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가 보이는 카트만두 캠핑장 Shivapuri Village
몇주 전 현지직원이 소개해준 히말라야가 보인다는 캠핑장 "Shivapuri Village"에 다녀왔다. 잔뜩 기대하며 예약도 할겸 페이스북에 들어갔는데.. 단연 이 한장의 사진을 보고 마음을 빼았겼다. 아.. 히말라야가 보이는 캠핑장이라니.... 당장 페이스북 DM으로 예약가능여부를 알아보니, 캠핑사이트와 저녁, 아침 2끼 포함 3,000NPR(3만원 상당)이라고 한다. 좋은데.. 라는 생각에 주말에 당장 가겠다고 했는데.. 아차차 나 차없지.. 그래서 택시로 갈 수 있는 곳인지 물었고, 친절하게도 택시를 숙소로 보내준다고 했다. 가격은 왕복 5,000NPR(5만원 상당) 그렇게 나의 카트만두에서의 첫번째 공식 캠핑이 시작되었다.
전날부터 캠핑간다고 집에 있는 캠핑장비 다 넣어서 준비하고.. 찾다가 순간순간.. 네팔오기전 버리거나 나눔했던 나의 장비들이 생각나서.. 다 이고지고 들고왔어야 했는데.. 생각할수록 네팔오면서 제일 아쉽고 아까운 거다. 나를 스쳐지나간 캠핑장비들... 나눔해간 분들이 정말 잘 써주고 있었으면 좋겠다.
시바푸리 국립공원에 위치하고 있는 이 리조트(시바푸리 빌리지)는 카트만두에서 5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기에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1,000NPR(1만원 상당)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네팔은 늘 외국인에게 가혹하다. 어디 산에 한번 갈라고 하면 어찌나 입장료를 내라고 하는지.. 우리내 국립공원내 사찰에서 징수하는 문화재보호비보다 잔인하게도 너무나 비싸다.
벌써 리조트 입구에서 부터 풍겨져오는 더스트한 조망이 아쉬웠지만.. 원래 이 조망터에 캠핑자리를 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토요일이라 한가해서인지 몰라도 이곳에서 캠핑을 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줬다. 참고로 네팔은 금, 토가 휴일이기 때문에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은 정말 한산하다. 이점이 나는 너무나 좋다.
12시에 숙소에서 출발해 1시 정도 리조트에 도착했는데.. 아무래도 아직 체크아웃을 하지 않은 현지 손님들이 많았고, 그 시끄러운 틈을 빠져나와 얼른 3,000루피를 계산하고 캠핑장으로 안내받았다. 처음 예약할때 캠핑사이트만 얘기해서 당연히 텐트는 없을 줄 알았는데.. 가보니 텐트까지 쳐놓아준 센스.. 텐트가 없어도 이곳에서 캠핑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매력적인거 같다. 하지만 나는 오늘 한국에서 힘들게 가져온 내 장비를 가지고 캠핑을 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으로 텐트와 타프를 쳤다.
먼지에 가려 히말라야는 커녕 앞산과 골짜기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냥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커피한잔 티한잔 맥주한잔 딸기한입 라면한입 책도 읽으면서 음악도 들으면서 그렇게 하루를 아무 생각없이 보내고 싶었다. 역시나 최적의 장소였다. 다만 유럽에서 온 외국인들인듯 보였는데 남여 2커플이 어찌나 옆에서 수다스럽게 이야기를 하는지.. 억지로 해야하는 영어듣기평가 마냥 신경쓰이고 시끄러웠다.
오늘 캠핑온다고 왕복 택시비 1,500루피(1만5천원)에 저 한국에서 3천원 정도하는 이소가스를 한개에 850루피(8,500원)나 주고 사왔는데.. 너무 웃겼던건 우리나라 편의점에서 파는 5백원짜리 라이터를 하이퀄리티라며 5천원에 판매하고 있는걸 보고.. 그냥 어이가 없어서 옆 구멍가게에서 50루피(500원)주고 현지라이터 3개를 구매했다는.. 나는 고퀄 보여준다기에 소토 같은거 보여주는 줄 알았는데.. 그 말을 듣고 내가 이소가스도 낚여서 배로 주고 산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왜냐면 난 정말 호구니깐... 그래도 이소가스 덕분에 커피도 티도 라면도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두고두고 조금씩 오래오래 써야겠다. 이 프리머스 이소가스.. ㅋㅋ
강한 네팔 자외선을 차단해준 미니멀웍스 타프.. 정말 이 타프는 두고두고 잘 사용하고 있는데.. 저 피노키오 폴대도 역시나 찰떡이다. 다만 비를 맞아서 녹이 쓸었는데 폴대 하나가 안 빠져서.. 하나는 영영 그냥 짧은채로 써야할지 걱정이다.
저녁은 몇시에 먹겠냐고 해서 저녁 7시에 예약했고, 달밧을 준비해줬다. 사실 네팔 오자마자 달밧먹고 2일을 배앓이를 해서 선뜻 많이 먹지는 않았는데.. 특히 저 시금치 같은 나물이 정말 짜서 한입먹고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예전 현지인이랑 달밧식당을 갔을때 저 왼쪽 상단에 있는 커리국물을 날아다니는 저 밥에 비벼먹는 걸 보고 나도 그렇게 먹긴 했는데.. 사실 크게 많이 먹지는 못했다. 해외가서 음식 정말 안가리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네팔와서 계속 한국음식을 찾는 걸 보니 나도 어쩔수 없는 한국인인가 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캠핑장으로 돌아와 별사진을 찍을까 하늘을 봤는데.. 정말 먼지 때문인지 별이 한국보다 더 안보였고.. 조망터에 보이는 희미한 불빛들에 실망한 나머지 저녁 9시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5시 무렵 혹시나 해서 하늘을 쳐다봤는데.. 정말 새벽에는 습기때문인지 한치앞도 별빛 하나도 보이지 않아 그냥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이곳 캠핑장이 아무래도 히말라야(북쪽)을 바라보고 있어 일출/일몰 조망터가 없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내일 아침에는 히말이 조금이라도 보이지 않을까 바라고 바랐는데.. 결국 다음날 아침도 똑같이 히뿌연 하늘만 덩그러니 보였다. 아쉬웠다.
이 사진 뒤로 히말라야가 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너무 아쉽고 아쉬웠다. 언제쯤 히말라야가 잘 보이냐고 돌아오는 길 택시기사에게 물었는데 일단 비가온 다음날이라고 하는걸 보니.. 5월까지는 안보일거 같다. 흐미... 5월 이후에 한번더 여기 캠핑하러 와야겠다 그때는 히말라야를 바라보며 캠핑할 수 있기를 바라며...
짐을 정리하고는 리셉션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식사로 마련된 빵, 쨈, 바나나, 계란으로 간단히 배를 채운후 11시 예약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