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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ㅣOUTDOOR

덕유산 육구종주 : 육십령 ~ 할미봉 ~ 서봉 ~ 남덕유산 ~ 삿갓봉 ~ 삿갓재대피소 ~ 무룡산 ~ 백암봉 ~ 중봉 ~ 향적봉~ 구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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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 ~ 22 (1박2일), 31km

 

<1일차> 육십령 ~ 할미봉 ~ 서봉 ~ 남덕유산 ~ 삿갓봉 ~ 삿갓재대피소
<2일차> 삿갓재대피소 ~ 무룡산 ~ 백암봉 ~ 중봉 ~ 향적봉~ 구천동

 

<덕유산 육구종주> 백두대간 육십령에서 할미봉, 서봉, 남덕유산, 삿갓봉, 무룡산, 백암봉, 중봉 향적봉을 거쳐 구천동으로 내려오는 31km의 등산코스입니다. 3월부터 시작되는 봄철 산불방지기간 전에 "한번 가볼까"란 생각만 있었는데 많은 인친님들이 다녀오신 것을 보고 삿갓재 대피소를 예약 1박2일로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신풍령으로 내려오고 싶었는데, 삿갓재 대피소에서 정비가 끝나지 않아 위험하다며 구천동으로 내려가길 권유하여 중간에 코스를 변경하였습니다. 안산즐산이 제일이니까요 : )

 

종주가 시작되는 육십령은 전락북도 장수군에 위치하고 있으며 저는 자차로, 종주가 끝나는 구천동에서는 택시로 원점회귀하였습니다. 지방에 사는 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육십령까지 출발예정이었으나, 늦잠에 탁월한 저는 결국 10시30분에 육십령에 도착, 등산을 시작하였습니다. 산불방지기간이 일주일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육십령 입구에는 통제를 제한하는 테이프가 붙여있었습니다. 죄송스럽게도 어쩔까 하다 살짝 건너뛰고 계단을 올라가 첫번째 갈림길에서 살짝 주저했습니다. 남덕유산과 무룡고개 중 어디로 가야하나,

 

사실 저는 무작정 가는 타입이라 사전조사 같은거잘 안해서 솔직히 마음은 무룡고개가 맞는거 같았는데, 할미봉도 남덕유산 방향이겠거니 생각하며 아래로 내려가는 남덕유산방향으로 발을 옮겼고, 결국은 맞는 방향이었습니다. 소위 "알바"를 안하게 된 셈이죠. 다행이었습니다. 육십령에서 할미봉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수월했습니다. 날씨도 따땃하고 하늘도 맑아 사부작 걷기 좋았습니다.

 

 

 

 

1시간 가량 걸었을까요. 할미봉에 도착합니다. 할미봉 정상석은 햇볕을 많이 받아 새까맣게 타있고 정상석 글씨는 붉은 색으로 적혀있더라구요. 아마 할매들이 좋아하는 붉은색으로 글귀를 새겼으리라 저 혼자 생각해봅니다. 하하하하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할미봉에서 서봉까지 가는 길이 참 지루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가끔 보이는 능선뷰가 멋지긴 하지만 눈이 녹아 질퍽한 오르막길을 무작정 올라가야만 합니다. 어디든 능선을 올라가는 길은 마시멜로 같은거랄까요조금만 참으면 아름다움을 두배로 맛볼 수 있으니까요. 하하하

 

서봉으로 가는길에 가끔 마을이 보이는 뷰가 아름답습니다. 저는 혼산할때 고프로를 들고 다니는데, 셀카봉과 쇼티를 결합해서 삼각대 대용으로 쓰다보니 힘이 없어 늘 쓰려지고 까져 고프로가 엉망입니다. 그래도 가끔 이런 사진이 저를 행복하게 해줍니다. 혼자 산행하면서 사진을 예쁘게 찍는건 정말 힘이듭니다.

 

 

 

1시간 50분 가량을 올라 서봉에 도착합니다. 서봉은 정상석이 없는건지 제가 못찾은 건지 모르겠지만 남덕유산, 월성재, 삿갓봉, 무룡산, 향적봉을 모두 조망할 수 있습니다.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래서 저도 제가 가야할 산들과 함께 한장 박아봤습니다.

 

 

 

 

그렇게 넋을 놓고 덕유산 능선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30분 거리에 있는 남덕유산으로 향합니다. 서봉만 지나면 볼거리도 많고 걸음도 순조롭습니다.

 

 

 

남덕유산에 오르니 어르신들이 맛있게 점심을 드시고 계시네요. 이제부터 함께할 저의 등산메이트들 이십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이튿날까지 저와 함께 하신분들이시죠. 남덕유산 정상석과 한장 박고요. 저도 점심을 먹지 못해 앞으로 보이는 월성재와 삿갓봉을 감상하며 편의점 김밥을 먹습니다. 시장이 맛집이다라는 말 아시죠? 3시가 가까워진 시간동안 먹은건 씹고 마시는 젤리뿐이라 허겁지겁 먹어댔습니다. 참 맛있더군요.

 

그렇게 다시 엉덩이를 털고 남덕유산을 내려와 월성재를 지나고 삿갓봉으로 향합니다. 삿갓재 대피소에서 1박을 할 예정이라 걷는내내 바쁠 것이 없습니다. 당일산행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죠. 저는 이런 이유로 백패킹이나 대피소 산행을 좋아합니다. 일출부터 일몰, 밤하늘까지 산을 모두 즐길 수 있기 때문이죠.

 

 

 

삿갓봉에 도착했습니다.  같이 걸어가신 부부 등산러들은 삿갓봉을 올라가지 않고 삿갓재 대피소로 바로 향하네요. 삿갓봉 올라가는데 얼마 안걸립니다. 꼭 올라가세요. 이런 아름다운 조망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저는 5시가 다될무렵 삿갓봉에 올라서 일몰까지 보고싶었는데 해가 질것 같은 정상석 모습도 너무 예뻐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정상석 위에 놓여진 귀여운 눈사람이 따뜻한 햇살아래 녹아가고 있더군요슬프면서도 참 아름다웠습니다.

 

덕유산 중주산행에서 찍은 BEST 3 사진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사부작 사부작 걷다보니 삿갓재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아주 아담하고 귀여운 대피소더군요. 지리산 세석 대피소밖에 자본 적이 없어서 저는 삿갓재대피소가 귀엽고 예쁘더라구요. (세석이 안귀엽고 안예쁘단 건 아닙니다) 6시쯤 해가질 무렵 도착해서 8번 베드를 받고(혼숙임에도 직원분의 배려를 받아 여성분들과 한 공간을 썼습니다)

 

 

 

 

3시에 김밥 한줄을 먹었음에도 대피소에서 라면하나 끓여먹을 욕심에 가져온 리액터, 라면팬, 가스를 꺼내 취사장으로 향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의 고기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더군요. 그래도 저는 묵묵히 가져온 신라면을 뜯어 삿갓재 대피소 라끼녀를 실행했습니다. 역시나 배도 안꺼진 상태에서 먹는 라면은 그냥 라면이었습니다.

 

 

 

 

후다닥 한봉을 비우고 커피 한잔을 내려 애정하는 ABISKO 윌도컵에 담아 별구경겸 대피소를 나와 하늘을 보는데 진심 별 1개도 안보이더군요. 어제 다녀가신 인친님은 별이 쏟아질 듯 가득했다고 하던데 내일 비나 눈이 올 듯 합니다(10시 쯤 눈이 오더라구요)

 

 

 

 

이번 겨울 눈에 너무 지쳐서 눈 좀 그만 봤으면 했는데 오늘도 눈이 오네요. 많이는 안쌓였으면 합니다(다행이 나무에 예쁘게 앉는 정도로만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커피한잔 마셔서 그런지 12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8시 불이 꺼졌는데도 불구하고 매너없으신 산악회분들때문에 어찌나 시끄럽던지, 소근소근도 아니고 대놓고 얘기하시길래 화가나신 아버님 한분이 "잡시다!!!!"라고 하니깐 무안하신듯 우루루 나가셨습니다.

 

저도 잠이 오지 않아 살짝 눈오는 모습을 보기위해 대피소 문을 열어봅니다. 조명아래 흝어지는 눈이 너무 예쁘네요. 5시가 넘어 사람들 준비하는 소리에 한번 깨고 6시쯤 바람이 너무 분다는 웅성거림에 한번 더 깨고 일출이나 볼까하는 마음에 대피소 문을 나섰는데 하늘은 구름이 가득하더군요.

 

 

 

 

일출은 글렀고 천천히 가자란 마음에 계란국과 김밥 한줄, 커피 한잔을 마시고 7시30분에 대피소를 나섰습니다. 어제는 따땃하다 못해 더웠는데 오늘은 바람이 불어 춥더군요. 바람막이 2개에 조끼패딩을 껴입고, 어제신던 양발 2개를 다시 신어 출발했습니다.

 

 

 

 

무룡산으로 가는 길에 슬며시 올라오는 붉은 기운을 받았습니다. 추워서 쉬지 않고 걷다보니 드디어 무룡산 도착!!

 

 

 

 

정상석이 예쁘게 저를 맞아주네요. 바람이 너무 불어 겨우 한장 남기구 다시 동엽재로 향합니다. 지치면 쉬어가라고 알려주신 동엽재 재난대피소에 들러 잠시 몸을 녹이고 에너지바를 꺼내 먹습니다. 사실 세찬 바람에 얼굴재난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하하하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백암봉으로 향합니다. 바람은 부는데 하늘은 정말 예쁩니다. 앞으로는 백암봉과 중봉이 보이고 뒤쪽으로는 다녀간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산, 서봉이 보이네요. 무룡산과 백암봉 사이 칠이남쪽대기봉에서 조망을 감상합니다. 가림봉이라고도 불리는 칠이남쪽대기봉에 위치한 바위에 앉아 잠시 다녀간곳과 가야할 곳을 바라본다면 더 행복한 산행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제 고프로는 여기서 사망합니다. 배터리를 4개나 가지고 다니는데도 불구 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에는 금방 방전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앞으로 만나는 중봉과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설경사진이 없네요. 하하하

 

 

 

 

백암봉을 지나 중봉까지는 금방입니다. 향적봉이랑 가까운 중봉은 역시 사람이 많네요. 겨울에는 역시 덕유산, 곤돌라 타고 오시는 분들도 많다보니 예상은 했습니다만, 참 많은 분들이 덕유산을 사랑하십니다중봉부터 향적봉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아름답기로 유명하지요. 그런데 저는 제 유일한 사진가 고프로가 방전되어 아름다움을 담을 수가 없었네요. 제일 아쉽습니다. 배터리를 더 구매해야 할까봐요.

 

향적봉대피소에서 호빵하나 사먹고, 대피소에서 뭐라도 하나 먹을까했는데 대피소에 사람이 참 많네요. 다들 취사장에서도 뭘 그렇게 구워드시는지 호빵하나에 만족하며 향적봉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벌써부터 느껴지는 정상석 줄이 참 많이 섰네요. 겨울이 다간줄 알았는데 아직도 겨울을 즐기시려는 분들로 가득합니다. 그래도 종주의 마지막 봉우리인 향적봉을(겨울에는 설천봉~구천동 구간이 폐쇄됩니다) 남기고 싶어서 30분간 바람부는 향적봉에 줄을 서봅니다. 다행히 사진을 예쁘게 찍어주셔서 줄 선 보람이 있네요.

 

이제부터는 구천동까지 하산길입니다. 스틱을 차에 놓고 출발한 덕에 두 다리로 조심조심 내려와야 합니다. 2시가 넘어 올라오시는 분들도 꽤 있네요. 어떤 여성분은 스쿼트 200번 하는거보다 구천동에서 향적봉 올라가는게 어렵다고 우스개소리로 그러시는데, 스쿼트 200번 30분이면 하잖아요 그쵸? 그런데 3시간동안 이런 아름다운 뷰를 보며 운동할 수 있다는건 1석2조의 멋진 운동 아닐까요?

 

내려오다 만나는 백련사는 그 입구부터가 남다릅니다. 작은 개울이 흐르는 시내위에  놓인 아담한 목교를 지나면 힘든 다리 쉬어가라고 내준 툇마루에서 정다운 아주머니 커플이 다정히 앉아 간단히 요기를 하구요. 저는 화장실을 들러 하루동안 축적한 액체를 시원하게 방출했습니다. 손도 개운하게 세척하구요. 

 

백련사를 지나 계곡길을 걷다보니 딱 1년전 덕유산을 왔었더군요. '19.2.23~24, 이때는 덕유대야영장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구천동 ~ 향적봉 ~설천봉 코스를 왕복했었는데 올해 다녀간 덕유산 종주코스가 더 여유롭고 즐거웠습니다. 산불방지기간이 끝나고 여름이 오면 다시오고 싶네요 그때는 무척 덥겠지만 노오란 원추리가 그렇게 예쁘다고 하니 한번 보러와야겠습니다.

 

구천동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해 택시를 부릅니다. 육십령까지 타고 가야하는데 택시비가 걱정되네요. 역시나 5만6천원이 나옵니다. 어마어마하네요.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등산은 시작점에 가고 종착지에서 나오는게 가장 힘든거 같습니다.

 

 

끝으로 종주영상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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