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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ㅣCamino De Santiago/프랑스길 (2025)

(EP.23) 쌍쌍이 붙어있는 새들을 본 발렌타인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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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02. 14.(금) ]

 
 

 

Day 28 : Molinaseca - Villafranca del Bierso

 

 


 

 
7시 푸근한 이불에서 잠이 깼다. 어제는 침낭을 쓰다가 오히려 불편해서 숙소에 있는 이불을 썼는데 어찌나 부들부들한지.. 오늘 그냥 여기서 하루 푹 쉬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화장실 갔다가 돌아오니 이미 옆방의 Damian 은 떠나고 없었다. 오늘 Trabadelo 까지 간다고 했는데.. 역시 5시 30분에 출발했음이 틀림없다. 어제 옆방 Damian의 코고는 소리가 벽을 뚫고 들려왔다. 아.. 어제 같은 방에 잤다면 친절한 Damian의 뒷모습이 많이 미웠겠지..
 
아무튼 나는 짐을 정리하고 7시30분에 예약해둔 조식을 먹으러 키친에 갔다. 그리고 7시 30분에 아저씨가 빵을 갖고 올라오셨는데.. 뜨끈뜨끈하고 껍질은 단단 안은 부들부들한 너무 맛있는 빵이었다. 이른 아침에 나를 위해 빵을 구웠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다. 진짜 맛있는 빵이었다. 그렇게 조식을 먹고 8시 호스텔을 나오는데 신발 위에 놓여져 있는 Molinaseca 엽서 한장.. 부킹닷컴 리뷰에 적혀 있던 엽서가 바로 이거였나보다. 진짜 이 숙소 흥했으면 한다. 곰아저씨 너무 좋아...
 
 

 
 
 
그렇게 8시 나는 Molinaseca 를 나와서 Ponferrada 로 돌아돌아 걸어들어오는데.. 생각보다 꽤 멀었던거 같다. 폰페라다로 바로 들어가는 변형경로가 있긴한데, 아침이라 그냥 공식경로로 돌아돌아 Campo 마을 등 2여개 작은 마을을 지나걸어왔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내가 지나온 언덕의 설산이 너무 멋지게 보였다. 어제 막상 폰세바돈을 내려올때는 구름이 걸려 아쉬웠는데.. 오늘 폰세바돈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은 조망이 참 좋겠구나..
 
 

 
 
 
Campo 마을을 지날때쯤 갑자기 "물" 이란 단어가 적혀 있었다. 알고보니 옆에 작은 집 앞 수도를 이용하라고 친절하게 표시해둔 것.. 집주인 아줌마 너무 배려심 깊고 사랑스럽다. 마을에는 산책하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많았다. 나도 산책하는 기분으로 폰페라다로 조금씩 조금씩 접어들어갔다. 그렇게 7km 넘게 걸어 드디어 폰페라다 도착.. 폰페라다의 입구는 역시나 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 다리 주변으로 러닝하는 사람, 다리 아래에 놓여져 있는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나라 강변 체육센터 느낌.. 
 

 

 
 
 
그리고 까미노를 따라 걸어가자 폰페라다의 유명한 폰페라다성이 보였다. 사람들이 많아서 적당히 사진찍고 패스.. 그리고 시계탑 Torre del Reloj을 지나 광장에 아주 고전적이고 멋진 건물이.. 아마도 주민자치센터 정도일거 같았는데 역시나 폰페라다 시청 이었다. 사실 시청 건물에 눈이 팔려 길을 못찾다가 뒤늦게 시계탑을 지나 왼쪽으로 꺾어야 한다는 걸 발견하고는 다시 뒤돌아갔다.
 
 

 

 
 
 
 
그렇게 강변 산책로로 이어졌다. 그론조의 앵무새에게 라는 버튼을 누르면(크롬으로 번역하니 그렇게나오더라) 어눌하지만 적당히 알아볼수 있는 정보가 한글로 번역되는데 아마도 폰페라다 Sil 강을 따라 형성된 산책로가 유명하다고 적혀 있다. 역시나 산책로에는 개를 산책시키는 할아버지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신기하게 주인없는 길고양이들은 있어도 이곳엔 길 강아지들이 없다. 다들 목줄하나 메고 아니면 풀어진채로 주인들과 신나게 뛰어놀고 있다. 
 
그렇게 강변을 따라 걸으며 할아버지들의 부엔까미노 인사를 정겹게 듣다보면 에너지 박물관이 나오고 그 앞에 여성순례자의 벽화가 나오는데 사진 아니 찍을 수 없지.. 그래서 거기서 간단히 사진을 찍은 후 멋진 에너지박물관을 옆에 끼고 오르막으로 올라 어느덧 폰페라다를 빠져나왔다.
 
 

 

 
 
 
 
그렇게 외곽의 작은 마을을 몇개 지나는데 오늘따라 날씨가 너무 좋고 햇빛이 강렬해 살짝 많이 덥고 지쳤다. 아마도 성수기에는 더 덥고 강렬하겠지? 폰페라다에서 비야델프랑카로 가는 길에는 철탑위에 지어진 새집과 포도밭이라고 했는데, 바로 그 유명한 새집이 등장하는 마을에 도착했다. Columbrianos 마을입구 푯말이 보이자마자 바로 옆 성당에서 그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성당 앞에 내가 예상한것보다 작은 철탑이어지만 솟아 있었고 그 위에 커다란 둥지에 새한마리가 앉아있었다. 이전에 빈센트 아저씨가 알려준 순례자새였다. 하필 오늘이 발렌타인데이인 2월 14일이었는데 그 생각이 들자마자 짝꿍 새가 살짝 그 둥지로 날아오더니 앉지는 않고 바로 옆 성당 꼭대기 상으로 날아가 앉았다. 왠지 추성훈이 생각났다. 집에 내 방은 없어요..
 

 

 

 
 
그렇게 잠깐 그 성당 앞에서 아침에 먹다남은 빵을 먹으며 쉬었다가 다시 출발.. 그 마을에 다른 성당 옆에도 역시나 철탑이 만들어져 있고 새 2마리가 꼭 짝을 지어 있었다. 다른 순례길 유튜브에서 본거 같은데 어느 마을에 최근 비보가 있었는데 둥지에 2마리 살던 새 중에 한마리가 벼락에 맞아 죽어 혼자 지내고 있다는.. 저 새들은 꼭 2마리씩 짝을 지어 제일 높은 곳(대다수가 성당)에 둥지를 만들어 사나보다..
 
 

 

 
 
그렇게 마을을 또 지나 Fuentes Nuevas 마을 안내표지판 바로 옆에 순례자 십자가를 만났다. 기존 예수 십자가 뒷편에 동쪽에서 걸어오는 순례자를 조각해놓은 상인데.. 미리 정보를 알고가니 눈에 보이긴 했다. 어느덧 203.9km 인증석이 보였다. 오늘이면 남은거리도 100m대로 바뀌겠구나.. 
 
 

 

 
 
 
그렇게 다음 마을인 Camponaraya 에 도착했고 자판기에서 오렌지 주스를 1.5유로에 구매했다. 그리고 마을이 끝나는 언덕 쉼터에서 잠깐 휴식을 취했다. 어제 46km 무리를 해서인지 오늘은 좀 많이 피곤하고 힘들었다. 발도 많이 아팠고 걷는 속도도 느려지고 쉬는시간도 많아졌다. 그렇게 고속도로 위로 난 다리를 건너니 드넓은 포도밭이 나왔다.
 
 

 
 
 
이곳 오하지방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형성되어 있어 사방으로 설산과 산등성이가 보여 참 예뻤는데, 여기도 포도밭이 유명하다고 한다. 리오하지방에서 본 풍경과 많이 비슷하지만 경사가 진 언덕지형에 포도나무가 끝없이 심어져 있었다. 일부 포도밭은 지지대로 정리된 포도밭이었고 일부는 그냥 버려둔 포도나무밭도 있었다. 그렇게 양옆으로 펼쳐진 포도밭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덧 20km를 넘어 카카벨로스 Cacabelos 마을에 도착했다. 
 
 

 

 
 
 
여기 뽈뽀도 맛있다고 해서 혹시나 열린 레스토랑이 있나 살펴보는데, 다행히 까미노에 오픈한 식당이 꽤 보였다. 2시 30분쯤이었을거 같은데 아마도 이때가 스페인의 점심시간이라서 그런가보다. 첫번째 열린 식당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나오고 조금 걷다가 두번째 식당으로 들어갔다. 귀여운 문어가 문앞에 놓여져 있고 가격표를 보았다.
 
다행히 빈자리가 있었고 뽈뽀와 화이트와인 한잔을 시켰는데 아줌마가 Half 냐고 묻길래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10분도 안되서 작은 접시에 문어요리가 나왔고 우리네 문어숙회와 비슷한데 약간의 빨간 양념과 소금이 뿌려져 있었다. 소금이 뿌려져 있어서 첫맛은 짜다.. 그정도.. 근데 사람은 적응력의 동물인지 그 짠맛도 계속 먹다보니 아무것도 아닌게 되더라.. 그래서 비뇨 블랑코와 같이 야들야들한 뽈뽀요리를 먹다보니 접시가 금세 바닥이 났다.
 
 

 

 
 
 
그렇게 10분 정도만에 자리를 박차고 9.9유로를 내고 식당을 빠져나왔다. 벌써 3시가 되었고 원래 비야델블랑카 도착예정시간인 4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갑자기 핸드폰이 먹통이되고.. 알고보니 30일짜리 이심이 오늘 끝나는 날이었던것.. 숙소에서 보내준 메시지를 저장하지 못했는데.. 위치와 입구코드.. 아.. 하필.. 
 
 
 

 
 
 
그렇게 나는 카카벨로스 마을 끝에서 오르막으로 향하던 중에 갑자기 어떤 아저씨를 만났다. 알고보니 순례길에서 유명한 도장 찍어주는 아저씨.. 가격은 5유로로 싼 가격은 아니였지만 왠지 한번쯤은 해보면 좋을 거 같아서 지불했다. 작은 고무를 3개 고른 후 찍을 도장을 선택하면 고무 같은걸 불에 녹여서 도장을 찍어주는데.. 그게 끝인 줄 알았던 나의 예상과 다르게 두드러진 면에다가 은색깔 펜을 칠해주는 거였다. 생각보다 예뻤다. 그렇게 같이 기념사진을 찍고 나는 다시 오르막을 올라  끝없이 이어진 포도밭을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1시간 가까이 도로와 산길을 걸었을까.. 언덕을 지나 걸어내려가니 드디어 만나게 된 비야델프랑카 마을..
 
 
 

 
 
 
 
이곳은 스페인 하숙 촬영지로 꽤 유명한 곳이었는데.. 거기서 본 마을 풍경과 꽤 달랐던거 같다. 내가 예상한 풍경이 아니었다. 입구에서 만난 마을은 정말 아름다웠고 입구 바로 오른편에 공립알베가 있었는데, 거기는 닫혀 있고 다른 Ave.felix 인가 거기가 오픈되어 있었는데 어제 만난 Damian이 키친 없고 정말 별로라고 가지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오늘 예약한 숙소는 Venecia Bed & Breakfast 인데 여기는 조식 포함 17유로였고 키친에 공용공간이 넓고 수건도 준다고 했다. 
 
 
 

 

 
 
 
힘이 빠져있던 나는 숙소를 찾기위해 터지지 않는 핸드폰의 구글지도를 열었고 순례길에서 꽤 떨어진 도로가에 위치하고 있어 걸어가는 동안 많이 힘들고 짜증이 났다. 그러다 숙소에 거의다 왔을 무렵 잠깐 외출하시는 호스트를 만났는데 위치를 알려주시고 입구 비번과 베드넘버를 알려주셨다. 다행히 숙소에 들어가니 다른 2명의 투숙객만 있었고 3명이서 나란이 1번 베드룸 1층베드에 자리를 잡았고 나는 가운데 베드를 배정받았다. 그렇게 정말 지친 몸을 이끌고 샤워를 하러 가는데 뜨거운 물이 안나와 또한번 짜증이 나서 밖의 네덜란드 친구 Jamy 에게 여기 뜨거운물 안나오는거냐고 물으니 잠깐 정전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샤워를 마치고 제이미가 차를 대접한다고 해서 간단히 같이 투숙하는 알렉스 아저씨와 인사를 하고는 바로 딥슬립.. 진짜 2일간 80km 가까이 걷느라 피곤했었나보다. 그래서 돌아온 호스트 아저씨에게 여기 베드 내일 남는자리 있냐고 물어보니 주말이라 그런지 풀이라고 해서 하나 있는 싱글룸을 조식포함 32유로에 예약했다. 
 
사실 이 마을이 예뻐서 돌아보고 싶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오늘 쉬고 내일 천천히 둘러보려고 한다. 그리고 온 몸이 욱신욱신 쑤시기도 하고 다음 목적지가 O Cebreiro 로 1,300m에 위치하고 있어 800m 상당을 올라가야해 지금 몸상태로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오늘 하루 수고했고 내일은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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