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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ㅣOUTDOOR/인도 히말라야 (2023)

[북인도 라다크] 마카밸리 백패킹 4일차 - 콩마루라 넘어 촉도까지 1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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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인도 라다크] 나혼자 3박4일 마카밸리 백패킹 프롤로그

[ 가는법 ] 5월 말부터 8월까지 네팔은 우기시즌이라 트레킹하기도 그렇고(몇차례 항공기 지연 결항으로 짜증났음), 올 4월부터 외국인 트레킹시 가이드 의무고용으로 어디 가는것도 번거롭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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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인도 라다크] 마카밸리 백패킹 1일차 - 스큐에서 마카까지 24km

[북인도 라다크] 나혼자 3박4일 마카밸리 백패킹 프롤로그 [ 가는법 ] 5월 말부터 8월까지 네팔은 우기시즌이라 트레킹하기도 그렇고(몇차례 항공기 지연 결항으로 짜증났음), 올 4월부터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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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인도 라다크] 마카밸리 백패킹 2일차 - 마카에서 한카까지 1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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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인도 라다크] 마카밸리 백패킹 3일차 - 한카에서 니말링까지 14km

[북인도 라다크] 나혼자 3박4일 마카밸리 백패킹 프롤로그 [ 가는법 ] 5월 말부터 8월까지 네팔은 우기시즌이라 트레킹하기도 그렇고(몇차례 항공기 지연 결항으로 짜증났음), 올 4월부터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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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차 GPS 파일 >

suuntoapp-Hiking-2023-07-02T03-31-55Z-route.gpx
0.29MB

 

 
 
 

(4일차) Nimaling - Kongmaru Ra - Chogdo (14km, 11h)



해가 밝았다. 고산병약의 후유증으로 잠을 설치고 6시 즈음 기상.. 원래는 7시 조식을 일찍먹고 7시30분에 바로 출발하려고 했는데.. 몸상태가 좋지 않아 이리저리 시간을 좀 보내다보니 예상보다 늦게 8시 30분에 출발하게 되었다. 이미 다른 트레커들은 앞서간지 오래고.. 몸이 안좋아 아침 조식도 먹는둥 마는둥 하고 마지막날 일정을 시작했다.

 


 

니말링 텐트촌 (4,747m)

 

 

텐트촌 옆으로 흐르는 개울을 건너 캉야체 반대편 언덕을 올라가야하는데.. 처음부터 개울 건너기가 쉽지 않아 결국 신발을 벗고 건넜다. 내가 신발벗고 건너는걸 꺼려하자 지나가던 가이드가 오늘 10번도 넘게 개울 건너야 된다며 얼른 지체말고 건너라고 충고했다. 아.. 하산길 리뷰는 다른 곳에도 잘 올라오지 않아 크게 무리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걱정이 밀려왔다.

 

 

 

콩마루라패스 오름길 초입에서 바라본 니말링 텐트촌과 그 뒤로 우뚝선 캉야체

 

 

 

그렇게 개울을 건너 본격적으로 콩마루라패스를 향한 언덕길이 시작했다. 초반부터 고산증 후유증으로 오른쪽 다리가 저렸고 4천8백미터대에서 느껴지는 숨가쁨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좀 걷는가 싶었는데 결국 50걸음 걷고 5분쉬고 40걸음 걷고 쉬고 30걸음 걷고 쉬고.. 결국 앉아서 10분씩 쉬는 사태가 이어지더니.. 앞서가든 트레커들이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진짜 저 눈앞에 보이는 패스가 다가올듯 다가올듯 다가오지 않았고.. 13kg의 배낭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내 몸을 내 어깨를 잠식해갔다.

 

 

 

저 멀리 보이는 콩마루라 패스(5,230m)

 

 

 

한차례 언덕을 오르니 능선 중 낮은 부근으로 이어지는 길이 보였고.. 저기가 그 말로만 듣던 마카밸리 트렉의 가장 높은 곳 5,230m의 콩마루라(Kongmaru Ra) 패스였다. 저 오름길로 올라가는 수많은 트레커가 보였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실 고프로 배터리는 방전된지 오래고, 그나마 남은 15프로의 카메라 배터리와 길을 찾기 위해 저전력모드를 유지한 핸드폰이 20프로 수준이었다. 배터리가 충분히 있었더라고 이렇게 힘든 길에 영상을 찍는건 무리였음이 틀림없다.

 

 

 

 

 

 

 

그렇게 20걸음 걷고 5분 앉아 쉬고를 계속하며 저기만 올라가면 된다는 주문을 마음속으로 수백번 되뇌이며 힘들게 힘들게 발걸음을 옮겼고.. 결국 출발 5시간만에 오후 1시가 넘어 콩마루라 패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눈물이 날거 같았다. 끝내 나도 여기 혼자서 내힘으로 올라왔구나 해냈구나란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콩마루라 패스(Kongmaru Ra 5,230m)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오래 있을수는 없었고 그래도 여기까지 내가 4일간 어떻게 왔는데 싶어 삼각대를 세워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다행히 카메라 배터리가 남아 있었고.. 한국에서부터 네팔에 가져온 태극기를 꺼내 생애 첫 5천미터 입성을 자축했다. 날씨는 다행히 좋았지만 바람이 너무 불어 오래 있을 수 없었고 서둘러 하산을 시작했다.

 

 

 

 

 

 

 

촉도로 내려가는 하산길은 정말 급격한 내리막이었다. 한카르에서부터 보인 무지개산이 내 발아래로 펼쳐졌고 저 멀리 보이는 눈쌓인 히말라야 설산들은 장관을 이루었다. 굽이굽이 능선물결을 3개만 보아도 정말 아름다운 산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수십개의 능선이 굽이굽이 물결을 형성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콩마루라 패스에서 내려다본 하산길 방향

 

 

 

그렇게 2시가 다되어갈 무렵 하산을 시작했고 사전 예약한 택시는 촉도를 지나 더 먼 마을인 샹에서 오후 4시에 날 기다린다고 했다. 아무래도 그때까지 하산하지 못할거 같아 많이 초조했다. 그럼에도 고산증 후유증으로 다리는 계속 저렸고 아무리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계곡을 만날 즈음 중턱에서 이쪽으로 홀로 올라온 인도청년을 만났고.. 설산부츠와 백패킹 장비를 메고 올라온 모습을 보니 그는 아마도 설산 등반을 하려는 모양이었는데 정말 멋져보였다. 나는 조심스레  위성핸드폰이 있는지 물었고.. 그는 안타깝게도 없다고 말했다. 나는 아래 샹 마을에서 택시가 기다리고 있는데..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아 가버릴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그 청년은 콩마루라 패스에 올라가면 일반 휴대폰도 터진다고 하며 자기가 정상에 올라가면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해서 내려갈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해준다고 했다. 너무나 고마웠다.

 

그러자 그 청년은 내려가는 길에 빙하가 많이 녹아 물살이 거세다고 조심해서 건너라고 말해줬다. 역시나 가이드도 하산길에 10번이 넘게 강을 건너야 된다고 말했는데.. 더군다나 오후 늦게 내려가니 더 물이 더 불어 있을거라 걱정이 되었다. 그치만 어쩔수 없었고 나는 오늘 무조건 촉도로 내려가야 한다.

 

그렇게 나는 엄청난 계곡물을 만났고 신발 벗는걸 포기하고 그냥 신을 신을채로 10여 차례 건너기 시작했다. 중간에 길은 계속 사라졌고 위쪽으로 오르내리는 길을 몇차례 만나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길을 잃어 엄청나게 가파른 계곡물을 만났고 거기를 건너다가 순간적으로 휩쓸려 높이 200m 정도 계곡물에 휩쓸려 내려갔다. 순간적으로 여기서 못빠져나가면 죽을거라 생각했고 옆에 바위를 죽을 듯이 잡고 겨우 빠져나왔다. 온몸은 계곡물에 젖었고 몸이 덜덜 떨려왔다. 나는 얼른 옷을 벗고 수건을 꺼내 몸을 닦은 후 옷을 갈아입었고.. 정신없이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도 수차례 계곡을 건넜고.. 엄청난 물살에 스틱을 부여잡고 휩쓸리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날은 점점 어두워졌고 다행히 6시 무렵 저 멀리 마을이 보일듯 말듯.. 그러자 반대편으로 한 남자가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너무 반가워 손을 흔들었는데.. 알고보니 나를 기다리던 택시기사였다. 날 기다리다가 걱정이 되었는지 반대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너무 고맙고 반가워서 눈물이 났다. 연신 고맙다고 손을 흔들었다. 알고보니 첫날 마카에서 만났던 인도인 아저씨가 내려가면서 내가 걱정되었는지 택시기사에게 제일 마지막에 혼자 오고 있을거라고 말했다고 했고.. 콩마루라패스에서 만난 인도 청년 전화도 받았다고 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예정된 미팅장소는 촉도를 지나 훨씬더 내려가야하는 샹 마을이었는데 굽이굽이 힘들게 택시를 끌고 촉도(chogdo)까지 올라왔고 나를 데리러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내 가방을 메고 앞에 선두로 서서 길을 찾아주었다. 다행히 오후 7시가 되어 택시까지 올 수 있었고, 1시간 정도 걸려 레(Leh)로 돌아올 수 있었다. 택시기사에게 너무 생명을 빚진거 같아 약소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돈 5천루피를 팁으로 건넸다. 생각해보면 큰 돈일수 있지만 어쩌면 그냥 나를 기다리다 돌아갔을 수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생판 남인 나를 위해 5시간을 기다리고 또 나를 걱정해 산에까지 올라온.. 그 기사님에게 너무나도 감사했다.

 

 

 

 

 

 

그렇게 나는 한밤에 레(Leh)로 돌아왔고,, 유심도 없는데다 사전숙소 예약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첫날 트레킹 에이전시에서 추천해준 숙소에 가보기로 했고, 다행히 에이전시에서 연락을 주어 나를 그쪽으로 데려다 주었다. 알고보니 트레킹 에이전시 사장님이 운영중인 숙소.. 마당도 넓고 방도 깔끔한게 너무나 좋았다. 살짝 가방의 짐을 모두 꺼내보니 온통 물에 젖어 있었다. 대충 정리하고 얼른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날은 역시나 너무 맑았고 새벽 5시쯤 이슬람 기도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웅장하게 마을에 울렸다. 처음엔 이게 무슨소리지 했는데.. 순간.. 아 여기도 이슬람을 믿는 분들이 많겠구나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어제 정신이 없어서 와이파이 비번도 묻지 않아 그냥 어슬렁어슬렁 숙소를 둘러보는데.. 참 예쁜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에이전시 사장님을 만났고 아침을 준비해주셨다. 바나나주스와 오믈렛 김치 그리구 스프를 주셨는데.. 김치를 만나서일까 너무나도 맛있었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오늘 12시 뉴델리를 거쳐 카트만두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해서 미리 숙소 결제를 하고 11시 집을 나섰다.

 

 

 

 

 

 

"아이러브레"에서 사진을 찍고 가고싶어 걸어서 중심가로 향하는데 마을을 둘러싼 바위언덕 위로 사찰이 지어져있었다. 저게 라다크 궁전일까? 사원일까? 아무튼 사전정보없이 마카밸리 트레킹만을 위해 온터라 살짝 구경만하고 중심가로 내려왔다.

 

 

 

 

 

 

3,500m 고지대로 조금만 걸어도 숨이 더 찼고.. 고산병 약을 먹지 않아서일까 트레킹때보다 더 숨이 차고 어지러웠다. 얼른 여기를 벗어나 카트만두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만 한가득.. 처음에 네팔 카트만두 처음 왔을때도 정말 숨이 찼는데.. 여기는 진짜 적응 못할 고산인거 같았다.

 

 

 

 

 

 

그렇게 결국 중심가에 도착했고 여자친구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고 있는 한 청년에게 부탁해 나도 한장 박았다. 적어도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는 사진을 어느정도 찍겠지란 생각에 그 청년에게 붙가했는데.. 계속 핸드폰을 비스듬하게 들고 찍는게.. 아 순간 망했구나.. 그래서 이렇게 비뚜룸하게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외국인들은 이 네모난 화면에 모든걸 담고 싶어 수평따윈 생각안한다고 하는데.. 위에 타르초를 찍고 싶었던걸까.. ㅋㅋㅋㅋ 아무튼 최대한 수평으로 회전해서 별도 저장했다.

 

 

 

 

 

 

그렇게 어느 상점에 들어가 마그넷을 두개 사는데 한 기념품샵 직원이 마카밸리를 몰라서 깜짝 놀랐다는.. 아 여기는 마카밸리 트레킹이 안유명한가.. 사실 내가 갔던 곳을 배경으로 만든 마그넷을 사고싶어 몇군데 들어갔는데.. 없어서 그냥 라다크라고 적힌 마그넷 2개를 샀다.

 

이제 공항으로 가려고 택시를 찾는데.. 아뿔싸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결국 계속 걸어가다가 서있는 택시를 발견하고 공항으로 갔는데.. 체크인이 끝났다고 옴마나.. 사정사정해서 부칠짐 없고 기내들고갈 가방만 있다고 말하니 다행히 태워주더라. 휴.. 못돌아갈뻔.. 

 

아무튼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내생애 첫 인도.. 그리고 내생애 첫 북인도 라다크 트레킹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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