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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ㅣCamino De Santiago/포르투갈 해안길 (2025)

(EP.40) 이제 진짜 집에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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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03. 09.(일) ]
 
 

 
 

Day 11 : O Faramello - Santiago de Compostela (16km, 3.5h)

 
 


 
 
 
새벽 3시쯤 잠이 깼다. 1번방 10개 베드에 나 포함 5명이 투숙했고 역시나 코고는 소리가 귀마개를 뚫고 들어와 눈이 떠졌다. 속으로는 그냥 깬김에 출발할까 고민했지만 비바람이 치고 있어서 선뜻 나서질 못했다. 그러다 결국 화장실만 다녀오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6시 30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14km로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면, 7시쯤에 출발하면 되겠다 싶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누마루 한식당도 언니네 편의점도 문을 닫고, 엽서를 보내고 싶은데 우체국도 문을 닫아서 다행히 순례자사무실은 일요일에도 문을 열어 10시쯤 도착해서 인증서를 받으러 가면 되겠다 싶었다. 
 
그렇게 나는 주린배를 부여잡고 알베르게를 나서는데 비가 조금씩 내렸다. 아.. 분명 아침에는 비가 그친다고 그랬는데.. 어쩔 수 없이 또 우산을 부여잡고 출발했다. 
 
마지막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고도가 조금 높은데 있어서 마지막에는 오름길을 가야하는데, 그래도 14km면 금방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마음 먹기로 했다. 그치만 양쪽 어깨죽지와 날개뼈가 정말 이제는 아작이 났는지 너무나 아파서 최대한 허리끈을 부여메고 어깨끈은 느슨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나의 짐의 5할이 노트북(3kg)과 삼각대(1kg), 카메라(1kg)여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려고 이것들을 지고 여기까지 왔나 싶은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그래도 어느거 하나 포기할 수 없었다. 특히나 카메라와 삼각대는 더더욱...
 
 
 

 
 
 
 
그렇게 8시가 넘어가자 주변이 환해졌지만 빗줄기는 더욱 거세져만 갔다. 이미 바지는 허벅지까지 다 젖었고, 모자가 없어 머리는 시렵고 바람도 불어서 우산이 몇번이나 뒤집혔는지 몰랐다. 정말 하늘은 왜이렇게 마지막까지 내게 시련을 주시나 원망스럽고 내가 왜 또다시 이 길을 걷고 있을까 자책도 들었다. 어제저녁부터 먹은거라곤 빵 한조각이 전부라 배는 쓰려왔고 중간의 큰 도시인 O Milladoiro에 도착했지만 역시나 순례길 주변에 열린 바나 식당은 없었다. 중간에 버스정류장에서 쉬어가는데 비는 쏟아져, 춥고, 배고프고 정말 거지꼴 그 자체였다.
 
 
 

 

 

 
 
 
 

그렇게 나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남쪽에 도착했고, 그쯤부터 하늘이 맑아지더니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괜시리 눈가가 촉촉해졌다. 사실 프랑스길 마지막날에는 비를 피하려고 새벽 1시부터 출발했고 도착할때까지 껌껌한 하늘만 봐서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폭우부터 시작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마지막에서야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니.. 사실 파란하늘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을 너무나 보고 싶었다. 그래서 포르투갈 해안길도 충분히 산티아고에서 출발할 수 있었는데 굳이 포르토로 버스타고 가서 순방향으로 시작했다. 결국 내 바람이 이루어진것이다.
 
 

 
 
 
그렇게 나는 3시간 30분만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도착했고, 오늘도 역시나 풍악이 울리는 대성당 입구로 들어오는 건 실패.. 반대쪽 옆길로 들어와보니 저멀리 울리는 파이프오르간(?) 악기소리.. 그분이 이 대성당의 분위기를 웅장하게 만드는거 같았다. 다만 그분의 연주를 가까이서 보지는 못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도착하자 하늘의 구름은 계속 빠르게 움직였고, 거짓말처럼 파란하늘이 보였다. 오늘도 역시나 관광객으로 가득했고(일요일이라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지만..) 반대쪽 시청 아치형 건물 아래에서 묵묵히 대성당을 바라보는 한국인 남성 순례자 한명도 있었다. 그래서 나도 그 옆옆 아치형 건물 아래 앉아서 대성당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었다. 프랑스길에서는 아무도 없었던 어두컴컴한 광장이었는데.. 오늘은 뒷배경에 사람들도 가득했고 배낭을 멘 순례자들도 보였다. 뭔가 울컥했다.
 
 
 
 

 

 
 
 
그렇게 나는 30분 정도 대성당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가 자리를 비켜주고 순례자 사무실로 향했다. 생각보다 사람은 없었고 나는 대기번호 53번을 받아 바로 인증서를 받을 수 있었다. 포르투갈 해안길의 공식거리는 280km 였고 내가 걸은 289km와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그리고 기념품으로 나를 응원해준 친구를 위해 프랑스길 마치고 산 가리비 목걸이와 똑같은걸 하나사고 산티아고 등산컵을 2개 샀다. 친구는 공무원이라 회사를 그만두고 순례길을 올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 내가 느꼈던 희로애락을 그녀에게도 선물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까르푸 익스프레스에 들러 간단히 자축할 와인과 먹을거리를 사들고 저번과 동일한 숙소에 체크인을 해서 푹 쉬었다. 내일은 포르토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9시 30분에 타야한다. 이제 진짜 내가 꿈꿔온 55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끝났다. 프랑스길과 포르투갈 해안길을 걸으면서 행복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몸이 많이 힘들었다. 그치만 결국 나는 해냈고, 평생 기억에 남겠지.. 드라마같은 로맨스는 만나지 못했지만 언젠가 또 다시 이 길을 걷고 싶은 날이 분명 다시 올거라고 믿는다. 그때의 나도 주저하지 않고 이 길을 걸을 수 있는 용기가 분명 있기를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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