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03. 01.(토) ]

Day 3 : Esposende - Viana do Castelo (28km, 8h)

베드가 3개인 방에 조용히 나 혼자 하룻밤을 보내고 6시 30분부터 옆방의 삐걱거리는 문소리에 잠을 깼다. 나 말고도 여기 투숙한 친구들이 몇 있었나 보다. 어제 체크인할때 여자 한 명만 봤었는데.. 아무튼 몇차례 삐걱 거리는 소리가 나서 나도 7시가 넘어 자리에 일어나 짐을 챙겼다. 그리고 간단히 어제 사놓은 쿠키하나를 집어먹고 키친에 커피를 먹으러 갔는데.. 왜 다 식어 있는지... 아무튼 그렇게 나는 7시 30분쯤에 알베르게를 나왔다.






Hostel Eleven 리뷰에 베드버그 봤다고 적혀 있어서 살짝 뜨끔했는데 대체적으로 리뷰가 좋아서 예약했는데 너무 좋았다. 특히 한방에 몰아넣지 않고 그룹별로 방을 나누어 주는 아주머니의 배려가 돋보였던거 같다. 그래서 나도 아마 혼자 방을 쓸 수 있게 해주신게 아닐까.. 그렇게 Esposende 마을을 나와 걸어가는데 성당을 만나고 마을을 빠져나와 강변길을 따라 걸어갔다. 바다가 저 멀리 보이고 가까이에는 바닥이 보이는 강에 철새들이 둥둥 떠다녔다. 그렇게 강변을 따라 걷다 운동을 하시는 주민 아주머니와 눈인사를 나눴다. 같은 방향으로 갈때 한번 돌아올때 한번더 ㅎㅎㅎ




어느 마을이나 그렇듯 다들 부지런히 러닝하는 사람들이 지나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매일같이 뛰는 사람들일거다. 놀랐던건 첫날 그렇게 쏘나기가 쏟아지는데도 반바지 입고 비맞으며 그렇게 강변과 해안가를 달리시더라.. 러닝 열풍이 진짜 대단하긴 한거 같다.
어제까지 해안길을 계속 걸었다면 오늘은 내륙을 걷는 날이다. 두차례 오름길도 있도 산에도 들어가고 마을도 걷는다. 그전에 마지막 순례길은 아니였지만 해안가로 나있는 데크길을 따라 바다를 한번 보기로 하고 앉아서 어제 산 빵을 먹고 있는데 산책하는 아주머니와 두 딸이 내 주변을 지나간다. 그리고 갑자기 뒤에서 멍멍이 3마리가 나를 지나쳐 해안가로 뛰어가는데, 어찌나 신이났던지.. 스페인이든 포르투갈이든 강아지 한마리쯤은 함께 있어야 그림이 만들어지는거 같다.



그렇게 살짝 휴식을 취하고 다시 돌아와 마을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본격적인 산길로 들어가기 전 마트와 카페가 보이길래 간단히 쿠키와 인스턴트 커피를 사고, 카페에서 카페라떼와 에크타르트 나타 2개를 먹고 나왔다. 포르토 에그타르트 맛집이 확실이 맛이 있긴 했다. 여기는 그냥 그저그런... 아무튼 스탬프를 찍어준다고 적혀 있길래 하나 받아서 나왔다.
마을길을 따라 걸어가니 성당이 보였고 산미겔 석상이 보였는데, 맥주 이름인 산미겔이 이 분이신줄은 몰랐다. 방패를 든 남자분이시더라.. 그렇게 까미노 화살표를 따라 마을로 마을로 걸어가는데 꼭 제주 올레길이 연상되었다. 감귤나무와 레몬나무, 돌담과 멀리 보이는 바다까지.. 중간중간 순례사 석상이나 가리비 표식이 없다면 올레길이라고 해도 믿을 거 같았다. 그리고 한 알베르게에 Bom Caminho!! 의 여러 언어표현이 벽에 적혀 있었는데 한국어로 좋은길은 그렇다쳐도 좋은 방법이 적혀 있어서.. 흠.. Good Way의 구글번역이 좋은 방법이라고 했을까.. ㅋㅋㅋ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프랑스길에서 많이 만났던 양떼들도 오늘은 마을 한켠에 다 같이 누워 쉬고 있더라. 애기 양도 있길래 귀여워서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한 커플이 내 뒤에서 걸어와 나를 앞서갔다. 어제 본 커플과는 달랐다. 왠지 오늘이 토요일이라 트레킹 하러 온것처럼 보였다. 절대 순례자 처럼 보이는 행색은 아니였다.
그렇게 그 커풀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걷다가 산길로 들어섰다. 그리곤 익숙한 십자가 비석에 놓은 수많은 돌들과 사진, 메시지, 그리고 여러가지 물품들.. 심지어 기프트카드까지 놓아두고 간걸 보고 또 한번 웃음이 터지고... 그렇게 산길로 들어섰고 이놈의 개XX 들이 나만 보면 짓어대서 주인에게 깨갱당하고.. 내가 만만한가 아주 뒤에서 짖으며 달려오는데... 가볍게 산을 올랐다 내려서니 유명한 네이바강(Neiva)의 돌다리가 나왔다. 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거기위로 돌다리가 있었는데 반대편에서 오토바이를 탄 아저씨가 그 다리를 건너오더라.. 나도 기념 사진찍고 그 다리를 건너 마을로 올라올라갔다. 그렇게 오르고 오르다 보니 큰 성당이 나왔는데, 이곳 마을길은 성당에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게 열어놔서 오늘 2번이나 활용했다. 그리고 한개 성당에는 무인 스탬프를 놔뒀는데 왠지 제주 올레길 스탬프가 많이 생각났다.












그렇게 꼭대기 성당을 지나 다시 산길로 내려오니 포르투갈 해안길 처음으로 도네이션바가 있길래 거기서 스탬프를 찍고 바나나 하나와 오렌지를 챙겨 2.50유로인가.. 아무튼 동전을 있는대로 넣고 왔다. 주인 아저씨가 인사해줘서 이거저거 먹으라고 해주셨는데 딱히 배가 고프지 않았다. 까미노에 나빼고 아까 그 커플과 각각 걷는 여자 2명이 있었지만 아무도 그 바를 이용하지 않더라.. 외국인들만 도네이션바를 좋아하나보다. 개인적으로 이런 도네이션바가 계속 운영되었으면 한다. 아저씨 화이팅!!!











그렇게 다시 마을로 들어왔고 오늘의 목적지인 Viana do Castelo 까지는 1시간이 넘게 남았는데, 포트투갈해안길 마을에는 그 흔한 벤치하나가 안보이더라.. 산길을 내려올때까지는 생생했는데 해가 점점 기울고 덥고 작은 돌바닥으로 깔린 길은 발이 정말 아팠다. 결국 오른쪽 발 약지와 새끼발가락에 물집이 났고 아픈채로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겨우 성당을 만났고 벤치가 있어서 양말을 벗고 조금 쉬었다. 그렇게 잠깐의 휴식후 도로를 따라 마지막 오르막길을 올랐고 내리막길에 접어들었을때 멀리 강 건너편의 마을과 언덕위의 산타 루치아 성당이 보이더라.. 오늘의 목적지가 저기구나.. 꽤 머네..


돌길을 걷다가 도로를 걷다가 모래를 걸어 마을 전 다리까지 왔고 강을 건너기전 연못이라고 해야하나.. 물은 더러운데 하늘이 그 연못에 반사되서 빛이났다. 정말 예쁘더라.. 그렇게 어제의 이스포젠드로 가려고 건넜던 다리의 공포증이 한번더 몰려왔다. 오늘 다리는 1층에는 기차가 다니고 2층은 사람과 차들이 다니는 다리였는데 차가 지나갈때마다 다리가 꿀렁거렸고, 인도길이든 차도이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서 꽤 위험해 보였다. 좁은 인도길로 걸어가는데 뒤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꼬마때문에 발걸음이 빨라졌고 결국 그 아이가 차도로 자전거를 뺐다가 다시 인도로 들어와 타고 가던데, 진짜 위험해보였다. 그렇게 다리를 건넜고 바로 가장 가까운 마트로 달려갔다.





이미 28km 상당을 걸은터라 지쳐있었고 오늘 숙소인 산타루치아 성당 알베르게는 언덕에 있는데다 주변에 상점이나 식당이 없어 음식을 사서 오라고 안내받았기 떄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당이 엄청난 언덕 위에 있어서 모노레일을 타고 가거나 택시를 타지 않으면 6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우버를 불렀다. 가격은 6,99유로 알베르게가 조식포함 24유로인데 택시비가 7유로라니 ㅋㅋㅋㅋ 아무튼 장을 봐서 우버를 타고 산타 루치아 성당앞에 도착했는데, 조망이 어마어마하긴 하더라. 당연 성당안은 안들어가보았고 바로 알베르게로 들어가 정해준 방 번호로 체크인을 했다. 무인시스템이라 출입문 코드를 사전에 메일로 보내주는데 들어가서 스탬프 찍고 배정된 방으로 들어가 침대는 자기가 선택하면 된다.


나는 6번방이었고 내가 처음이어서 안쪽 창가자리를 선점했다. 그리고 바로 세탁실을 이용하려고 2유로 동전을 가져갔는데 아뿔싸 1유로짜리 2개만 사용가능해서 어떡하지 하며 나도 모르게 한국말이 나왔는데 키친에 다른 투숙객 아주머니가 계셨다. 그래서 혹시 1유로짜리 2개 있냐고 물어보니 1유로 1개와 20센트 3개를 갖고 계셔서 그냥 그렇게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내 지갑에 다행히 1유로가 하나더 있어서 건조기는 못돌리고 세탁기만 돌리기로 했다. 어제 오늘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오늘은 꼭 세탁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탁기를 40분 돌려놓고 샤워를 하러갔는데.. 뜨거운 물이 안나온다. ㅠㅠ 어쩔 수 없이 찬물에 샤워를 하고 마트에서 사온 맥주한캔과 햄, 연어로 요기를 하고 일몰시간까지 잠깐 쉬다가 성당으로 갔다.








오늘 일몰 예정시간은 6시 30분.. 6시에 알베르게를 나와 성당쪽으로 가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이곳이 일몰 명당이라고 후기를 보았기 때문에 나도 성당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앉아서 볼 장소를 찾아보는데, 마땅히 자리잡을 곳이 없어 그냥 성당 앞 난간에 앉아 황홀하게 저무는 일몰을 바라봤다. 진짜 역대급으로 멋진 일몰이었다. 해수면으로 떨어지는 일몰을 얼마만에 보는건지.. 진짜 한없이 붉고 붉고 또 붉었다. 너무나 장엄했다. 그렇게 해가 바다속으로 자취를 감추자마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나는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 떠나가도록 붉은 하늘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고.. 대성당과 함께 찍고 싶었지만 너무나 거대해서 화각에 담기지 않았다. 그리고 성당앞에 있는 2개의 석상도 역시나 거대해서 담기지 않았다. 이 일몰이 서해바다에서 찍은건지 아니면 대서양에서 찍은건지 다른사람은 아마도 모를 각이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아래 마을과 오늘 내가 건너온 다리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야경도 멋있겠지만, 이만하며 되었다고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와 빨래를 걷고 세수를 다시하고 하나남은 맥주를 다시 마셨다. 오늘 맥주맛이 기가막혔다. 여기 맥주는 도수가 약한건지 전혀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
내일 어디까지 갈까 고민한다. 조식은 6시 30분부터 10시까지 제공한다고 한다. 이 언덕에서 걸어내려가지 않으면 10시에 모노레일을 기다려야 하고, 우버를 또 불러야하나,, 생각이 많아진다. 여기서 가까운 10km 부근까지만 갈까 생각하고 알베르게를 검색하는데 풀부킹이다. 나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많구나 싶어 조금더 걸어갈까 하며 다음 마을을 보는데 도미토리가 3만7천원이다. 흠.. 그냥 까민하까지 30km를 가야할 각이다. 휴.. 이제 까민하까지 가면 포르투갈 해안길도 끝이겠구나... 그 다음은 배를 타고 스페인 마을로 가야한다. 일단 내일 이 언덕에서 내려갈 방법을 찾아야겠다. 오늘도 고생많았고 어여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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