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티아고 순례길ㅣCamino De Santiago/프랑스길 (2025)

(EP.27) 드디어 뿔뽀맛집에서 고추튀김을 먹다

반응형

[ 2025. 02. 19.(목) ]

 

 

 

Day 33 : Portomarin - Melide (41km, 9.5h)

 

 


 

오늘은 장거리를 가는 날이다. 사실 Palas de Rei 만 가도 되지만 24km 만 가기엔 내 마음은 이미 먼저 산티아고에 가있다. 길에서 만났던 친구들은 이미 산티아고에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오고.. 왠지 나만 늦는거 같아서 초조해졌다. 그래서 35일차에는 꼭 산티아고에 들어가고 싶어서 오늘은 무리를 좀 했다. 

 

중간에 공립알베르게가 열려있었다 Palas de Rei 뒤에도 32km 지점 Casanova 마을에도 말이다. 미리 알았다면 Melide 까지 내가 힘들게 갔을까.. 아무튼 나는 6시 20분에 꿀같았던 숙소를 빠져나와 포르투마린의 또다른 다리를 건너 어둠을 헤치고 걷기 시작했다. 해가떠오르는 8시 30분까지 어둠속을 도로 옆길을 걷고 또 걷고.. 오늘은 긴 거리를 걸어야 해서 되도록 사진욕심을 버리고 진심으로 걷기를 계속했다.

 

 

 

 

 

 

 

그렇게 Casamaior 마을 언덕을 올랐을까.. 등 뒤로 붉은빛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하늘이 맑아졌다. 오늘도 습기는 많았고 이전과 다르게 날씨가 더워 순례길 이후 처음으로 바람막이를 벗어던졌다. 그렇게 고도를 높이고 높이다 결구 내리막길이 시작되는데 오늘은 걷는 내내 순례자를 한명도 마주치지 않았다. 어제의 붐비던 모습과는 대조되는 풍경이다.

 

 

 

 

 

Palas de Rei로 내려가는 중에 갑자기 차 한대가 서더니 한 할아버지가 태워주겠다는 제스처를 했다. 나는 괜찮다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다시 걷고 또 걸어갔다. 중간에 잔디를 깎는 분들이 계셨고 신기하게 큰 포크레인 같은 모양의 잔디깎는 기계까지 보았다. 주변을 지나가다 돌이 날아와 내 가방을 쳤는데, 얼굴에 맞았으면 큰일날뻔 했다. 나의 비명소리를 들으셨는지 다행히 내가 주변을 걸어갈때 잠깐 멈추셨고 다행히 나는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12시에 도착한 Palas de Rei, 공립 알베르게는 마을 중심과 멀리 떨어진 초입에 위치하고 있었고 역시나 건물이 정말 예뻤다.  하지만 오늘 내 목적지는 여기가 아니니까.. 마을 중심가로 내려가는데 배가 너무 고파 레스토랑 2곳에 들어가 Comidas 하며 먹는 제스처를 했더니 두곳다 안된다며.. 결국 한 곳에서 가능하다고 제스처를 줘서 햄버거와 콜라 맥주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기절할 뻔.. 사실 사진은 이상한 햄버거였는데 실물은 진짜 치즈에, 고기에, 양상추에, 토마토에.. 아무튼 버거킹 저리가라 할 정도의 홈메이드 햄버거였다. 그렇게 맛있게 배를 채우고 나가는데 얼마 안가서 카메라가방을 놓고 온게 생각나 급하게 돌아가니 다행히 의자에 그대로 있어서.. 휴.. 다행이다.. 하며 인사하고 나오는데 사장님 사모님이 반갑게 잘가라고 인사를 해줬다. 친절한 스페인 사람들..

 

 

 

 

 

그렇게 배를 채우고 시작된 2차전, Melide까지는 15Km 남았다. 솔직히 Palas de Rei 에서 Melide 까지 이어지는 숲길이 정말 예뻤고 계속 만나는 아기자기한 마을이 참 좋았지만.. 체력이 많이 소진된 상태에서 걸으니 풍경이 눈에 잘 안들어왔다. 다만 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계속 걸어가니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고 그래서 더 좋았던거 같다.

 

 

 

 

 

그렇게 나는 4시간을 더 걸어 Melide 마을 앞 예쁜 다리에 도착했고 마실가시는 할아버지를 만나 까미노는 저쪽이라며 안내해주셔서 인사를 하고 걸어갔다. 마을 초입에 귀여운 강아지 한마리가 마실 다니고 있었고 나를 따라오다 뒤돌아보다가 아무튼 중간에 사라졌다. 오늘 내가 예약한 알베르게는 역시 사립이었고 나 혼자일걸 노려서 예약했는데 역시나 나 혼자다. 베드마다 커튼이 쳐져 있어서 프라이빗해 보여서 예약했는데 역시나 시설이 예뻤다.

 

 

 

 

체크인을 하고 주변에 유명하다는 일명 코너집 식당에 가서 뽈뽀랑 고추튀김 그리고 추가로 가리비까지 먹었는데 꽤 맛있었다. 뽈뽀는 사실 크게 Cacabelos, Portomarin 에서 먹었던것과 맛은 큰 차이 없었는데 고추튀김은 진짜 맛있었다. 가리비는 그냥 배가 부른데 오랜만에 먹고 싶어서 시켰는데 양념이 밴 국물이 특히 맛있었던거 같다. 리뷰에 띤또 베라다인가 아무튼 레드와인에 탄산수를 섞은 음료를 추천해서 먹었는데 시원하고 맛있었다. 

 

 

 

 

 

 

내일 아침 6시에 조식을 예약하고 이곳 알베르게에서 라면을 팔아서 컵라면 작은 사이즈 2개를 구매한 후 씻고 8시에 바로 잠이 들었다. 그러다 새벽에 일어났는데 레온 가는 길에 만난 로한 아저씨가 산티아고에 도착했다는 사진을 받았다. 이제 나만 남았구나.. 나도 이제 모레면 산티아고에 입성하고 그날이 하필 토요일이라 숙소비가 비싸서 바로 피스테라로 가서 2박을 하고 묵시아에서 하루 쉬고 산티아고로 돌아오려고 한다.

 

사실 끝나고 포르투갈길 걷고 싶었는데.. 지금 다리는 조금 아프네.. 일단 좀 쉬고 고민해봐야겠다. 그리고 뒤늦게 안 사실인데 100km 지점을 앞두고는 하루에 도장을 2개 받아야 한다고.. 다행히 어제까지는 2개를 받았는데 오늘은 숙소 1개만 받아서.. 아 음식점을 2군데나 갔었는데.. 도장도 안받고 젠장.. 내일 가는길에 2개 더 챙겨야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