 철쭉동산에 이르기 전 조망터에서 점심을 먹고 일어나는데 뒤늦게 오신 어무이아부지가 시간이 늦어 구름다리에서 형제봉을 가지않고 내려가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형제봉 삼거리에서 청학사로 내려가 같이 택시를 타고 들머리로 가자고 제안했고 흔쾌이 그러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후 활공장을 다녀온 나는 뒤늦게 오신 두분을 삼거리에서 만나 수리봉으로 함께 내려갔고 청학사에서 택시를 불러 한산사까지 같이 왔습니다. 두분은 활공장을 가시지 않으신 듯 합니다.

 

"

들머리부터 만난 어무이, 아버지는

발걸음을 서로 굳이 맞추지 않아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서로를 보다가

전망좋은 그늘에서 바람결을 느끼고

흩날리는 벚꽃아래 서로를 찍어주다

오늘 하루 이야기로 잠을 청하겠지

 

이게 바로,

30년 후에 나와 너의 모습이야

"

 

산행 중 멀리서나마 두분을 바라보았지만 30년 넘게 등산을 함께하신 듯 하다. 택시에서 기사님가 나누는 얘기만 봐도 두분의 등산경력은 화려했고, 두분의 걸음은 수년간 서로가 익숙한 듯 누구 하나 재촉하지도 뒤쳐지지도 않게 순탄해보였습니다. 산행 이후 화개 쌍계사가는길에 벚꽃 구경을 가신다고 떠나신 두분을 보며 30년 후의 나와 내 배우자의 모습이기를 마음속으로 바랐습니다.

 

 

고소성에서 신선대로 향하는 길에 만난 통천문

 

 

형제봉 등산코스에는 두개의 통천문이 나오는데, 신선대로 가기전 만나는 첫번째 통천문이다. 길이 생각보다 많이 좁았습니다. 코로나로 평일에 운동을 못했더니 불어난 살때문에 통과하지 못할까봐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히 순조롭게 지나칠 수 있었습니다.

 

 

신선대(903m)

 

멀리 신선대(903m)가 보입니다. 그 뒤는 철쭉군락지로 유명한 철쭉동산. 5월 중순 즈음 꼭 철쭉을 보러 이곳에 오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너무 예쁠듯 기대된다. 통천문을 지나면 지리산 둘레길 <윗재>가 나온다. 산행리본이 장관을 이루는 곳입니다.

 

 

 

윗재
신선대 올라가는길

 

 

무수히 많은 바위들을 지나면 드디어 신선대로 오르는 길목을 만납니다. 두개의 큰 바위 사이로 올라가 왼쪽으로 꺾으면 신선대에 도착합니다. 한 가운데 언덕이 있는데, 무덤인 듯 하여 올라가지는 않았고, 그 뒤에 작은 바위가 있어 그곳에 삼각대를 놓고 사진을 찍으면 어느정도 조망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신선대 조망

 

산행 내내 굽이 흐르는 섬진강과 악양면을 조망할 있습니다. 손꼽히는 조망을 가지면서 적당히 오르락 내리락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재미있는 등산코스입니다. 혼산에 고프로를 삼각대에 세워놓고 찍은거라 조망을 더 담지 못한것이 안타깝습니다. 그 풍광의 10분의 1도 담지 못한 사진입니다.

 

 

 

 

신선대를 지나면 바로 <구름다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내일(4/1)부터 시작되는 보수공사로 혹시나 끊어지지 않을까 더 아찔아찔 무서움이 몰아치는데, 그럼에도 출렁거리는 이 서늘함을 꼭 느껴봐야 할 듯합니다.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늘 기회가 있으면 높은 곳에 올라가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구름다리

 

 

신선대와 구름다리를 지나면 저 멀리 철쭉동산을 맞이할 수 있고 그 사이 조망좋은 터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죠. 저는 여기서 콜라와 계란, 초콜릿을 먹었습니다. 등산할때마다 콜라가 당겨서 사가져갔는데 오늘은 식혜 덕분인지 그렇게 끌리진 않더라구요.

 

 

 

 

 

배도 채웠으니 다시 부지런히 가야겠죠. 철쭉동산으로 올라가기 전에 <샘터> 푯말을 만날 수 있는데요. 20m 거리밖에 안걸려서 저도 한번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 백패킹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물이 좀 콸콸 흘러주는 샘터이길 바랐는데 메말라 있었습니다. 그냥 웅덩이 정도로 말이죠. 아쉬웠습니다.

 

 

샘터

 

 

철쭉동산을 올라서면 <철쭉제단>을 만날 수 있습니다. 헬기장도 있어서 이곳도 좋은 백패킹터가 되겠네요. 조망이 참 좋습니다.

 

 

 

 

<철쭉제단>을 지나면 부부 묘지가 나오는데요. 비석이 특이하게 바위에 붙어있습니다. 그 위가 바로 <제1형제봉(1,108m)>입니다. 한자로는 성제봉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경상도에서는 형을 <성>이라고도 불러서 성제봉이라고도 하나봅니다. 한자는 음에 맞는 한자를 붙인 듯 합니다.

 

 

 

제1형제봉 올라가는 곳
제1현제봉(1,108m)

 

 

 

제1형제봉을 내려오면 가는 길목에 등산로 폐쇄 표지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이 등산로였다고 하는데, 어디로 내려갈수 있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아마도 노전마을로 이어지겠죠?

 

 

 

 

 

<제2형제봉(1,117m)>에 도착했습니다. 제1형제봉(1,108m)보다 높이가 더 높네요. 정상석 옆 안내판이 쓰러져 있습니다. 일부러 그런건지 바람에 넘어진건지 잘 모르겠네요. 태극기를 달 수 있는 깃대도 위치하고 있는데, 오늘은 메달려 있지 않습니다.

 

 

 

제2형제봉(성제봉, 1,117m)

 

 

제2형제봉을 지나면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청학사>로 내려가는게 주 코스지만, 1.2km 정도 거리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활공장>이 위치하고 있어, 가보기로 합니다. 5시가 넘은 시점이라 조금 잰걸음으로 갔더니 왕복 20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번 가보는것도 좋을 듯 합니다.

 

 

형제봉 삼거리

 

 

형제봉 삼거리에는 삼감점이 위치하고 있네요. 청학사로 내려가는 방향에 삼각점이 있어 안내문에 따라 중요하다고 하니 한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삼각점 옆에 해당 표식이 있는데, 1,112m 지점을 표시한 곳인 듯 합니다. 아시는 분 좀 알려주세요^^

 

 

 

 

 

형제봉(성제봉) 활공장에 도착하였습니다. 활공장 입구에는 형제봉 등산로 안내도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동만큼이나 아기자기 예쁘게 만들어져 있네요. 들머리 한산사 부근에도 있었던 거 같은데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형제봉 활공장

 

 

주말에 왔다면 패러글라이딩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는데 한적한 화요일 나홀로 등산이라 사람이 없네요. 아니 어머니 아들 커플이 와서 신나게 사진을 찍고 갔습니다. 소란스러웠지만 보기좋더군요. 예전에 여기서 백패킹을 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입구에 야영금지라고 적혀있는거보니 이제는 안되나봅니다.

 

 

 

 

 

활공장에서 지리 주능선을 바라볼 수 있는데, <AR산지도> 앱을 켜서 한번 찾아봅니다. 저 멀리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도 보이구요, 지난 주 다녀왔던 왕시리봉, 일출명소 촛대봉도 보이구요. 노고단, 반야봉도 보입니다. 언제쯤 앱을 활용하지 않고 능선과 봉우리를 읽을 수 있을지, 얼른 그런날이 왔으면 합니다.

 

 

 

형제봉 삼거리

 

 

다시 <형제봉 삼거리>로 돌아와 청학사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내려가는 길은 생각보다 경사가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내려가는 길에 저 멀리 걸어온 형제봉 능선이 보이네요. 참 재미있는 산행길이었습니다.

 

 

 

 

천왕봉 보인다는 바위(?)도 볼 수 있습니다. 신기하게 생겼네요. 독수리 같이 생기기도 하고 검지로 천왕봉을 가리키고 있는 모습같기도 합니다.

 

 

 

 

 

형제봉에는 2개의 <통천문>이 있는데요. 청학사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또하나의 통천문을 만났습니다. 통천문을 지나고나서야 통천문 표지판이 있네요. 청학사로 올라오는 분들은 표지판을 먼저 만나게 됩니다.

 

 

통천문

 

 

 

 

 

내려가는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중간에 <수리봉(874m)>를 지나는데 별도 정상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청학사 이정표에 <수리봉>이라고 친절한 분이 매직으로 적어놓으셨네요. 5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이라 서쪽하늘에 해가 넘어갑니다.

 

 

수리봉
수리봉

 

 

드디어 <청학사>에 도착합니다. 조용하고 한적한 절이네요. 아름드리 벚꽃도 피어있고, 졸졸졸 떨어지는 작은 계곡물도, 사찰의 화재를 예방해준다는 동백꽃들도 활짝 피어있습니다. <청학사>에서 들머리인 <최참판댁>까지는 악양개인택시를 불러 이동했습니다. 미터계를 사용하지는 않고 12.000원 정액을 받으시더라구요. 생각보다 가격이 적어서 다행이었습니다.

 

 

 

 

6시간 가량 소요된 형제봉 산행은 잊지못할 거 같습니다. 매년 3월 벚꽃이 필무렵, 5월 철쭉이 물들무렵에는 꼭 방문할 거 같네요. 그리고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고소성 소나무 조망터에서 가족들과 친구 몇명만 모아두고 작은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는 버킷도 추가해봅니다. 구름다리 보수공사가 5월 전에 끝날진 모르겠지만, 조만간 다시올 거 같아요. 혼자서든 누군가와 함께이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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