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티아고 순례길ㅣCamino De Santiago/포르투갈 해안길 (2025)

(EP.32) 날씨가 좋아서 기부니가 좋아서

반응형

[ 2025. 02. 28.(금) ]

 

 

 

Day 2 : Labruge - Esposende (36.5km, 10h)

 


 

7시부터 잠에 들었으니까 거의 12시간을 푹 잤다. 걷고 먹고 자고의 루틴.. 조금만 맛있는걸 먹으면 더 금상첨화겠지만 어찌 모든 걸 다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6시 30분쯤 자리를 정리하고 간단히 아침으로 빵과 딸기 그리고 커피 한잔을 구매해 배를 채우고 7시 30분쯤 출발했다. 

 

오늘의 목표는 가는길에 정하기로 했다. 1차 목표지점은 20km 지점의 Aguçadoura 그리고 더 걸을 수 있다면 2차 목표는 Esposende 이다. 순전히 괜찮은 알베르게 기준으로 정한 목표다. 그리고 오늘 많이 걷는다면 내일 Viana do Castelo에 24km로 쉽게 갈 수도 있다. 

 

 

 

 

 

 

 

알베르게를 나와 해안가 쪽으로 걸으니 다시 어제 걷던 데크길의 연속이었다. 날씨는 역시나 흐렸고 서쪽방향이라 일출은 더더군다나 안보였다. 오늘 일기예보도 흐림이여서 별다른 기대없이 제발 비만 오지 말았으면 했다. 아침에 알베르게 키친에서 마주쳤던 모녀 3인방이 나를 앞질러갔다. 세모녀가 나란하게 걸어가는데 참 보기 좋았다. 특히나 어머니가 정말 친절하게도 아침에 인사해주고 요거트도 나눠주려고 하셔서 감사했다. 피엘라벤을 입으신게 뭔가 덴마크나 스웨덴 같은 북유럽 사람처럼 보였다. 아이들은 10대 후반 많아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애 둘이었다.

 

 

 

 

 

 

스페인과 다르게 포트투갈 마을은 건물 하나하나 볼거리가 많아서 좋다. 스페인 시골마을은 모든 마을이 비슷한 건물로 매번 똑같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는데, 포르투갈 건물들은 하나하나 다 다채롭고 컬러풀해서 좋았다. 특히 화려한 타일로 장식한 건물은 더더욱 예뻐서 눈이 많이 갔던거 같다. 해안길을 걸으면 마을을 많이 지나가지는 않는데 오늘은 Vila cha라는 마을을 지나는데 해적을 모티브로 꾸민 건물, 그리고 배와 사람, 예수로 추측되는 사람을 타일로 만들어 놓은 건물도 눈에 띄었다. 

 

 

 

 

 

 

뭔가 이쪽 마을은 제주도 해안길을 많이 연상시켰는데, 특히 폐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배 조형물이 귀엽고도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빌라차 마을을 지나 민델로(Mindelo) 마을을 발견했는데 거기 한 교차로에 오벨리스크를 세웠던 왕 Pedro 4세의 모습을 재활용품으로 만들어놓은 조형물이 있었는데.. 뭔가 웃으면 안되는데.. 그 모습이 살짝 우스꽝스러워서..

 

 

 

 

 

 

그렇게 해안데크길을 걷고 또 걸어 마침내 Vila do conde 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처음 다리를 건너면서부터 느낀건 봄의 향기였다. 광장에는 예쁘게 튤립이 심어져 있고, 강변에는 요트가 정박해있었다. 다리를 건너면서 마주한 건물은 외향부터 위엄이 느껴지고 참 예뻤다. 그 마을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가득했고, 심지어 아이들은 공주, 왕자옷 등 코스튬한 옷들을 입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폭죽을 터뜨렸는지 폭죽 내용물들이 흩어져 있었다. 아마도 오늘 아니면 어제가 포르투갈의 큰 축제였나보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의 패션은 이 마을뿐 아니라 다음 마을까지 아니 오늘 걸은 모든 마을로 이어졌다.

 

 

 

 

 

 

 

 

 

 

 

그렇게 나는 다음 마을인 Povoa de Vazim 에 도착했고 이 곳은 흡사 해운대를 연상시켰다. 모래사장이 큰 해수욕장과 그 옆으로 우뚝서있는 빌딩과 고가의 아파트들, 그리고 계속 만나는 해변 쪽 바, 레스토랑 카페, 스포츠센터.. 그러다 마주한 벤치에서 잠깐 쉬며 아침에 남은 딸기와 빵으로 배를 채웠다. 아마도 포르투갈에서는 카페나 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밥을 먹을 일은 없을 듯 하다. 스페인에서는 그래도 작은 바에서 커피와 샌드위치, 타파스 정도는 사 먹었었는데 이곳 해안길은 아무래도 도시 느낌이 강해서 선뜻 들어가기가 꺼려진다. 이 마을에서부터 많은 순례자들을 만났다. 4명의 아저씨들, 2명의 아줌마들까지.. 삼삼오오 귀엽게 재밌게 걸어가시고 계셨다. 이곳 해안길은 전반적으로 순례자들의 연령대가 높은편이다. 아무래도 이 길이 평지가 많도 쉬운길이라서 그런걸지도.. 

 

 

 

 

 

 

갑자기 날씨자 엄청 맑아졌다. 12시부터일지도 모르겠다. 하늘이 맑으니 기분도 좋아진다. 오늘은 그래 30km 넘게 더 걸어보자고 맘 먹고 Esposende의 알베르게 Hostel Eleven의 베드를 16유로 주고 예약했다. 그리고 2시쯤에 딱 1차 목적지인 Agucadoura에 도착했다. 공립알베르게가 순례길 바로 옆에 보기좋게 자리잡고 있었다. 4명의 아저씨들은 이곳으로 들어간듯 했다.

 

 

 

 

 

나는 조금더 걸어가보기로 하고 데크길을 걷는데 중간에 바닷가에서 내륙으로 데크길이 이어지더니 갑자기 스포츠센터와 골프클럽 옆으로 이어졌다. 신기한건 이 모든 내륙길도 데크길로 연결해서 이어놓았다는 것이다. 신기했다. 그렇게 데크길을 계속 걷다가 포르투갈 아저씨 2분을 만났다. 내 가리비 목걸이를 보셨는지 아니면 의례 순례자이겠거니 생각하셨는지 나에게 Bom Caminho!! 라고 엄지척을 해주셨다. 나도 웃으며 기분좋게 Obrigada로 답했다. 유럽 아저씨들은 참 친절하시다 ㅎㅎㅎㅎ

 

 

 

 

 

그렇게 데크길이 끝나고 어느 산길로 접어들었다. Apulia 라는 마을로 들어가는데 3시가 넘어가니 해가 서쪽으로 넘어와서 햇살이 꽤 강했다. 몸은 너무 더웠고 낼이면 벌써 3월이구나 싶은게 봄이 벌써 성큼 다가와 있었다. 길가의 들꽃들도 하늘하늘 너무나 아름다웠다. 중간에 가리비와 목걸이 팔찌를 걸어놓고 이 마을 선원 청년이라며 나무에 걸고 도네이션 숍도 만들어져 있는게 이제야 순례길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페인에서는 표지판, 데크길, 다리, 벽 등 온통 순례자들의 메시지로 가득했는데 여기는 그냥 제주올레길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래서 딱히 가방에 가리비도 걸고 다니지 않았다. 그냥 여기 해안가를 걸으러온 여행자라는 느낌이 강해서..  걸어가는 순례자 모두 가리비 같은건 안걸고 다니니까..  

 

 

 

 

 

생장이나 스페인 론세스바예스, 팜플로나 등지에서는 크레덴셜을 팔면서 가리비도 보통 함께 구매할 수 있는데 포르토 대성당에서는 그런게 전혀 없었다. 이제서야 일부 알베르게에서 파는게 눈에 들어오던데.. 아무튼 나의 가리비는 내 가방에 꼭꼭 숨어있다 지금은.. 아마도 포르투갈을 넘어 스페인으로 가게되면 다시 달지도 모르겠다.

 

Apulia 마을에서 어제 비바람에 우비를 입고 다리 아래로 피신하던 커플을 만났다. 살짝 인사를 하고 갈길이 멀어.먼저 지나쳐왔는데 여자분이 좀 힘들어보였다. 아마도 행색을 보아하니 둘은 리스본에서 출발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나는 Fao마을을 지나 다리를 건너서 Esposende (이스포젠드라고 읽더라) 로 가는데 다리가 공사중이라 바닥이 나무판으로 된 곳을 걸어가는데 진짜 무너지는거 아닌가 가슴떨리며 걸어갔다. 특히 차가 다니는 도로와 달리 인도 부문은 다리 옆에 별도로 스케폴더로 만들어놨는데 차가 지나칠때마다 꿀렁꿀렁 움직여서 진짜 덜덜 떨며 걸어갔다. 프랑스길의 흡사 포르토마린 다리를 걷는것처럼 너무나 무서웠다. 

 

 

 

 

 

그렇게 다리를 건너 나는 이스포젠드에 도착했고 그 입구 도로에 아주 크게 Bom Caminho 라고 적혀있었다. 감동이 밀려왔다. 이제 진짜 까미노를 걷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진정한 순례길의 마을이구나!! 입구부터 알베르게가 보였고 내가 예약한 Hostel Eleven은 조금더 들어가 순례길 길목에 있었다.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간단히 먹을걸 사고 알베르게에 입성!! 생각보다 너무 깨끗하고 좋았고 호스트 아주머니가 너무 친절했다. 

 

 

 

 

 

 

 

그리고 더 좋은건 여성전용 도미토리를 예약했는데 베드 3개인 방을 혼자쓰게 해주셨다는거다. 심지어 단층베드.. 너무 행복했다. 그렇게 씻고 땀내나는 옷은 오늘 6시 가까이 도착한 탓에 빨래는 내일로 미루고 간단히 배채우고 자려고 한다. 오늘 36km 9시간 걷느라 생각보다 발이 많이 아팠고 양말을 벗어보니 새끼발가락 있는 곳에 굳은살과 물집이 생기려고 했다. 오늘 많이 걸었으니 내일은 24Km 에 있는 Viana do Castelo의 일몰이 예쁘다는 산타루치아 알베르게로 가보려고 한다. 조식포함 24유로지만 그냥 꼭 한번 숙박하고 싶었다. 연박을 할까 고민했지만 굳이.. 라는 생각에 그냥 하루만 예약했다. 

 

 

 

 

내일은 진짜 3월 봄이고, 나는 내일도 봄 까민호(Bom Caminho!!)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