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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ㅣOUTDOOR/뚜르드몽블랑 (2022)

[TMB] 2일차 : 꼭 가봐야할 몽드라삭스능선 + 보나티산장 거쳐 엘레나산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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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드라삭스 능선(Mont de la Saxe) - 보나티 산장(Refugio Bonatti) - 엘레나 산장(Refigio Ellena)

 

 



1일차 인천공항을 출발해 아부다비 경유, 제네바 공항에서 이지버스를 탑승해 샤모니(Chamonix) 도착, 다시 플릭스 버스를 타고 꾸르마이어(Courmayeur)에서 하차하여 빌라이어(Villair), 베르토네 산장(Rigugio Bertonne)을 지나온 이야기는 이전 TMB 1일차 게시글을 참고해주세요.

 

 

2022.08.29 - [아웃도어ㅣOUTDOOR/뚜르드몽블랑 (2022)] - [TMB] 1일차 : 샤모니에서 꾸르마이어 그리고 베르토네산장

 

[TMB] 1일차 : 샤모니에서 꾸르마이어 그리고 베르토네산장

샤모니(Chamonix) - 꾸르마이어(Courmayeur) - 빌라이르(Villair) - 베르토네산장(Rifugio Bertone) 2022.06.08 - [아웃도어ㅣOUTDOOR/뚜르드몽블랑 (2022)] - [TMB] 나혼자 비수기 뚜르드몽블랑 백패킹 프롤로그..

haechuri.tistory.com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일찍 쓰러졌을까, 아직 동이 트기 전부터 눈이 뜨여 새벽 습기를 머금은 텐트문을 여니 칠흑같은 어둠뿐이었다. 혹시라도 밤하늘에 별이 보일까 내심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 페례계곡(Val Ferret)을 끼고 있는 이 능선길은 사방이 온통 불투명도 100%의 회색빛이었다. 해가뜨길 기다리며 기내에서 가져온 빵과 잼에 커피한잔을 내려 허기를 채우고는 랜턴 켠 텐풍하나를 찍는데 좀 아쉬운 느낌이다.


 

 

 

 



그러다 슬며시 밝아오는 하늘에 붉은빛을 조금이나마 기다렸는데 나의 기대를 비켜가듯 운해가 넘실넘실.. 아무래도 이곳은 오전에는 맑은 시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부터 걸어갈 뚜르드몽블랑 하이라이트 구간!! 내가 제일 첫번째로 오고싶었던 능선은 소개에 앞서 오후에 오는 것이 좋겠다는 서두를 던진다. 텐트를 정리하는데 좀처럼 하늘이 열리지 않아서 조금더 기다려보자 기다려보자 하며 결국 살짝 열린 틈에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자리를 정리하고 7시가 넘어서야 그렇게 가고싶어 마지않던 몽드라삭스 능선(Mont de la Saxe) 능선을 오른다.


 

 

베르토네 산장 주변에서 본 몽블랑 남사면
몽드라삭스 능선과 정규코스 갈림길에서



몽드라삭스 능선(Mont de la Saxe)은 TMB 클래식 정규구간은 아니며, 정규구간은 페레고개(Val Ferret)와 더 근접하게 산 옆을 둘러가게 되어 있다(사진 중간 나무 뒤로 보이는 둘레길). 그레서 정규코스는 진행방향 왼편에 위치한 몽블랑(Mont Blanc), 당 뒤 제앙(Dent du Geant), 그랑조라스(Grandes Jorasses)를 한눈에 볼 수 없어 상대적으로 조망이 아쉽다. 반면에 몽드라삭스 능선은 능선 정상부위를 걸어가기 때문에 진행방향 왼쪽 몽블랑(Mont Blanc), 당 뒤 제앙(Dent du Geant), 그랑조라스(Grandes Jorasses) 정규코스에서 보지 못하는 우측 산군도 함께 보면서 걸어갈 수 있다. 한마디로 360도 어느방향으로도 아래사진과 같은 멋진 산군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른아침 몽드라삭스(Mont de la Saxe) 능선길을 오르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걸음걸음마다 앞, 뒤, 좌, 우를 살펴보느라 얼마나 더디게 걸었던지.. 이 능선에서만 3시간 넘게 시간을 보낸것 같다. 혼자 비수기에 뚜르드몽블랑을 선택한 이유, 온전히 이 모든 아름다움을 혼자 여유롭게 느끼고 싶었다. 너무나도 행복했다. 2년동안 느껴지보지 못한 산행 카타르시스의 절정이었다.




이른 오전에 이 능선길을 걸어서일까.. 계속 밀려오는 구름으로 웅장하고 장엄한 알프스산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 간절히 열리길 바라면서 이곳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호사를 누렸다. 유일하게 한국에서 가져간 너구리였다. 그렇게 넘실거리는 운해를 반찬삼아 후루룩 라면을 흡입한 채 2일차 예정된 발걸음을 시작했다.


몽드라삭스 능선에서 바라본 베르토네 산장 방향



몽드라삭스 능선을 지나 샤핀고개(Col Chapin, 2,436m)를 넘어 마주한 보나티 산장(Rifugio Walter Bonatti 2,025m)에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몽드라삭스 능선이 주는 과도한 아름다움에 취해서일까... 어느순간 예정된 경로를 벗어나 계곡쪽으로 내려가고 있었고(GPS 경로 이탈), 다시 올라가기엔 많이 내려와 있어서 그냥 정규코스 쪽으로 사면을 따라 내려가기로 마음먹었다. 이 선택은 크나큰 잘못이었다. 정규코스로 내려가는 길은 절벽에다 어마어마한 물살이 가득한 계곡이었고.. 한두차례 내려가보길 시도했지만 정말 혼자 저세상에 갈거 같아 다시 올라와 구글맵을 켰다(기존 다운받은 GPS에는 등로외엔 대안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곤 아주 작은 길이라도 찾아보다가 결국 한참 지난 길을 되돌아와 정규코스 부근으로 하산하는 길을 발견했고 돌고 돌아 마침내 정규코스 쪽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저 멀리 뾰족한 암봉에는 빙화와 눈으로 덮혀있는데 능선길은 우리나라 봄, 가을 같이 시원하여 걷기 좋았다. 진짜 뚜르드몽블랑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몽드라삭스 능선임이 틀림없다.

 

 



그렇게 계곡 위 다리를 건너는 정규코스를 지나 굽이굽이 걷다보니 어느덧 보나티 산장(Rifugio Walter Bonatti) 이정표를 발견했고, 이 길에서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어머니 아부지 등산객도 만났다. 그렇게 사면을 따라 이어진 둘레길(아래 사진)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저 멀리 보나티 산장 지붕이 보이기 시작하고, 산장과 가장 가까운 마을인 라보쉐(La vochey, 1,640m) 마을에서 올라온 귀여운 남자아이와 그의 아버지가 나보다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손을 흔드는 남자아이의 여동생과 그의 엄마가 헉헉 대며 따라오고 있었다. 아마도 보나티 산장에서 점심을 먹을 예정인 거 같았다.




보나티 산장(Rifugio Walter Bonatti)

 

 

보나티 산장(Rifugio Walter Boantti)은 그랑조라스(Grandes Jorasses, 4,208m) 남면이 정면으로 보이는 계곡에 위치하고 있다는데, 1998년 8월 이탈리아의 유명 산악인이자 탐험가인 월터 보니티의 친구들이 지어서 헌정한 현대식 산장이다. 뭉블랑 산군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는 멋진 곳으로  TMB를 하는 트레커들이 반드시 들르는 성지같은 곳이다. 보나티 산장 입구에는 세계 다양한 언어로 환영한다는 말을 적어놨는데, 우측 상단의 한국어로 적어둔 "환영합니다"를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아래 사진).

 

보나티 산장 입구에 적힌 세계각국 언어의 환영글
보나티 산장(Rifugio Walter Bonatti)
보나티 사장에서 바라본 그랑조라스

 

 

다행히 '22년 5월 30일 기준, 보나티산장이 열려있어서 주린 배를 채우러 산장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어마어마한 그랑조라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다. 치즈와 소시지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다는.. 특히 저 맥주는 정말 꿀맛이었다. 큰사이즈로 한잔 더 먹었는데(사진에 보이는 잔이 큰사이즈) 절반쯤 먹었을때 어질어질해서 그만 마셨는데 아직도 그 남은 맥주가 눈에 아른 거린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 보나티 산장의 스파게티가 그렇게 맛있었다는 ... 역시 여기는 이탈리아였어... 내가 앉은 자리가 명당이었는지 오는길에 본 남자아이 가족도 내 옆자리에 앉아 같은 창의 조망을 만끽했다. 그 창으로 본 그랑조라스의 모습 또한 위의 사진과 같다.

 



 

보나티 산장에서 바라본 엘레나 산장 방향

 

 

그렇게 주린 배를 채우고 오늘의 목적지 엘레나 산장(Rifugio Elena, 2,061m)까지 가는데 뜻하지 않은 건물(아래 사진)을 만났다. 그리고 이정표를 보니 여기서 다시 마을로 내려가야 한다는 것!!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시 발페레 산장(Val Ferret, 1,784m) 마을로 내려가서 엘레나 산장까지 올라가야하다니 ㅠ,ㅠ 내려가는 길은 무척이나 급경사였다. 나와 반대로 오는 외국인 친구 둘을 만났는데 힘들었는지 중간에 쉬고 있더라.. 나중에 내가 엘레나 산장으로 올라갈 때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여기서 발페렛 계곡(Val Ferret)으로 내려가야 한다
발페레 산장(Chalet Val Ferret)으로 내려가는 길

 

그렇게 30여 분 내려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발페레 산장(Chalet Val Ferret)은 열려있지 않았다. 여기서 화장실이 무척 급했는데 모든 문들이 꾹꾹 닫혀있어서.. 반대편에 위치한 풀숲으로 뛰어갔던 기억이...

 

 

발페레 산장(Chalet Val Ferret 1,784m)

 

발페레 산장(Chalet Val Ferret)을 지나면 다시 엘레나 산장(Rifugio Elena)으로 올라가는 이정표를 만나는데.. 여담이지만 TMB에서 만난 소요시간은 진심 2배를 해야 맞다. 진심 나는 이정표보다 2배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차라리 거리를 적어두었다면 더 나았을텐데.. 이곳에는 널린게 물이라 물병 하나 들고 뛰어다니는 외국인들이 수두룩 한데.. 그정도의 속도로 가야 저 시간안에 목적지에 갈 수 있다. 추후 만날 프랑스 커플 백패커 또한 정말 빨라서 늘 나보다 늦게 출발했는데 늘 나보다 먼저 목적지에 도착해있었다.

 

 

 

엘레나 산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뒤돌아본 발페레 계곡

 

 

엘레나 산장으로 가던 길에 만난 첫번째 난관(아래사진).. 혹시나 하고 아이젠을 가져오긴 했는데 꺼내기 싫어 그냥 걸어갔다가 중간에 발이 빠져 진심 경사면으로 미끄러질뻔 한걸 겨우 돌을 붙잡고 일어났다. 비수기라 구간구간 너덜길 위로 눈이 쌓여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엘레나 산장.. 마지막 계곡 다리를 건널땐 정말 마지막 힘을 내어 걸어왔다. 역시나 엘레나 산장도 굳게 문이 닫혀 있었고, 입구에는 겨울 시즌이라 급한경우 사용하라고 열어둔 윈터룸 위치를 적어놨다. 첨에 테라스 밑에 첫번째 방이라고 해서 테라스가 어딘지 계속 찾았는데 알고보니 엘레나 산장 입구가 2층이라 테라스였던 것.. 그래서 바로 아래층 첫번째 방이 윈터룸인걸 뒤늦게 알았다. 

 

 

엘레나산장

 

 

엘레나 산장(Rifugio Elena, 2,061m)은 이탈리아 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의 부인이었던 엘레나 왕비에게 헌정되었던 산장으로 1950년대 눈사태로 소실되었으나 1995년 새로 지어졌다고 한다. 들어가보진 못했지만 호텔급이라고 느낄정도라니 궁금하긴 하다. 특히 테라스 전망이 뛰어난데 몽돌랑(Mont Dolent, 3,823m)에서 그랑조라스(Grandes Jorasses, 4,208m)에 걸친 빙하와 암릉 그리고 깊게 패인 페레계곡까지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산장 바로 앞에 있는 프레 드 바빙하(Glacier de Pre de Bar, 아래사진 가운데) 뒤로 가장 높게 솟아 있는 봉우리가 몽돌랑(빙하 우측)이다.

 

 

엘레나 산장에서 바라본 몽돌랑(Mont Dolent 3,823m)과 프레 드 바빙하(Glacier de Pre de Bar)

 

 

대낮 같지만 지금은 7시가 넘은 시간.. 오늘 하루 새벽부터 일어나 12시간을 넘게 걸어 피곤했던지.. 엘레나 산장 근처에 얼른 집을 짓고 쉬어간다. 일부러 조망이 좋은 곳에 집을 지었는데 다 짓고보니 바닥이 경사가 져서 밤새 계곡으로 굴러가는걸 힘을 줘서 잠에 들었다. 참고로 엘레나산장이 오픈하면 산장 주변의 캠핑을 허용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조금더 올라가면 스위스와 국경인 페레고개(Grand col Ferret)가 나타나는데.. 이 곳은 정규 TMB 코스 중 가장 높은 곳이다. 오늘은 엘레나 산장에서 쉬어가고 내일 페레고개를 넘어 이제 스위스로 간다.

 

 

 

 

 

2일차 일정을 조금더 생생하게 즐기고 싶다면 아래 제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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