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 03.(화)]

Day 5 : Caminha - Baiona (36.5km, 8.5h)

아침 8시 스페인으로 가는 보트를 타기 위해 7시에 일어나 짐을 챙기고 어제 산 빵과 음료수로 배를 채웠다. 7시 35분이 넘었을까, 아저씨가 나를 포함 2명의 친구들을 데리러 왔고 아저씨 차를 타고 보트 승강장에 내려 공립알베르게 친구 2명과 함께 총 5명이 보트에 탑승했다. 구명조끼는 그냥 목에 찬 목걸이마냥 걸었을뿐 큰 의미는 없었다. 5분 정도 달렸을까.. 생각보다 속도가 빨랐고 가격은 6유로, 순례길에서 멀찌감치 내렸는데 아마도 가장 짧은 강폭으로 건너신듯 했다. 잔돈이 없던 나는 한 친구가 30유로를 먼저 결제했고 그 덕에 그들에게 메여서 돈을 줄 수 있을때까지 신경써야 했다.



오늘은 일정상 Baiona 까지 32km를 넘게 가야하는데.. 느그적느그적 여유롭게 걸어오는 친구들이 답답했고 순례길에서 멀리 내린 덕에 우리는 해안가를 따라 조금더 둘러가는 코스를 걸어갔다. 다행히 데크가 잘 깔려 있어서 훨씬 걷기 좋았고 조망도 원래 순례길보다 좋았으리라 생각된다. 아침에 비가 내린 탓인지 생각보다 많이 추웠고 북쪽으로 올라가서 그런건지 아니면 오늘 날씨가 유독 추운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랜만에 패딩 조끼와 바람막이를 겹쳐 있었다.




그렇게 30분쯤 데크길을 따라 걸었을까 저 멀리 해안가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A Guarda 마을인듯 했다. 거기서 제일 먼저 보이는 바에 들어가서 카페 콘 레체를 시켰고 화장실을 다녀온 후 10유로를 내고 잔돈을 받아 뒤에 걸어오고 있는 친구에게 6유로를 주고 세이굿바이를 했다. 나를 제외한 4명의 친구들은 목적지 없이 그냥 천천히 걸을 듯 했다. 어디까지 가냐고 하니 Who knows? 라고 하기에.. 일찌감찌 안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페인에 들어서고 부터 저렴한 숙소가 생각보다 없어서 조금 큰 도시가 아니면 도미토리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이후의 일정을 고려해 오늘 Baiona 까지 30km를 넘게 걸어야했고 아마 초반에 둘러서 걸은것까지 포함하면 35km가 넘을거 같았다. 그렇게 나는 다시 순례길에 접어 들었고 여기서부터 다수의 순례자들을 만난것 같다.


스페인에 들어서고부터는 다시 산티아고까지 남은 거리가 표시된 갈리시아 순례길 인증석이 길을 안내했다. 처음 만난 인증석은 150km 였는데, 다시보니 왠지 가슴이 설레고 이제는 해안길이 아닌 진짜 순례길에 접어든것 같았다.




그렇게 마을을 지나 해안가로 내려가니 스페인 순례자 동상이 또 우리를 반겼다. 포르투갈의 귀염 넘치는 순례자 할아버지와는 다른 위엄있는 할아버지 순례자 석상.. 뭔가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곳에서 정말 멋진 순례자 아주머니..? 할머니라기에는 멋진 언니 느낌의 할머니가 스틱을 열심히 짚으며 걸어가는데, 나도 나이들면 저렇게 멋진 할머니가 되고싶다고 생각했다. 은발 숏컷의 백팩을 메고 파워워킹으로 열심히 걷고 계셨다.



뒤돌아보니 우뚝솟은 산과 그 아래의 자리잡은 마을이 한없이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가는길에 가리비 벽화가 있었는데 한 커플이 열심히 그곳에서 서로를 찍어주는 모습이 정말 예뻐보였다. 그렇게 해안가를 따라 조성된 길을 몇분 걷지도 않고는 갑자기 위로 향하더니 숲길에 접어들었다. 엥.. 해안가 길 이게 끝이여..?? 처음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포르투갈의 데크길보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스페인 해안가길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말을 바꿔야겠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스페인 해안가길은 그냥 해안가 옆에 있는 자전거도로, 마을길, 숲길을 이어놓은거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포르투갈길은 뭔가 아기자기하고 바다를 직접적으로 옆에 두고 걷는 맛이 있었는데 스페인길은 글쎄...








그렇게 숲길, 해안가길, 도로길을 순차적으로 걷다보니 중간에 수도원으로 유명한 Oia 라는 마을에 도착했는데 멀리서도 아 저게 그 유명한 수도원이구나를 알겠더라. 마침 1시가 다 되어서 점심을 먹을까 싶었는데 수도원 맞은편에 식당이 있어 들어갔다가 진짜 순례길 40일만에 인종차별 당하고 기분이 더러워서... 새우랑 화이트와인 시켰는데 구글 리뷰의 새우와 너무 달라 하나로 안되겠다 싶어 가리비나 홍합을 더 시키려고 했는데 아무리 불러도 직원이 안오는거다. 심지어 그 멋진 할머니가 내 뒤에 테이블에 있었는데 고작 샐러드 하나 시킨 그 아줌마한테는 맛있게 먹었느냐 커피 먹을래 등 온갖 얘기를 다하면서 정말 짜증나서 바로 일어나 19.50유로를 결제하고 나왔다. 너무 화가나서 진짜 잘 안쓰는 구글리뷰까지 쓰고... 암튼 기분 잡쳐서 나와 수도원 구경도 안하고 그냥 무작정 걸었다.





그 식당을 나온 후에도 무수히 많인 주민 아저씨 아줌마들을 만났는데 하나같이 인사해주고 Buen Camino 해주고..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손흔들어주고 멀리서 지나가는 아저씨도 빵빵 해주고 정말 다들 하나같이 착했는데.. 왜 그 식당만 그랬을까.. 도무지 나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는 정말 오랜만에 스페인 온 기념으로 맛있는거 사먹고 싶었는데.. ㅠㅠ
그렇게 Porto Mougas 마을의 아름다운 돌맹이 그림을 지나서 어느덧 산길로 접어들었다. 어디러 가는거지.. 30km 정도에 도달한때라 꽤 지쳐있었는데 점점 산으로 올라가는걸 보고 속으로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바로 앞에 보이는 돌산과 빨간 등대가 너무나 예뻐보였고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바다와 해안가 마을이 열배쯤 더 멋져보였다. 역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게 제일 멋지다.







그렇게 한차례 작은 산을 오르내리니 작은 마을이 나왔다. 아마도 Beredo 마을인거 같았는데 거기서 식빵 굽는 고양이와 순례자가 살고 있음을 티내는 집앞 타일 등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가 또 다시 언덕을 오르라는 순례길 코스를 따라 계단을 올라 전망대로 가는데.. 아 이래서 이곳으로 순례길을 만들었구나 100배는 이해가 갈 뷰가 눈앞에 펼쳐졌다. 어린 커플의 애정행각을 피해 전망대에 들어서니 저 멀리 비양도가 연상되는 섬과 해안가 교차로 도로가 내려다보였다.



그렇게 나는 오늘의 목적지 Baiona 에 접어들었고 당연 해안가로 순례길이 나 있을줄 알고 조금이라도 덜 걸으려고 1유로 비싼 알베르게를 예약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젤 먼 곳을 비싸게 예약했다. 가격은 20유로, 도미토리 치곤 꽤 비싼 가격이다. 이 마을에 공립이 없어서 다소 비싸게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옆 알베르게도 19유로였다. 아마 거기에는 사람이 더 많이 있지 않을까.. 아무튼 마을에서 빵과 물, 맥주 한캔을 사고 씻고 간단히 먹은후 자려고 한다.
스페인에 오니 시간이 1시간더 빨라져서 뭔가 더 피곤한거 같기도 하고.. 오늘 생각보다 많이 걷느라 발도 아프네.. 얼른 자야겠다. 내일은 26km 지점인 Vigo에 갈 예정이고 마땅한 사립알베르게가 없어 공립에 가려고 한다. 하루 정도 쉬고 싶었는데 숙소 가성비가 좋지 않아 산티아고까지 계속 쉬지 않고 걸을 듯 하다.
한국 가는 비행기를 3월 10일 포르투에서 로마 경유 인청행으로 끊었다. 생각보다 비쌌지만 이제는 돌아가서 좀 쉬고 싶구나.. 그때까지 산티아고까지 갔다가 하루 정도 묵시아 다녀오면 딱 일정이 맞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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