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03. 04.(화) ]

Day 6 : Baiona - Vigo (27km, 7h)

새벽부터 옆 침대의 코고는 소리가 진동했다. 분명 투숙객은 여자 4명이 전부인데.. 아마도 어제 열심히 부엌에서 요리실력을 뽐내시던 아주머니가 분명한듯 했다. 휴.. 포르투갈 해안길을 걸으면서 처음 느낀 천둥 코골이였다. 어제 6시가 넘어 도착한 알베르게는 20유로 가격이 무색하게 생각보다 드라이어도 없었고, 해안가 앞이라는 위치적 이점을 나는 전혀 누리지 못했다. 더군다나 코골이 아주머니 덕분에 저녁에 한숨도 못자서 컨디션이 영 엉망이었다. 그렇게 8시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어제 산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때운후 9시 무렵 알베르게를 나섰다.







바로 한블럭 앞에 위치한 해안가는 정말 아름다웠고, 가운데 호텔이 위치하고 있기도 한 Castelo de Monterreal 은 멀리서 보기가 무색할 만큼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어제 36km를 넘게 걸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이 아름다운 바이오나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순례길인 내륙으로 걷지 않고 바로 앞 Ramallosa 까지는 해안가로 걷기로 했다. 그래봤자 얼마 안되는 구간이지만 말이다.






오늘은 Baiona에서 Vigo까지 25km 상당을 가려고 계획했고 해안가길과 공식루트가 있는데 해안가길이 거리가 더 짧고 오르내림이 없어 사실 이 코스로 걸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초반 Ramallosa 까지 해안가를 따라 걷다가 날씨가 너무 더워 안되겠다 싶어 Ramallosa 부터는 내륙길은 공식 루트를 걷기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선택인거 같았다. 오르내림이 심했고 중간의 산길은 시원하고 좋았지만 Vigo 마을 숙소까지 내려오는데 오르막길이 너무 힘들었다. 결론적으로 공식루트로 걷는다면 Vigo에서 하룻밤 자는 것이 잘못된 선택이란 걸 알았다. 해안가 길로 걷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 Vigo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을 비추한다.





Vigo에서 Ramallosa 까지 걷는 동안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 러닝하는 사람이 참 많았다. 그리고 Ramallosa 전에는 습지대가 형성되어 있어 다양한 철새들을 볼 수 있었으며, 이전 바이오나의 요트 정박지 해안가와는 사뭇 다른 포근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이전까지 해안길을 3일 정도 걸으면서 한번도 덥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는데 아마도 이쪽이 만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바람이 전혀 불지 않고 너무나 더웠다. 어제 오랜기간 걸은 덕에 땀을 많이 흘려서 이너 긴팔 대신 순례길 40일먼에 처음으로 챙겨온 반팔을 입었다. 그래서 당초 계획했던 해안가 길 대신 Ramallosa 부터는 공식루트인 내륙길을 걸어보기로 결정했다. 마을 내부로 걷는 공식루트는 초반부터 오르막길이었다. 그래도 마을 내부에는 건물들이 있어 그늘로 걸으니 좀 시원하긴 했는데 그럼에도 도로 옆을 걷는 구간이 많이 크게 차이는 없는 듯 했다. 그래도 마을 중간중간 벤치가 있어서 조금씩 쉬어가면서 걷고 또 걸었다.


내륙길은 고도가 해안가보다 높아 멀리서 바다를 바라보는 또다른 맛이 있었다. 어제 바이오나 마을 전 올랐던 전망대에서도 볼 수 있었던 섬들이 여기서도 보였다. 그러다가 중간에 숲길에 접어들었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평일인데도 이곳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래서 멋모르고 혼자 걷다가 뒤에 인기척이 있어 돌아보면 늘 자전거가 있어 내가 비켜주길 기다리고들 있었다. 아마도 산악 자전거에는 크랙션이 없는건지,, 아니면 예의상 기다리고 있는건지.. 한번씩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사실 내륙길도 딱히 정해진 순례길대로 걸은 건 아니였다. 내가 갖고 있는 지도상으로도 루트가 워낙 많아서 산 산 정상부로는 지나지 않고 근처에서 도로를 걷다가 산길을 걷다가를 반복했는데 어짜피 방향만 맞으면 내가가는 길이 곧 순례길이고 까미노고 그렇지 않겠는가.. 그렇게 중간에 산길에서 순례자들을 위한 약수터도 만나고, 쏟아지는 작은 폭포도 만나고 나름 재미있었던 숲길을 걸어 다시 마을로 내려왔다.







Vigo 마을 근처에 다 왔을 무렵, 가장 큰 문제가 발생했다. 사실 오늘 Vigo에 위치한 공립알베르게에 가려고 했는데 6일째 연속으로 계속 걸어온터라 많이 지쳐있었다. 그래서 걷는 중에 고민하다가 내일 하루 쉬려고 숙소를 2박 예약했는데 당연 해안가길을 걸을 거라고 생각하고 공립알베르게 부근으로 선택을 했는데 이게 마지막에 복병이 될줄은 몰랐다. 내륙길은 공식루트에서 해안가로 가는길은 생각보다 힘들었고 당연 고도를 낮추며 내려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고도를 높히며 해안가로 걸어가야했다. 그래서 Vigo 부근 공식루트에서 숙소까지 2시간 가까이를 걸어가야했고 중간에 너무 덥고 지쳐서 버거킹에서 쉬어가기로 결정했다.

8유로 상당의 와퍼 라지 세트를 시켰고 역시나 맛은 늘 그렇듯 맛있었다. 다만 아무래도 3월이라 내부는 시원하지 않았고 적당히 땀을 식히고 배를 채운후 다시 출발했다. 그렇게 나는 1시간이 넘게 20도가 넘는 마을길을 걷고 또 걸어서 산타마리아 데 비고 성당 바로 옆 숙소에 도착했고 4시 20분이 넘은 시간이었다. 숙소는 항상 매진이라는 40유로짜리 아파트를 2박 예약했는데 문제는 와이파이가 안된다는 거였다. 세탁기 여부만 확인했지 요즘 와이파이 안되는 숙소가 있을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아무튼 그 점만 빼곤 괜찮아서 그냥 남은 기간 7일동안에 사용할 이심 무제한을 3만원에 구매했다. 1박 숙소비가 6만원인데 참.. 누구를 탓하겠는가..


씻고 멍하니 누워서 쉬다가 6시쯤 근처 마트에서 장을 3만원치 보고 숙소로 돌아와서 담날 12시까지 푹 자다가 정신을 차리고 유튜브 영상 만들고 저녁먹고 자려고 한다. 내일은 이곳 비고에서 35km 떨어진 폰테베드라에 가려고 하는데.. 순례길에서 숙소까지 꽤 많이 떨어져 있어서 그 전 Arcade까지만 가야할지 고민이다. 이제 해안길도 끝이 났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3~4일이면 도착하는데.. 35km씩 가면 3일만에 도착해서 하루 쉬고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도 있고, 아니면 4일 딱 맞춰서 도착해서 담날 바로 비행기를 타야할수도 있고..

그리고 며칠 전부터 아이들이 다양한 분장을 하고 돌아다녔는데 오늘도 역시나 산타마리아 데 비고 성당 주변에 그런 아이들이 많았다. 심지어 한 아이는 나에게 대파로 때리고 가기고 했는데 무슨 축제인가 검색해보니 3월 1~4일까지 무슨 카니발 행사라고 한다.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카니발 같은 행사가 스페인에서도 하는 줄 몰랐네.. 아무튼 그래서 성당 주변으로 엄청 사람이 몰려있고 다양한 분장을 한 아이들도 많고 축제 분위기로 난리가 났더라.. 성당 바로 옆 숙소를 잡았던 나는 영문도 모른채 대파 분탕질을 당하고 한동안 소음에 시달렸다. 다행히 내가 너무 피곤해서 그런 소음에도 불구하고 푹 잠을 잤다는게 대단할 뿐...

암튼 오늘 하루 푹 쉬었으니까 최대한 내일 일찍 출발해서 가급적 폰테베드라까지 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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