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3. 1.
오늘은 삼일절이네요. 순국선열을 위한 묵념 10초 하고 글쓰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삼일절 맞이 민족의 명산 지리산을 다녀갔는데요. 알면 알수록 무궁무진한 지리산의 세계에 저도 입덕 중입닌다. 오늘 가는 곳은 지리 10대 중 하나인 종석대입니다. 이전 만복대 게시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지리산에는 10대 영험한 기도처가 있습니다. 문수대, 종석대(우번대), 묘향대, 서산대, 무착대, 항운대, 문창대, 영신대, 향적대, 금강대(미확인)죠.
그 중 오늘 제가 간 종석대(1,361m)는 돌종이라는 의미로, 정상 암봉이 종 모양을 닮아서라거나 바람이 바위에 부딪칠 때 돌종 소리가 나서 그렇게 부른다는 말도 있긴 하지만, 우번조사가 도를 통하던 그 순간 이곳에서 신비롭고 아름다운 석종소리가 들렸다고 하여 이곳을 종석대라 부른다고 합니다. 종석대를 우번대, 관음대라고도 하는데, 우번조사가 도를 깨쳤던 곳이라 하여 ‘우번대’, 관음보살이 현신했던 곳이라 하여 ‘관음대’라고 부르기도 한다죠.
요즘 전라도를 지리산 때문에 자주 옵니다. 특히 서쪽 지리산의 근거지 구례는 더할나위 없구요. 아직 지리산에 "지"자도 잘 모르지만, 그저 보고 걷고 찍고 좋아 발길이 향해지네요. 오늘은 8명의 무리산행입니다. 소위 대장님이라고 불리우는 어르신을 따라 걷습니다. 천은사가 들머리인데요. 템플스테이로도 유명한 천은사는 지리산의 서남쪽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 화엄사의 말사로 화엄사, 쌍계사와 함께 지리산 3대사찰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고 합니다(천은사 홈페이지를 참고하였습니다.)
천은사는 연못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사찰입니다. 꼭 지리산을 오르지 않아도 사찰산책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명소입니다. 특히 산문과 일주문을 지나 독특하고 운치 가득한 수홍문을 건너 절을 찾는 즐거움이 있지요. 신라 때 창건된 고찰로 신라 중기인 828년(흥덕왕3)에 인도의 덕운(德雲) 스님이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와 명산을 두루 살피던 중 지리산에 들어와 천은사를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천은사 홈페이지를 참고)
천은사를 들머리하여 법성봉재 ~ 차일봉을 지나 우번암으로 향합니다. 차일봉능선을 타는 터라 길은 험하지 않았습니다. 구례군 마을을 등진채 반대쪽 산을 조망하면 멀리 파란지붕의 우번암와 종석대, 그리고 구비구비 시암재로 올라가는 도로가 보입니다. 바로 오늘의 목적지 입니다. 길은 생각보다 완만합니다. 급경사도 적고 구비구비 능선을 타고 산죽을 헤쳐 우번암에 도착합니다.
지리산 암자는 참 정감있습니다. 사실 이전 제가 본 지리산 암자라치면 노란지붕의 묘향암이 전부지만, 흩날리는 눈속에서 마주한 묘향암과 그 앞을 뛰놀던 댕댕이, 뜨끈한 연기 풀풀 날리던 부엌 구들장을 잊을 수 없습니다. 파란지붕의 우번암 또한 아름답습니다. 돌로 쌓아올린 외벽과 초록색 문, 한옥 문살로 멋을 낸 창, 개화기시절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가로등까지 어쩌면 레트로 감성으로 꾸민 까페 한 곳을 옮겨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예쁩니다.
여든의 나이임에도 정정한 스님과 함께 메생이 떡국을 먹으며 오랜만에 직접 담근 배추, 파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이런 떡국이라면 10살이라도 더 먹을 수 있을 듯 합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다시 종석대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그러자 종석대를 시기라도 하듯 하늘의 구름이 몰려와 지리산 자락을 덮어버렸습니다. 우뚝솟은 종석대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그 발걸음 내딛을수록 안개는 더 꽁꽁 싸매고 가려 우리에게 그 모습을 허락하지 않네요. 그래도 전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 안개마져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쉬이 그 모습을 허락하지 않는 종석대를 다시 보러 오겠다는 다짐과 함께요.
종석대에는 소위 베토벤 바위라고 불리우는 바위가 있는데요. 보는 방향에 따라 강아지의 모습 같기도 하고, 베토벤의 얼굴 같기도 합니다. 꽤 높은 바위였는데 안개 덕분인지 높이감이 전혀 없어 보이네요.
그렇게 종석대를 지나 상선암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붉은 페인트칠을 한 상선암은 암자 그 자체보다 암자를 둘러싸고 있는 바위들이 멋지게 보입니다. 주입식교육으로 딴 한자자격증 덕분인지 바위에 새긴 한자를 읽지 못했네요. 그치만 바위에 둘러싸인 상선암에서 바람이 연주하는 풍경소리는 꼭 한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상선암을 지나면 토굴이 하나 있습니다. 저도 지리산 역사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1998년 현각스님이 이곳 토굴에서 100일 동안 빨치산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염불을 수행했다고 알려진 곳이지요. 지리산의 피로 얼룩진 역사라고만 들어 저도 내막은 잘 모릅니다.
지리산 토굴을 지나 조금더 내려가면 웅장한 나무들이 보이는데요. 몇몇 나무들의 겉 껍질이 벗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과거 일제시대때 일본인들이 부족한 비행기 연료 대체품으로 나무 송진을 이용하기 위해 벗겨냈다고 합니다. 모르면 그냥 지나쳤을 풍경입니다. 내려가는 길은 꽤 급경사입니다. 낙옆에 몇번 엉덩이를 댈뻔 말뻔 하면서 잘 내려가봅니다.
곳곳에 심어진 구상나무들도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애기들이네요. 조금더 걸어서 내려가면 임도가 나옵니다. 저희는 임도를 가로질러 천은사골로 걸어 내려갑니다. 아직 천은사까지 내려가려면 40분을 넘게 걸어야 합니다. 지리할만치 긴 길이긴 하지만 울창한 나무, 바위, 계곡이 어우러진 풍경은 꼭 원시림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스달연대기의 탄야가 살았던 와한족 근거지를 연상시키는 곳이네요. 다음에는 날이 좋은날 꼭 이곳으로 종석대에 올라 멋진 지리산 조망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걷고 걸어 드디어 천은사에 도착했습니다. 출발시에 보지 못했던 천은사의 멋진 자태가 눈앞에 보이네요. 다만 시간이 꽤 지체되어 오늘은 이만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 거 같습니다. 다음에 천은사를 둘러보기로 하죠.
마지막으로 오늘 산행을 기록한 시 한구절과 산행영상 공유합니다.
상선암 풍경소리 지리산에 가득하니
살짝 내민 봄이 놀라 안개속에 숨는다
봄을 안고 온다는 이 발소리는 감감하고
암자너머 종소리만 하염없이 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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