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초가다케 휘테(Chōgatake Hütte) - 조넨다케(Jonendake) - 조넨고야(Jonen Goya) (7.5km, 8h)
< 1일차 가미코치 (上高地) 에서 초가다케(蝶ヶ岳) 산행기록 >
지난밤 폭풍 비바람에 밤새 뜬눈으로 보내다 급기야 새벽에는 텐트가 휘어져서 안되겠다 싶어 모든 짐을 챙겨 산장으로 피신... 텐트, 에어매트, 침낭, 옷가지 모두 흠뻑젖어 어떻게해야하나 싶었지만 그냥 일단 가방에 집어넣고 덜덜 떨며 산장에서 커피한잔 끓여마셨다. 이른 아침부터 산장투숙객들은 출발을 서두르고 있었고 6시가 넘자 다들 산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처음에 날씨가 흐려서 하루 이곳 초가다케에서 쉬었다 가야하나 고민했지만.. 산장 1박비가 2식 포함 17,000엔이라고(예약시 15,000엔) 해서.. 고민하다 날씨가 맑아져 이동하기로 했다.
다행히 어제 못본 호다카연봉이 구름 사이로 드문드문 그 모습을 보였고 그 모습이 경이로워 또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너무 아름다웠다.
오늘은 조넨다케를 지나 조넨고야에서 1박을 보낼 예정으로 초가다케 휘테 방면으로 돌아보니 가는 방향과 달리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잠깐이 열림도 잠시 조망은 다시 하늘을 가리기 시작했고.. 나는 또 하얀 구름속을 걸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걷다보니 요코오 방향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왔고, 1시간 쯤 더 걸어가니 야리(창) 모양을 닮은 초야리에 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구름에 가려.. 조망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그냥 초야리 정상이라는 명패만 눈도장 콱 찍고... 그 뒤로는 피크 한 3개 쯤을 넘었는데.. 중간중간 잔설이 남아있어 내려올때 미끄러지고.. 올라갈때 다리 빠지고.. 아무튼 난리도 아니였다.
그렇게 조넨다케를 오르기 직전에 처음으로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일본인 아저씨 한명을 봤고.. 나는 내가 걸어온 눈길을 생각하며 고생 좀 하시겠다 속으로 걱정... 물론 내가 가야할 길은 생각못하고 괜한 남걱정 했다고 뒤늦게 후회했지만 ㅋㅋㅋ
그렇게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에 등산화가 다 젖어 햇볕이 난 틈에 양말도 말릴겸 지나온 길을 바라보는데.. 아까 만난 일본이 아저씨가 경사진 눈길을 올라가는게 보였다. 나는 저길 어떻게 내려왔을까.. 나 스스로 대견해하면서도.. 조금만 더 급경사였으면 정말 미끄러졌을거 같아.. 살짝 무서운감마저 돌았다.
대체 조넨다케는 어디있는거야 하며 계속된 봉우리를 넘고 또 넘는데.. 이제 드디어 그 조넨다케의 초입이라고 보일듯한 뾰족한 실체가 눈에 보였다. 지나가는 구름이 없었다면 저른 구불진 산이 끝없이 이어졌을텐데.. 순박하게 나는 눈에 보이는 이 두 봉우리만 넘으면 되는 줄 알았지...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을 걸으면서 넘어도 넘어도 계속 나오는 돌무지 피크에 정말 다리가 후덜거릴만큼 무섭고 힘들었다. 날씨가 좋아 산의 모습이 더 잘 보였다면 오히려 덜 무섭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면서 말이다.
그렇게 조넨다케 초입이라 생각한 그 곳에서 2시간 정도 올랐을까.. 드디어 2,857m 영롱한 자태를 보이는 돌무지 피크 조넨다케에 도착했다. 역시 사원 같은 건물한 채와 정상임을 상징하는 안내목까지... 다들 일본인들은 이 안내목을 들고 사진을 찍던데.. 나는 도저히 무거워서 못들겠더라.. 암튼 다리가 후덜후덜거릴만큼 무서운 정상이었지만.. 살짝 하늘이 열린틈에 사진을 찍으려고 삼각대를 세우는 순간.. 다시 구름에 가려버리는 야속한... 상황... 암튼 오늘 계획한 조넨다케에 올랐고.. 나는 그것으로 정말 내 자신이 대견하고 또 자랑스러웠다.
정상에는 조넨다케에서 바라본 주요 봉우리들이 적힌 천체구.. 같은 유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조망이 구름에 가리지 않았다면 산봉우리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더 있었을거 같았다.
암튼 조넨다케에서 꿈같은 성취감을 맞본후.. 이제 오늘 하루를 쉬어갈 조넨고야로 내려가는데.. 와 이 길은 내가 올라온 완만한 길과는 다르게 끝없이 이어지는 급경사 내리막길이더라... 1시간 정도 걸려서 풀린 다리를 부여잡고 조넨고야 산장에 도착했다.
침낭, 텐트 등 물에 젖은데다 어제 폭풍 비바람에 잠 한숨 못잔 터라 오늘은 숙소에서 쉬기로 하고, 조넨고야에서 2식 포함 17,000엔(예약시 15,000엔)을 지불했는데.. 하필 호다카연봉 조망 방이 다 찼는지.. 나는 조망없는 30번방에 당첨되어 참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6인실로 보이는 이 방을 나 혼자 사용할 수 있어서 그래도 편하고 쾌적하게 쉴 수 있었다.
저녁은 5시 아침은 5시 30분에 제공되었는데.. 반찬이 담긴 개인용 접시에 작은그릇 3개(차, 밥, 국 담는 그릇)와 젓가락을 주며 먹을만큼 밥과 국과 차를 덜어먹는 식이었다. 간이 하나도 짜지않고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아무래도 오늘 커피한잔으로 8시간동안 산을 넘어온 터라.. 뭘 먹어도 꿀맛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운좋게도 이곳 산장에 건조실이 있어 물이 뚝뚝 떨어지는 텐트와 침낭, 에어매트, 옷가지들을 널어놓았는데 1시간도 안되서 빠짝 기분좋게 말라.. 산행을 재정비 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8시 소등시간이어서 그전에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추워서 한번 깼는데.. 그 뒤로 조식 5시 30분까지 쿨쿨 자다가 아침식사를 하고 7시 30분 쯤 이곳 산장을 나와 3일차 일정을 시작했다.
3일차 일정은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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