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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ㅣOUTDOOR

지리산 왕시리봉 : 문수골 ~ 느진목재 ~ 왕시리봉 ~ 문수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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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시루봉(1,212m)은 지리산 노고단(1,507m)에서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을 향하여 남쪽으로 뻗어 내린 능선상에 있는 봉우리로, 정상부가 펑퍼짐하고 두루뭉수리하게 생겨 마치 큰 시루를 엎어 놓은 것 같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고 합니다.

지리산 남부
지리산 왕시루봉

오늘 지리산 왕시루봉 산행은 문수사길을 시작으로 느진목재 ~ 왕시루봉 ~ 선교사유적지를 거쳐 다시 원점회귀하는 일정 입니다. 출발 전 구례에서 허기를 채우기 위해 섬진강 재첩수제비를 먹습니다.

SUUNTO SPARTAN
섬진강 재첩수제비


식당 벽에는 유명하다는 이원규 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 큼직하게 붙어있네요. 그 시 함께 느끼려 공유드립니다. 이 시에 안치환이 곡을붙여 노래했다고 하네요.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_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푸른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 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배를 채웠으니 등산을 시작해야 겠죠. 문수사길에서 느진목재로 가는길에 크나큰 고드름을 만납니다. 스케일이 남달라 맛을 봅니다. 한창 인스타그램에서 설산으로 도배하던 시절, 따뜻한 남쪽나라 낙엽등산을 하던 터라 등산길에 만난 고드름이 반갑습니다. 더러운 줄 모르고 아이스크림마냥 맛을 봅니다.

느진목재를 지나 왕시루봉(왕시리봉, 전라도방언)에 도착했습니다. 정상석이 없는 이곳이 진짜 왕시루봉(왕시리봉)이라고 하죠. 쌓인 돌무지로 왕시루봉(왕시리봉) 정상임을 조금이나마 표시해두었습니다.

왕시루봉(왕시리봉) 1,240m
사진/@v.finder_hoon


왕시루봉(왕시리봉)을 지나 조금더 가면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조망지가 나옵니다. 이곳 왕시루봉 능선에서 보는 섬진강이 너무 예뻐 소위 "왕의 강"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저도 왕의 강을 배경으로 한장 찍었습니다.

왕시루봉 능선에서 보는 섬진강 "왕의 강"

왕시루봉(왕시리봉)과 왕의강 조망터를 지나 파도리 방향으로 내려오면 미국인 선교사 유적지가 있습니다. 1920년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를 주축으로 총 50여 채의 선교사 수양관이 세워졌고, 선교사들은 한국 풍토에 적응하기 위해 수인성 질병이 발생하는 7~8월 동안 한시적으로 이곳에 피신하여 성경번역, 공과번역 등을 수행했다고 합니다.

미국인 선교사 유적지


마침 이곳을 지키고 있는 선교사 후손분을 만났습니다. 기꺼이 내부를 구경시켜 주시네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잠시 교회내부의 신성함을 느껴봅니다.



이곳 유적지외에도 지리산에는 선교사 유적지가 참 많다고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성지순례 한번 하고 싶습니다. 종교를 초월해서 말이죠. 이제 하산해야겠죠. 왔던 길의 일부를 돌아가 하산합니다. 오르고, 내리고, 미끄러지고, 낙엽퍼포먼스도 하고 마지막에 계곡도 만났죠.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지리산엔 숨겨진 아름다운 봉우리와 역사가 숨쉬는 장소가 참 많네요.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텐풍사진 공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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