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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ㅣCamino De Santiago/포르투갈 해안길 (2025)

(EP.38) 온몸이 천근만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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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03. 07.(금) ]
 

 

 

Day 9 : Pontesampaio -  Briallos (30.5km, 7h)

 
 

 


새벽 3시쯤인가 갑자기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바로 옆 침대에서 엄청난 코골이 빌런 등장.. 사실 도미토리에서 미리 이런 사태를 대비해 귀마개를 끼고 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마개를 뚫고 들어왔다.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 옆침대 2층 아저씨도 잠을 못주무시는지 참다못해 내려와서 그 빌런을 살짝 깨우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들려오는 소리.. 결국 나는 이후로 잠을 못잤다. 하다못해 음악을 듣고 잤는데.. 이것도 뭐 그냥 눈만 감고 잔거나 마찬가지...
 
결국 7시에 이리저리 짐을 챙겨서 8시에 키친에서 간단히 그제 삶아놓은 달걀과 빵으로 배를 채우고 어제 만난 한국인 아주마가 끓인 라면을 얻어먹고 8시 23분쯤 길을 나섰다. 어제 만난 아주머니는 우리 엄마와 비슷한 연배인데도 혼자서 순례길을 걸으러 오셨다고 한다. 어쩜 주름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에.. 시간과 돈도 다 가진 아주머니.. 뭔가 살면서 고생 한번 안하시고 살아온 것같은 부잣집 셋째딸 느낌이었다. 갈길이 바빠 같이는 못가겠다고 인사드리고 간단히 카톡 아이디만 받아서 안부를 전하기로 했다.
 
 
 

 

 
 
어제 중간에 비가 와서 그런지 아니면 이 알베르게가 유독 인기가 많은건지 한 십여명의 순례자들이 도미토리에 함께 있었다. 다들 아침에 이 알베르게에서 운영하는 바에서 커피를 마신다고 갔고 나는 바로 순례길로 스며들었다. 오늘 목표는 Caldas de Rei 나 아니면 5km 전 공립 알베르게가 있는 Briallos 까지 가는 것이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지만 흐린 날씨로 습기가 가득해 가만히 신기하게 추운데 덥고 더운데 춥고 그랬다. 우리네 겨울은 건조한데 이곳 스페인의 겨울은 우기라 습기가 가득하니 뭔가 신선한 느낌이랄까... 
 
마을을 빠져나와 어느덧 숲길에 접어들었다. 포르투갈길의 마지막은 숲길이라더니 정말 마을 옆에 형성된 숲길을 따라 고도를 높이다가 내려와 쭉 평지를 걸었다. 사실 비고 이후부터 몸상태가 좋지 않아 초반부터 어깨가 많이 아팠고 걸을수록 다리 뒤 정강이와 발바닥이 아파서 많이 힘들었다. 그러고 보니 신발 뒷부분이 닳아 없어진지는 오래였는데 이제는 양말까지 양쪽다 뒷꿈치와 발바닥에 구멍이 났다. 40일 넘게 계속 신고 걷다보니 닳아 헤질만도 하다 정말...
 

 

 
 
 

신기하게 이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다가와서 인가 유난히 길을 걷는 순례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심지어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순례자도 2명이나 만났다. 어제 걸었던 Redondella에서 포트루칼 센트럴 길을 걸었던 순례자들이 많이 유입되서 일까.. 아니면 오늘 내 출발이 느려서 일까.. 아무튼 3명의 청년, 아저씨 순례자와 샌들을 신고 가는 커플까지.. 유난히 오늘은 활기가 넘쳐 보였다.
 
걷다보니 마을 주변에 프랑스길에서 많이 보였던 포도밭도 간간히 보이고 말들, 양들, 그리고 내가 지나가면 유난히 짖어대는 개들까지.. 갈레시아 지방이라 그런지 크게 다를바 없는 풍경이었다. 
 
 
 
 

 
 
 

 
중간에 작은 마을 성당 문이 열려 있기에 들어가보니 세요가 있어 도장 하나를 찍어오고... 포르투갈길에서 처음 찍는 성당 도장이다. 내가 들어와서 찍는걸 보고 코골이 빌런을 처단하려고 했던 아저씨도 따라들어와 찍고 가셨다. 그러고보니 그 아저씨와 내가 비슷하게 걷다가 어느순간 식사하러 가셨는지 사라지셨다.
 
 
 
 

 
 
 
 

그렇게 나는 12km를 걸어 Pontevedra 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무진장 큰 도시였다. 도시 초입부터 도시를 빠져나가는데까지 30분이 넘게 걸린듯 하다. 사람이 한없이 많았고 관광객도 많았고 비둘기도 많았다. 중간에 순례길 일부가 공사중이어서 마을로 돌아가야 하는데 길을 잘못들어 중간에 좁은 밭길로 걸어나갔는데 다행히 다시 순례길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막힌 주차장이었었는데 다시 돌아가야되나 엄청난 고민이었는데 어찌어찌 좁은 밭길로 해서 나갔더니 먹으며 걷고 있는 잘생긴 순례자 청년과 마주쳤다. 당황스러웠지만 아무렇지 않은척하며 바로 앞질러갔다. 그 청년은 잘 걸어갔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그렇게 사람많이 번잡스럽던 폰테베드라를 지나니 다시 이전과 비슷한 숲길이 나타났다. 그리고 매일이 그렇듯 이 숲길에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참 많이도 지나갔는데, 유럽은 평일 낮에도 청년, 아저씨 할거 없이 러닝, 자전거는 필수로 타는 듯 하다. 신기하다 우리나라도 평일 거리에 이런 사람들이 많을까.. 한번도 평일에 도시를 활보해본 기억이 없어서..  이제는 실업자니 평일에 요가나 수영도 배우고 자전거도 타보고 싶어진다.
 
 

 
 

 
 

오늘은 기찻길이 유난히 가까이 있었는데 목재를 싣고가는 화물기차와 승객을 태우고 엄청난 속도로 떠나는 고속열차를 연달아 보았다. 그리고 기찻길도 지나갔는데, 문득 프랑스길에서 사리아를 지날때 만났던 길이 떠올랐다. 그때도 기찻길을 바로 건너서 갔었는데.. 그때 찍고 싶었던 사진이 생각나 기찻길에서 사진 몇장 찍었다. 다만 삼각대 꺼낼 힘이 없어 까미노 인증석 위에다 두고 셔터를 눌렀다.
 
 
 

 

 
 

 
그렇게 중간부터 혼자 걷고 있는 청년 순례자의 뒤를 밟아 뒤쳐지지 않게 따라 걸었는데, 그 청년은 Caldas de Reis로 갔는지 Briallos 알베르게에는 오지 않았다. 나도 5km 더 걸어 Caldas de Reis에 가고 싶었는데 다리가 이미 마비된 상태라 더이상 걷는건 무리였다. 그렇게 나는 Albergue de peregrinos de Briallos 에 체크인을 했고 내가 첫번째로 들어온 순례자였던거 같다. 카페테리아에서 뛰어오신 친절한 아저씨가 세요와 함께 체크인을 도와주셨고 9시까지 레스토랑 운영한다고 말씀하셨다. 현금이 15유로밖에 없던 나는 10유로를 숙소비로 내서 어쩌지 하다가 레스토랑 카드결제 되냐고 물어봤더니 된다고 하셨다 야호!! 
 
 

 
 

 
 
 

 
공립알베르게인데 세탁기 건조기가 무료라고 해서 세탁세제는 없어 샤워하면서 손빨래해서 건조기만 돌려놓고 카페테리아로 갔다. 순례자 메뉴가 있었는데 갈레시안 스프가 있어서 그걸 픽했고 두번째 메뉴는 미트스튜가 없다고 해서 그냥 페레그리뇨 햄버거를 시켰는데 진짜 맛있었다. 굿굿.. 레드와인도 2잔 마셨는데 나중에 목이 너무 말라서 추가로 산 500ml 생수 한병을 드링킹 하고도 목이 말랐다. 지금도 마르네.. 휴휴..  그렇게 나 혼자 잘 줄 알았던 이 공립 알베르게도 6시가 넘어서 3명의 프랑스 친구들이 들어왔고 얼굴은 못봤지만 엄청 수다쟁이에 키친에서 요리를 해드셨는지 알베르게 안이 음식냄새로 가득찼다. ㅋㅋㅋㅋㅋ
 
 

 
 
 

그렇게 오늘 하루 30km 걷느라 고생 많았고 저녁 6시부터 비바람이 불어서 아마 내일까지 계속 비가 쏟아질 거 같다. 내일은 O Faramello 라는 곳까지 35km를 가고 싶지만 아무래도 비가 하루종일 예상되어서.. (여기 일기예보는 정말 딱 들어맞는다) B Plan은 Padron으로 24km 이다. 거기까지만이라도 비를 뚫고 무사히 잘 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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