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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ㅣOUTDOOR

한라산 둘레길 : 천아숲길 ~ 돌오름길 ~ 서귀포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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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킹 일시 : '20. 8. 12. (수) 
- 트레킹 경로 : 천아수원지 ~ 천아숲길(8.7km) ~ 보림농장 삼거리 ~ 돌오름길(8km) ~ 서귀포자연휴양림 (10시간 소요)

- 코로나로 취소된 20년 피엘라벤클래식 코리아(제주) 변경 코스 중 일부로, 백패킹 컨셉으로 트레킹 했으며, 240번 버스타고 한라사둘레길(천아숲길 입구) 하차, 돌오름길 날머리 건너펀에 바로 서귀포자연휴양림이 자리잡고 있음. 매표소에서 캠핑장까지는 2km 오르막길로 휴양림내 별도 매점 및 자판기 없어 음식을 미리 준비해야함.

 

 

 

 

 

올해 여름휴가로 울릉도를 계획했는데, 울릉도 배편을 구하다가 휴가기간이 이틀 비어 급하게 제주도로 1박2일 트레킹을 다녀왔다. 처음으로 백패킹을 시작한 계기인 피엘라벤클래식, 특히 코리아가 올해 코로나로 취소되면서 작년과 달라진 클래식코리아2020(제주) 코스를 혼자 걸어볼 계획이었다. 

 

올해 피엘라벤클래식코리아2020 일정은 "한라산 어리목 - 윗세오름 - 영실 - 무오법사 - 하원마을캠핑장(1일차 숙소) - 서귀포자연휴양림 - 천아숲길 - 유수암(제주캠핑장, 2일차 숙소) - 수암 - 향파두성 - 올레길16코스 - 빌라드애월(피니시)"로 총 58km로 예정되어 있었다. 전 년도의 어리목 - 윗세오름 - 돈내코 - 동백길 코스를 걸었던 것과 차이가 난다. 그래서 나는 이 코스 중 일부로 한라산(어리목-영실) 코스와 천아숲길을 걸을 작정이었다. 물론 숙소는 그 중간에 위치한 서귀포자연휴양림 캠핑장을 예약하고 말이다. 

 

한라산둘레길 천아숲길 코스

 

새벽 대구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했는데, 제주공항의 맑으 날씨와는 달리 한라산 인근은 비가 내렸으며 며칠 째 한라산은 통제상태였다. 오늘도 역시 열릴기미가 보이지 않아 계획했던 코스를 변경하여 한라산 둘레길(천아숲길)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240번 버스를 타고 한라산둘레길(천아숲길 입구)에서 내려 임도를 걸어가는데,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졌다. 쏟아지는 비에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역시 제주는 뭘해도 좋다.

 

 

 

숲길 입구까지 이어지 임도를 따라 걸어가는데 가는 길에 여러 갈래길이 보인다. 혹시나 해서 하나하나 들어가보는데, 마침 수국이 활짝 핀 동산이 보여, 냉큼 사진을 찍어본다. 거제에서도 그렇고 난 왜 수국과 사진을 찍을 때면 비가 오는 걸까. 수국의 수자가 물수인가,,,

 

 

 

한라산 둘레길 천아숲길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를 따라 내려가면 시원한 계곡이 보인다. 트레킹 처음부터 눌러앉아 쉬고싶은 마음이다. 반대로 걸으면 더 좋은 코스임이 틀림없지만, 날씨는 어쩔 수 없다.

 

 

 

 

둘레길은 동백길만 걸어보았다. 물론 작년 피엘라벤클래식코리아 코스에서 말이다. 작년 동백길도 그랬지만 천아숲길을 보면 한라산 둘레길은 너무 예쁘다. 정말 정말 예쁘다. 과거 올레길 코스를 좀 걷긴 했었는데 역시 나는 바다보다 산이 좋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사람과 접촉하면 꺼림찍한 시기에 둘레길을 마음껏 걸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이다.

 

 

 

천아숲길은 걸어가는 길 양옆으로 흐르는 계곡과 그 주변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무암이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더군다나 몇시간 전까지 내린 비로 운치가 한층 가미되었다.

 

 

 

 

숲길을 걷다 쉬고싶은 곳엔 엉덩이를 깔고 앉는다. 어릴땐 엉덩이에 흙이 묻을까봐 흙바닥에 앉는것도 싫어했었는데, 이제 아무곳에나 앉고 눕고 잘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여긴 아무곳이 아닌 정말 멋진 곳이긴 하다.

 

 

 

 

매번 산에 다니면서 종종 발견하게 되는 국립공원 안내석, 한라산 둘레길에서도 그 모습이 보인다.

 

 

 

 

엄청나게 멋진 용암길이다. 그 표면이 어찌나 맨질맨질한지 미끄질까봐 조심조심 혼났다. 둘레길을 걷는 동안 만난 아름다운 계곡물 덕분에 발의 열이 오를 새가 없었따. 장관이다 진짜.

 

 

 

 

계곡이 너무 아름다워  그 옆길을 걷다보니 중간에 길을 한번 잃었다. 아니 다른 길로 향하고 있더라. 어쩐지 조릿대들이 내 다리를 한껏 쓸어내리고 있더라니.. 정신을 차리고 다시 큰길로 돌아오다 웅덩이길에 빠져 신발이 젖어버렸다. 고어텍스도 관리가 안되면 방수기능을 상실한다는 걸 요즘 많이 느낀다.

 

 

 

 

다시 이정표를 보니 제대로 된 길로 돌아왔나보다. 큼직큼직한 나무들이 또한번 내 입을 벌리게 한다. 우아~ 천아숲길 한라산 둘레길은 어찌 설명할 방법이 없다. 꼭 가봐야 한다 너무 멋지다!!

 

 

 

보림농장 삼거리에 도착하고, 시간이 4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서귀포자연휴양림으로 바로 걸어갈까 아님 이어진 돌오름길을 걸을까. 그러다 결국 서귀포자연휴양림까지 걸어가려면 돌오름길 일부를 지나야하기에 끝까지 걸어보기로 한다.

 

 

 

 

보림농장 삼거리에서 돌오름길이 끝나는 거린사슴오름까진 8km이다. 산에서는 어마어마한 거리지만 둘레길처럼 걷기 좋은 길에서는 2~3시간이면 걸을 수 있다.

 

 

 

 

돌오름길은 천아숲길보다 볼거리는 적지만, 걸 정비가 잘 되어 있어 걷기는 참 편하다. 중간에 돌오름으로 갈 수 있는데, 오름이라고 다 내가 생각한 조망좋은 오름은 아니란 걸 알았다. 그냥 동네 작은 조망없는 뒷산이다.

 

 

 

돌오름으로 가는 길은 이런 조릿대를 휘적휘적 헤치며 올라간다. 처음엔 어린산죽인줄 알았는데, 이 높이가 장성한 거란다. 한라산 영실코스 초입에도 이런 조릿대 구간이 있는데, 돌오름길에는 그 조릿대를 더 가까이 내 몸과 닿으며 걸을 수 있다.

 

 

 

 

휘적휘적 돌오름을 한바퀴 돌고 나서 다시 돌오름길 구간을 걷는다. 중간중간 계곡길을 건너가는데, 수량이 많다면 안전을 위해 건너가질 않길 바란다.

 

 

 

 

돌오름길 중반 이후부터는 정말 물이 흥건하다. 이미 젖을대로 젖은 신발이지만, 혹여나 미끄러질까봐 조심 또 조심한다.

 

 

 

 

이윽고 돌오름길의 막바지 구간, 푹신푹신한 짚이 깔려있는 오솔길이 나온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열대우림 정글 느낌의 식물이 길 옆으로 조성되어 있다.

 

 

 

드디어 출구를 빠져나와 차도로 나오면, 오늘의 숙소 서귀포자연휴양림 입구가 나온다. 휴양림 위치가 기가막히게 둘레길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마치 둘레길을 걸으면서 중간중간 숙소로 활용하라는 배려처럼 말이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휴양림 캠핑장이 폐쇄되었지만, 얼른 백패킹하면서 둘레길을 걷고싶다.

 

 

 

 

서귀포자연휴양림 입구에서 100m 쯤 걷다보면 매표소가 나온다. 나는 오늘 뚜벅이로 차를 가져오지 않았기에 입장료 1,000원만 결제한다. 그리고 캠핑장은 매표소에서 2km 오르막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미 20km 상당을 걷고 온 터라 여간 힘들지 않았다. 걸어가는 중간중간 벤치에서 한동안 쉬다가 캠핑장에 도착했다.

 

 

 

문제는 휴양림 내 매점이나 자판기가 일체 없다는 것이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바로 한라산 둘레길을 걸은 내게 가진 거라곤 물 500L 뿐, 지친 몸을 이끌고 캠핑장에 집을 지운 후 일찍 하루를 마감했다. 옹달샘 노래처럼 진심 물만먹고 잤다는.. 주변에는 오캠족들 덕택에 고기냄새를 흡입하며 잠이 들었다.

 

 

 

 

다음날 날씨가 좋아, 커피 한잔을 찬 물에 타 먹고 뒤져나온 에너지바에 기뻐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다행히 한라산 통제가 풀려, 여기서 가까운 한라산 영실코스를 들머리로 윗세오름, 남벽분기점을 다녀온 후, 어리목으로 하산할 예정이다. 주섬주섬 정리를 하는데 버스 도착 30분 전, 어제 올라온 그 오르막길을 다시 내려가 겨우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버스를 탈 수 있었다.

 

 

 

1100고지를 다니는 240번 버스를 타고 한라산 영실매표소에 도착, 탐방로 입구까지만 올라가면 매점이 있다. 그 뒷 이야기는 다음번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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