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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ㅣCamino De Santiago/프랑스길 (2025)

(EP.28) 수돗물에 전자렌지로 돌린 컵라면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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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2. 20.(목) ]

 

Day 34 : Melide - Santa Irene (32.5km 8h)

 

 

 



6시 예약한 조식을 먹기위해 5시 30분부터 정리를 시작했다. 리뷰가 좋았던 Albergue Melina 에는 오늘도 나 혼자 투숙했고 프라이빗한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커튼에 면 베드시트, 개인용 랜턴까지 참 좋았다. 16유로의 가격에 이정도 숙소라면 성수기에 사림들이 가득할 듯 하다.

 

 



사장님이 직접 키친에서 요리를 해주시려나보다. 잘생긴 스페인 아저씨가 해주는 조식은 어떨지.. 에그, 커피종류, 사이즈 이거저거 물어보셨는데 다 못먹을거 같아서 토스트랑 계란후라이, 큰사이즈 카페라떼를 주문했다. 토스트 진짜 맛있었는데 사진찍는걸 까먹고 배고파서 뱃속으로.. 토마토 페이스트가 있는 바삭한 토스트였는데 진짜 맛있더라..

그렇게 조식, 작은 컵라면 2개, 맥주 1개 16유로를 지불하고 6시 25분에 길을 나섰다. 알베르게가 까미노 바로 옆에 있어서 바로 진입할 수 있었다. 멜리데 중심가로 갈때 어제 먹었던 뿔뽀(뽈뽀는 이탈리어라고 하고 뿔뽀가 맞다고 함) 가게를 지나가고 멋진 교회를 지났다.




마을을 빠져나가서 어두컴캄한 숲길에 진입했을때 순례자 1명을 만났다. 이시간에 길을 나서는 사람은 처음이다. 갈시아에 들어서고 부터는 계속 나무가 양옆으로 서 있는 작은 숲길과 시냇물이 흐르는 돌다리, 그리고 마을의 연속이다. 개인적으로 숲길은 좋아하긴 하는데 많이 지친 상태에서 이런 길의 업앤 다운을 걷다보니 매우 지루해진다. 더군다나 작은 마을을 지나다보니 열려있는 바나 레스토랑이 없어 더 그럴지도..

 

 

 

 

 

 

 

 

그렇게 걷다가 11시가 넘어갈 무렵 15km 지점 Arzua에 도착했다. 여기는 생각보다 큰 마을이었다. 마을 초입에 큰 Arzua 가 적힌 큰 조형물이 있었고 벽 한켠에는 역시나 에스테야 갈리시아에서 협찬한 아저씨 순례자 벽화가 있었다. 새벽에 지나다가 몇번 봤는데 사실 좀 무서웠었다 ㅋㅋㅋ

 

 

 



그리고 그 옆에 국가별 거리를 표기해둔 이정표가 있었는데 Corea만 바닥을 향하고 있기에 다시 제대로 세워두고 좀 쉬어갈 곳을 찾았다.

 

 

 



많은 바에 사람들이 앉아있었고 나는 빵이 맛있어보이는 예쁜 카페에 갔는데 차려입은 어머니들이 브런치 드시는 곳이었다. 빵은 2종류밖에 없길래 커스터드가 들어간 빵이랑 카페 콘 레체를 시켜서 배를 채우고 나왔다. 그리고 이번엔 잊지않고 세요를 찍었다.

 

 

 

 

 

 

 


그렇게 아르수아를 지나 또다시 많은 마을과 숲길을 지나가는데 처음으로 가리비 팔찌를 파는 좌판대를 만났다. 혼자 앉아 팔찌를 만들고 있는 그녀는 세요를 찍고 가라고 나를 불렀다. 그래서 나는 거기서 가리비 팔찌를 하나 사고 2유로를 지불했고 세요도 찍었다. 예뻤다.

 

 



산티아고 33km 지점을 알리는 이정표를 발견했고 이제 진짜 내일이면 끝이구나 새삼 느꼈다. 하얀 카라 꽃이 있길래 예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고양이 힌마리가 나무 사이로 내려왔다. 그리고는 배를 까뒤집고 애교를 부리는게 아닌가.. 미안 나도 배고파 너에게 줄게 없어..  

 

 

 

 

 

 

 


갈리시아에는 마을 한가운데 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집집마다 작은 건축물도 있다. 왠지 개인 신사인가 싶기도 하고 아니면 장작 보관함? 문득 궁금해졌다. 이 건축물이 길 위에 장식되어 있는 걸 봤는데 뭔가 이 지역 고유물 같기도 하고..

 

 

 

 

 

 


오늘은 발이 너무나 아프다. 왠지 물집이 날 거 깉아서 양말을 벗어보니 내 예감이 맞았다. 역시.. 양발이 둘다 퉁퉁 불어있기에 얼른 다른 양말로 갈아신었다. 그래도 발이 많이 아팠다.

 

 

 

 



갈리시아 순례자 캐릭터는 뭔가 귀엽기도 한데 근엄함이 없다. 쥐같기도 하고.. 그런 캐릭터를 걸으며 많이 봤는데 아마 공립알베르게 건물 주변에 많이 있는거 같다.

 

 

 

 



그렇게 나는 도로와 산길을 번갈아 걷다가 도로 한가운데 있는 Santa Irene 공립알베르게에 도착했다. 다행히 문은 열려있었다. 원래 3km 더 가서 O Pedrouzo 에 가려고 했는데 발이 아파서 도무지 더 가고싶지 않다. 그리고 거기는 또 산티아고 전 마지막 알베르게라 순례자들이 모여있을거 같아서 더더욱 가기 싫었다.

 

 

 

 

 



알베르게에는 아무도 없었고 직원이 주변에 열린 식당 마트 없고 주방도구와 전기포트가 없다고 말해주었다. 3km 더 가면 오 페드로소 마을에는 식당이 있다고 했다. 멜리데 알베르게에서 산 컵라면 2개와 먹다남은 쿠키 몇조각이 있었는데.. 물을 끓일 수 없다면 오늘은 배가 많이 고프겠구나..

 

그래도 배고픔보다는 아픔이 상대적으로 더 커서 그냥 투숙하기로 하고 10유로를 지불했다. 내 예상대로 아무도 없었고 나는 씻고 얼른 일찍 누웠다. 내일 일기예보는 오전 10시부터 비가 왔고 마지막날 비 맞으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들어가기 싫었다. 그래서 나는 내일 새벽 1시쯤에 출발하기로 하고 일찍 잠에 들기로 했다.

 

 

 



알베르게 1층에는 공용공간과 키친이 있었는데 역시나 주방도구는 없고 냉장고와 전자렌지가 있었다. 그래서 배고픔을 못잊은 나는 수돗물을 컵라면에 받아 전자렌지로 돌렸다. 다행히 잘 익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멜리데 알베르게에서 컵라면 사길 잘했다.

 

 

 



그렇게 나는 8시에 잠에 들었다. 평소 같으면 이시간에 사진 정리랑 일기를 썼겠지만 오늘은 힘이 하나도 없다. 도로 바로 옆이러 차다니는 소음이 심해서 아무도 없지만 귀마개를 하고 안대륵 끼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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