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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ㅣCamino De Santiago/프랑스길 (2025)

(EP.21) 계획대로 안돼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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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02. 12.(수) ]

 
 

 


Day 26 : Hosital de Orbigo - Astroga

 
 


 
 

어제 7시쯤 저녁이 된다고 해서 식당을 갔더니 아주머니가 저녁은 7시 30분이라고.. 그래서 그냥 산책할겸 주변 마을 돌아보다가 동네 마트를 발견하고 간단히 먹을걸 사서 배를 채우고 원경 드라마 4편을 보고 잤다. 이제는 스페인 시간에 적응이 되어서 12시 넘어야 잠이 들더라.. 그렇게 다음날 6시 30분 알람이 울리고, 나는 결국 7시 넘어서 자리에 일어났다. 4베드 도미토리에 나 혼자 잤기에 아주 조용히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역시 조금더 걸으면 조용한 숙소에서 잘 수 있어.. 
 
 
 

 
 
 
 
오늘의 목표는 원래 Rabanal de Camino 였는데 Astroga 까지는 18km, 그 뒤에 Murias 까지도 22km 라서 그 뒤로 알베르게가 열린 곳이 Rabanal del Camino 였다. 거리는 거의 40km..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으나 안되면 그 전에 열린 알베르게에서 스톱하면 되니까..
 
  
그렇게 8시에 숙소를 나와 Posso Horrso 다리를 건너 마을을 빠져나가는데 오늘이 보름인지 달이 정말 크고 훤하더라.. 설마 오늘이 정월 대보름인가.. 음력 달력을 못봐서 잘 모르겠다. 그렇게 마을을 빠져나와 공식루트인 산쪽으로 빠지는데 등뒤로 빨간 해가 두둥실 떠올랐다. 너무 예뻤다. 이제 이곳 레온지방으로 오니 일출을 볼 수 있구나.. 왠지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오늘은 비공식루트인 도로로 가면 빠르지만 Gronz 에서 공식 루트인 산길로 가는 것이 정말 예쁘다고 해서 1.2km 더 멀지만 돌아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정말 탁월했다. 어제 저녁에 비가 와서인지 오늘 날씨는 정말로 맑았으나 아쉽게도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정말 추웠다. 그렇게 조용한 산길을 따라 고도를 살짝 높여가니 주변이 온통 초록초록한 들판으로 가득찼고 그 가운데로 펼쳐진 황토색 길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별로 높지 않은 고도의 언덕 Alto를 3곳 정도 넘었는데, 그 언덕에 오를때마다 아래로 펼쳐진 조망이 꽤 멋있었던거 같다. 특히 첫번째 언덕에서는 작은 집 한채가 있었고 노란색 집에 아저씨가 나와 인사를 해주었고, 두번째 언덕을 올랐을때는 돌맹이로 만든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는데 거기에 빈센트 아저씨가 그려놓은 하트 돌이 마지막에 놓여있었다. 그래서 저번에 사랑이 필요해 주어온 노란 화살표 돌맹이를 그 하트 돌맹이 옆에 놓아 두었다 그 돌맹이가 외롭지 않게.. 왠지 내가 그 하트 돌맹이를 가방에 넣어다닐때마다 노란색 펜이 점점 지워져서 마음이 아팠는데.. 그곳에서 부디 행복하기를... 


 
그리고 가다가 도네이션 바를 만났다. 사실 오픈 안할 줄 알았는데 캠핑카 옆은 건물에 테이블과 소파가 있었고 그 곳에 먹을 거리가 놓여 있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에 거기서 빵에 쨈발라 커피를 마셨는데.. 그곳에 뜨끈한 커피가 있다니.. 너무나 행복했다 정말.. 그렇게 먹고 계란 2개를 더 먹고 3유로를 기부했다. 이곳이 계속 운영되었으면 좋겠다 특히나 겨울철엔 더더욱..  아 그리고 세요도 있었는데.. 잘못찍어서 하트만 찍혔.. ㅠㅠㅠ





 
그렇게 행복한 산길이 끝나고 마지막 도시로 내려오기 전에 만난 언덕에는 큰 십자가와 함께 저 멀리 설산뷰가 아름답게 보였다.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이 안될 정도로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이 언덕에서 본 설산 뷰가 내 까미노 1순위로 바뀌었다. 그만큼 아름다웠다. 나는 아무래도 산을 너무 사랑하나보다. 만약 성수기에 왔다면 그 산에 눈이 있었을까.. 이렇게 파란 하늘과 초록색 들판 사이에 놓인 그 설산의 조화를 감상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나는 마지막 언덕을 넘어 십자가 조각상에서 또 한번 마을 조망에 감탄한 후 아스트로가로 향했다.




아스트로가 전에 기차역에 육교가 하나 놓여져 있었는데 거기서 사진을 찍다가 정신이 팔려 머리에 쓰고 있던 손수건이 사라진걸 몰랐다. 순간 당황해서 막 찾고 있는데.. 다행히 바닥에 떨어진 손수건을 발견하고는 뛰어서 주우러 갔다. 그때 이곳 주민 아저씨를 만났고 다시 육교를 건너갈때 나에게 초콜릿과 사탕을 건네주셨다. 그리고는 부엔까미노 하라고...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이다지도 스페인 아저씨들은 정이 많은 걸까.. 왠지 모를 따뜻함을 사랑을 한국도 아닌 이곳 스페인에서 많이 느낀다. 나 정말 사랑이 많이 고팠나봐.. 




 
그렇게 아스트로가에 도착한 시간은 1시쯤.. 라바날까지 가는건 아무래도 무리인거 같아 Murias 숙소에 부킹닷컴으로 예약이 안되서 왓츠앱을 보내봤는데, 겨울에는 난방을 해야해서 30유로라고 한다. 4만 5천원... 흠.. 하룻밤 자기에는 금액이 부담스러워서 그냥 아스트로가 공립 알베르게에서 오늘은 자기로 결정.. 7유로이기도 하고.. 아스트로가에는 볼게 많으니까..
 
알베르게가 2시에 오픈해서 점심을 먹을까 거리를 누비다가 아이리쉬 펍을 발견하고는.. 올데이 키친이라는 문구에 바롤 입장.. 들어가자마자 바로 립과 큰 맥주를 시켜 먹는데.. 너무 맛있어서 기절했다. 진짜 어쩜 이다지도 맛있을까.. 그래서 추가로 타파스 메뉴로 버섯 갈릭을 시켰는데 너무 짜서 작은 IPA 하나 더 시켜서 먹었다. 가격은 25.20유로.. 7유로짜리 알베르게 자면서 이렇게 먹어도 되나 조금 찔렸지만.. 오늘 정말 배가 너무 고파서...




 
그렇게 2시에 알베르게 체크인을 하는데 정말 친절한 아저씨.. 오늘은 2층베드 당첨.. 짐을 놓고 아스트로가 주교궁을 구경하러 갔다.

 




그리고 가우디가 설계했다는 까미노 박물관도 보러.. 하필 2~4시에 문을 닫는 시간이어서 4시까지 기다렸다가 처음으로 들어가 조용히 실컷 구경하고 왔다. 사실 건축과 가우디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이곳이 가우디의 초기 건축물이라고 한다. 스테인리스 글라스가 아름답다고 하는데.. 사실 다른 가우디 건축물로 레온의 보티나스 저택 외곽만 봐서.. 이 박물관 외관도 보티나스 저택 느낌과 비슷하긴 하던데.. 디즈니 궁전 모양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조용히 둘러보고 세요도 찍고 나왔다. 순례자라서 가격은 6유로..



 
그렇게 가우디 건축물을 보고 마트에가서 간단한 저녁거리를 사서 알베르게로 돌아오니 내방 베드가 다 찼고 아저씨 한분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사진을 정리하고 내일은 어디가지 고민하다 다른사람 까미노 유튜브를 보고 폰세바돈까지 가야겠구나.. 무리하지 말아야겠구나.. 생각하고 일기를 쓰고 저녁먹고 자려고 한다.
 
오늘도 알베르게 와이파이 상태고 좋지 않아.. 사진은 다음에 올려야겠다. 내일은 고도 1,430m 까미노 최고고도를 올라가니까.. 왠지 설레고 떨린다.. 내일 무사히 올라가 하산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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